[김식의 야구노트] 커터 갈아 거듭난 ‘뉴’현진

중앙일보

입력 2017.08.08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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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류현진은 부상 이전에 비해 직구의 위력이 감소했지만 다양한 변화구를 섞어 던지는 영리한 피칭으로 좋은 결과를 얻었다. [뉴욕 AP=연합뉴스]

류현진은 부상 이전에 비해 직구의 위력이 감소했지만 다양한 변화구를 섞어 던지는 영리한 피칭으로 좋은 결과를 얻었다. [뉴욕 AP=연합뉴스]

류현진(30·LA 다저스)은 벤치에 앉아서도 쉬는 것 같지 않았다. 하나의 실투도 하지 않으려는, 하나라도 더 보여주려는 눈빛이었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류현진이 어태커(attacker·공격자) 같았다”고 표현했다.

뉴욕 메츠전 7이닝 무실점 완벽투
어깨 수술 이후 힘 떨어졌지만
다양한 구질과 속도차로 제압

두 달만에 커터 신병기로 만들어
안타 1개만 내주고 삼진은 8개

다루빗슈·마에다와 ‘선발 전쟁’
힘겨운 때 귀중한 승리 올려

류현진은 7일 미국 뉴욕의 시티필드에서 열린 뉴욕 메츠와의 원정경기에서 7이닝 1피안타·무실점으로 8-0 승리를 이끌었다. 삼진 8개를 잡는 동안 사사구를 하나도 내주지 않았다. 2013년 메이저리그 데뷔 후 처음으로 1피안타 경기를 펼친 그는 시즌 4승(6패)째를 올리며 평균자책점을 3.53으로 낮췄다. 류현진은 후반기 세 차례 등판에서 19이닝 10피안타·2실점(평균자책점 0.95)으로 호투했다.

최근 류현진의 성적을 보면 2013년(14승8패 평균자책점 3.00)이 떠오른다. 그러나 피칭 내용은 다르다. 2015년 왼 어깨 수술 후 류현진은 파워는 다소 떨어졌지만 구종이 훨씬 다채로워졌다.

류현진은 1회 1번 왼손 마이클 콤포토를 체인지업, 2번 오른손 아스드루발 카브레라를 직구로 헛스윙 삼진 처리했다. 3번 오른손 요에니스 세스페데스는 풀카운트 끝에 컷패스트볼(커터)로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류현진은 2회와 3회 직구와 커브, 체인지업을 거의 같은 비율로 섞었다. 이날 류현진의 직구는 평균 시속 146.5㎞(최고 149.6㎞)였다. 여기에 평균 116.9㎞의 커브, 평균 131.9㎞의 체인지업, 127.7㎞의 슬라이더 등을 현란하게 던졌다. 구종 간 속도차로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는 체인지 오브 페이스(change of pace)의 진수를 보여줬다.

류현진의 피칭 효율을 극대화한 건 커터였다. 타순이 한 바퀴 돈 후 2번 카브레라를 다시 만났을 때 류현진은 커터 3개를 연달아 던져 3구삼진(파울-파울-루킹 스트라이크)을 빼앗았다. 커터는 슬라이더보다 빠르지만 휘는 폭은 작은 구종이다. 타자가 직구로 인식하고 치면 빗맞기 쉽고, 슬라이더처럼 대응하면 타이밍이 늦다. 류현진은 카브레라 몸쪽으로 1·2구를 꽂아넣은 뒤 3구는 스트라이크존 바깥쪽을 타고 들어가는 커터를 선택했다.

이날 류현진의 투구수 96개 가운데 커터가 22개로 변화구 가운데 비중아 가장 높았다. 평균 시속 139.4㎞(최고 142.3㎞)의 커터는 직구·체인지업의 위력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정민철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꺾이는 궤적이 눈에 보일 만큼 류현진의 커터가 위력적”이라고 평가했다.

류현진은 ‘신체 기억력’이 뛰어난 투수다. 2006년 신인 시절 구대성(은퇴)으로부터 배운 체인지업을 곧바로 실전에서 사용했다. 메이저리그 2년 차인 2014년 체인지업 피안타율이 높아지자 클레이턴 커쇼(다저스)가 던지는 슬라이더를 배워 활용했다. 아울러 조시 베켓(은퇴)의 주무기인 커브를 배웠다. 커쇼는 “류현진은 자다 일어나서 던져도 모든 공을 스트라이크로 넣을 수 있다”며 놀라워했다.

수술 후 류현진의 직구 위력은 감소했다. 체인지업의 효과도 함께 떨어졌다. 4월 다섯 차례 등판에서 홈런을 6개나 맞은 이유다. 당일 컨디션에 따라 커브·체인지업·슬라이더 등 주무기를 바꿔 던졌다. 선발진에서 탈락하지 않기 위한 악전고투였다.

고통 속에서 다진 신무기가 커터다. 5월 말부터 커터를 던지기 시작하더니 두 달 만에 특급 무기로 만들었다. 류현진은 휴스턴의 왼손 투수 댈러스 카이클(29)의 커터를 TV로 보고 배웠다. 익히기 어렵고, 제구하긴 더 어려운 커터를 ‘방송 교재’를 통해 체화한 것이다.

1988년 이후 29년 만에 월드시리즈 우승을 노리는 다저스는 텍사스로부터 다루빗슈 유(31)를 영입했다. 다루빗슈는 지난 5일 메츠전에서 7이닝 3피안타·10탈삼진·무실점을 기록했다. 또 다른 일본인 투수 마에다 겐타도 지난 2일 애틀랜타전에서 7이닝 무실점 승리를 거뒀다.

다저스의 5선발을 힘겹게 지키고 있는 류현진의 미래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커쇼가 허리 부상에서 돌아오면 선발진은 또 넘친다. 류현진의 불펜 이동 가능성이 다시 거론될 수 있다. 때문에 이날 메츠와의 경기는 류현진에겐 전쟁과도 같았다. 거기서 류현진은 기어코 이겼다. 수술 후 힘든 시간을 보내면서도 진화를 멈추지 않은 덕분이다.

김식 야구팀장 see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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