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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척돔서 데뷔 쇼콘 워너원…방송계 점령한 ‘프듀’ 효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7일 정식 데뷔를 앞둔 보이그룹 워너원. 고척스카이돔에서 쇼콘을 갖는다. [사진 YMC엔터테인먼트]

7일 정식 데뷔를 앞둔 보이그룹 워너원. 고척스카이돔에서 쇼콘을 갖는다. [사진 YMC엔터테인먼트]

방송가가 ‘프로듀스 101’ 효과로 들썩이고 있다. Mnet에서 방영한 프로그램이 종영된 지 2달이 지났지만, 서바이벌을 통해 선발된 11인조 보이그룹 워너원의 데뷔를 전후로, 탈락 연습생들의 데뷔도 이어지고 있다. 이들의 인기는 비단 가요계 뿐 아니라 방송 및 광고시장의 판도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과연 이들은 어떻게 모든 이슈를 점령하는 블루칩으로 거듭나게 됐을까.

7일 2만명 팬들 앞에서 '에너제틱' 첫 무대 #선주문 50만장 엑소, 방탄 인기 이을까 관심 #국민투표로 결성돼 예능, 광고 끝없는 투표 #비슷한 콘셉트 남발에 방송사 독식 우려도

#고척돔서 데뷔하는 초대형 신인

서바이벌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 시즌2를 통해 결성된 보이그룹 워너원. [사진 워너원 트위터]

서바이벌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 시즌2를 통해 결성된 보이그룹 워너원. [사진 워너원 트위터]

워너원은 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데뷔 쇼케이스와 콘서트를 겸한 ‘프리미어 쇼콘’을 갖는다. 음반 1장 낸 적 없는 신인이 2만석 규모의 공연장에 서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이들은 선주문 52만장에 달하는 첫 미니앨범 ‘1X1=1(To Be One)’ 발매와 동시에 무대에 오른다. 팬클럽 유료 회원 수만 10만명. 앨범 발매 소식이 전해지면 선주문량만 70만~80만장에 달하는 엑소와 방탄소년단을 잇는 초대형 신인의 탄생이다. 시청자 투표로 결성된 그룹인 만큼 타이틀곡도 ‘활활’과 ‘에너제틱’ 두 후보 중 투표를 통해 결정됐다.

‘프듀’에서 시작된 낙수효과도 범상치 않다. 비록 워너원 멤버로 뽑히진 못했지만 프로그램을 통해 인지도를 높인 연습생들이 솔로나 팀으로 속속 데뷔하고 있다. 아쉽게 탈락한 사무엘과 정세운은 솔로로 출격했고, 브랜뉴뮤직의 임영민ㆍ김동현, 춘의 김용국ㆍ김시현 등은  유닛 활동을 시작했다. 거기에 이우진과 유회승이 각각 합류한 밴드 더 이스트라이트와 엔플라잉에 이르기까지 이들이 선보이는 음악적 스펙트럼도 다양하다.

그중에서도 방송에 앞서 6년 동안 활동했던 뉴이스트는 워너원 멤버가 된 황민현을 제외한 4인조 뉴이스트W로 새 출발, 신곡 ‘있다면’으로 음악방송 1위 후보에 오르는 등 무서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팬들이 일부 탈락자들을 지명해 팀을 결성해달라고 요청하는 JBJ가 실제 데뷔하게 된다면 그야말로 가요계는 ‘프듀 vs 프듀’의 대결을 벌여야 할지도 모른다.

#예능도 광고도 다되는 멀티맨  

'해피투게더3' 녹화를 앞두고 출근길 포토타임을 갖는 워너원. [중앙포토]

'해피투게더3' 녹화를 앞두고 출근길 포토타임을 갖는 워너원. [중앙포토]

‘프듀’ 시즌 1을 통해 결성된 아이오아이도 지난해 신인상을 받는 등 적잖은 활약을 보였다. 김세정ㆍ전소미 등은 KBS2 월화드라마 ‘학교 2017’와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소위 ‘케이블 출신’이라는 꼬리표 때문에 결성 초반 지상파 프로그램에 출연하기 어려웠던 것과 달리 워너원은 데뷔 전부터 ‘해피투게더3’나 ‘슈퍼맨이 돌아왔다’ 등 KBS 간판 예능에 얼굴을 비쳤다. MBC ‘오빠생각’과 ‘이불 밖은 위험해’, tvN ‘SNL 코리아9’까지 방송사와 영역도 가리지 않는다.

'해피 투게더' 녹화 도중 지석진이 “다음달부터 희극인실에 회비 내라”고 탐낸 MMO 윤지성이나 개그감을 뽐낸 판타지오 옹성우는 예능에 최적화된 캐릭터다. 회사 이름이 ‘말많오’의 약자가 아니냐는 얘기를 들을 정도로 끝도 없이 이어지는 수다(윤지성)와 ‘슬레이트 맨’을 자청하며 희극적 상황을 맺고 끊을 줄 아는 예능감(옹성우)은 기존 신인 아이돌 그룹에선 볼 수 없던 모습이다.

데뷔 전부터 하이트 모델로 발탁된 워너원. 멤버 11명 중 미성년자를 제외한 6명이 광고 촬영에 임했다. [사진 하이트진로]

데뷔 전부터 하이트 모델로 발탁된 워너원. 멤버 11명 중 미성년자를 제외한 6명이 광고 촬영에 임했다. [사진 하이트진로]

'프듀' 출연 단계에서 ‘내 마음 속에 저장’ 같은 유행어(박지훈)를 만들 정도인 이들은 광고 모델로도 각광을 받고 있다. 마스크팩으로 시작해 브랜드 모델로 워너원을 내세운 이니스프리 측은 “연령대에 구애받지 않는 폭넓은 인지도와 11명 멤버가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어 남자아이돌로는 처음으로 장기 계약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멤버별 브로마이드도 ‘완판' 행렬이 벌어지는 등 높은 인기와 함께 맥주ㆍ교복ㆍ제과 등 10여개의 광고 모델로 발탁됐다.

#아이돌도, 기획사도 방송사 종속 우려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출연한 워너원의 강다니엘. 예능도 유닛이 가능해 강다니엘, 박지훈, 윤지성, 옹성우 등이 주로 출연한다. [사진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출연한 워너원의 강다니엘. 예능도 유닛이 가능해 강다니엘, 박지훈, 윤지성, 옹성우 등이 주로 출연한다. [사진 KBS]

하지만 이들의 활동이 활발해지는 만큼 대기업 수직계열화 등 어두운 면도 부각되고 있는 모양새다. 한국매니지먼트연합은 “아이돌 육성 프로그램을 통해 만들어진 팀에 방송사가 매니지먼트 권한까지 행사하는 것은 문제”라며 최근 방송사에 항의 공문을 보냈다. 지난해 아이오아이 멤버들이 기존 소속사 활동을 병행하는 것과 달리 워너원은 내년 12월까지 방송사와 계약이 묶여 있다. Mnet은 CJ 계열사인 MMO가 아닌 YMC에 이들의 매니지먼트를 맡겼고, 각 멤버와 소속사까지 4군데에서 25%씩 수익을 나눠갖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프듀'의 성공은 여타 방송사와 기획사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KBS는 10월 아이돌 리부팅 프로젝트 ‘더 유닛’ 방송을 위해 전ㆍ현직 아이돌을 대상으로 참가 신청을 받고 있고, YG엔터테인먼트 역시 '프듀' 시즌1을 만든 한동철 PD를 필두로 복수의 오디션 및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여기에 MBC까지 비슷한 콘셉트의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하반기 치열한 경쟁이 예고되고 있다. 한 방송사 관계자는 “스타 PD가 모두 기획사로 이적하고 기획사 협상력이 커져서 캐스팅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방송사가  직접 스타를 키우고자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라고 밝혔다.

투표로 결성된 워너원은 활동하는 내내 투표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타이틀곡 선정은 물론 광고 모델로 나선 개별 브로마이드까지 투표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사진 이니스프리]

투표로 결성된 워너원은 활동하는 내내 투표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타이틀곡 선정은 물론 광고 모델로 나선 개별 브로마이드까지 투표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사진 이니스프리]

반면 이규탁 한국조지메이슨대 교수는 “아무리 TV 시청률이 예전만 못하다 해도 동영상 클립이나 기사를 통해 해당 프로그램에 대한 이해도는 더 높아지고 있다”며 “비단 ‘프로듀스 101’뿐만 아니라 ‘쇼미더머니’ 등 음악 프로그램이 음원 차트를 점령하는 TV 종속 현상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기획사들의 자체 제작 움직임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방송사와 기획사 양측이 모두 아이돌 육성 프로그램의 주도권을 놓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다.

김윤하 음악평론가는 “보이그룹의 팬덤이 걸그룹보다 강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나 워너원은 데뷔 전부터 너무 과열된 측면이 있다”며 “급하게 낸 결과물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한꺼번에 거품이 꺼질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워너원의 경우는 그룹 자체를 향한 팬덤이 아닌 개개인의 팬덤이 모인 결과물인 만큼 기존 그룹과는 접근 자체가 다를 수밖에 없다”며 “시즌1의 전례를 참고해 팀도 살고 1년 반 후 각 멤버들도 살 수 있도록 양측이 공존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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