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강경화·틸러슨 ‘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 조속 협상 합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5면

아세안지역안보포럼 참석을 위해 필리핀을 방문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왼쪽)이 6일(현지시간)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양자회담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왕 부장은 사드에 대해 “개선되는 양자관계에 찬물을 끼얹는 결정”이라며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강 장관은 이에 “소통으로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아세안지역안보포럼 참석을 위해 필리핀을 방문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왼쪽)이 6일(현지시간)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양자회담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왕 부장은 사드에 대해 “개선되는 양자관계에 찬물을 끼얹는 결정”이라며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강 장관은 이에 “소통으로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6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관련 외교장관회의 데뷔전에서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과 공개적으로 신경전을 벌였다. 한국이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를 완전 배치하기로 한 데 대해 왕 부장이 “개선되고 있는 양국 관계에 찬물을 끼얹어 유감스럽다”고 치고 나오자, 강 장관도 “방어적 결단”이라고 받아쳤다.

한·미 외교, 대북억지력 강화키로 #사거리 800㎞ 미사일 탄두 중량 #1t 이상으로 2배 늘리는 방안 추진 #틸러슨 “사드 추가배치는 중대 조치”

이날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왕 부장은 “문 대통령이 취임 이후 과거 잘못된 행동을 바꾸려는 의사를 보여주고, 중국 측의 정당한 관심 사항을 배려하는 행동을 보여줬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한국 정부가 서둘러 사드 배치를 결정한 것은 어쩔 수 없이 지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찬물’ ‘유감’ 등의 발언을 했다.

왕 부장의 발언을 들은 강 장관은 “최근 북한의 추가적 미사일 도발로 인해 위협이 상당히 고조된 것이 사실”이라며 “국민의 우려와 걱정이 심화된 가운데 대통령께서 방어적 차원에서 내린 결단”이라고 응수했다. 회담은 두 장관이 머물고 있는 마닐라 콘래드 호텔에서 열렸다. 회담 시작에 앞서 강 장관과 왕 부장은 태극기와 오성홍기 앞에 서서 악수를 나눴다. 왕 부장은 굳은 표정이었고, 강 장관도 옅은 미소만 띤 담담한 표정이었다.

관련기사

회담 앞머리에서도 왕 부장이 모두발언을 할 때 강 장관은 무표정하게 경청했다. 왕 부장 역시 웃음기가 전혀 없는 얼굴로 강 장관의 발언을 들었다.

55분 동안의 회담 뒤 두 장관은 각기 자국 기자단에게 내용을 알렸다. 강 장관은 “중국은 사드에 대한 기본적 입장을 반복했고, 우리는 북한의 고도화하는 도발 상황에서 임시로 사드 발사대 4기를 배치하게 된 배경을 충분히 설명했다”고 말했다.

왕 부장은 “‘사드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막을 수 있는가’라는 문제를 강 장관에게 제기했다”며 “한국이 미국 주도의 미사일방어(MD) 체계에 가담하는 것이 한국의 이익에 부합하는지, 한국 국민이 받아들일 수 있겠는지에 대해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회담에 배석한 당국자는 “이에 강 장관은 ICBM급 발사는 우리 안보에 대한 위협이 보다 현실화되고 구체화됐다는 점, 사드는 MD 편입이 아니라는 점을 설명했다”고 전했다.

강 장관은 왕 부장과 회담 전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을 만났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채택한 새로운 대북제재 결의 2371호와 관련, 틸러슨 장관은 기자들에게 “매우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했고, 강 장관은 “도출 과정에서 우리와 완전한 협의를 한 데 대해 (미국 측에) 감사하다”고 했다. 틸러슨 장관은 결의 이행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implement’(준수하다)보다는 ‘enforce’(집행하다)라는 단어를 주로 사용했다고 한다.

정부 당국자는 “중국과 러시아를 견인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양측이 동의했고, 틸러슨 장관은 ‘한·미·일 공조가 견고할 때 중·러도 오판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강 장관과 틸러슨 장관은 대북 억지력 강화 차원에서 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 협상도 조기에 시작하기로 합의했다. 양측은 미사일 지침 개정을 통해 사거리 800㎞의 미사일에 실을 수 있는 탄두 최대 중량을 현재의 두 배인 1t 이상으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한·미는 또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정례화를 위한 실무 협의도 가속화하기로 했다. 틸러슨 장관은 정부가 지난달 28일 북한의 ICBM급 도발 이후 사드 발사대 4기를 추가 임시배치하기로 한 데 대해 “중대한 조치를 취했다”고 평가했다.

마닐라=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