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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조차 '가짜뉴스 아니다'...美에서도 놀란 '볼트 누른 게이틀린'

중앙일보

입력

저스틴 게이틀린.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저스틴 게이틀린.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2인자의 반란이었다. 미국 간판 스프린터, 하지만 우사인 볼트(자메이카)의 그늘에 철저하게 가려졌던 '육상 단거리 2인자' 저스틴 게이틀린(35·미국)이 2017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100m 정상에 올랐다.

게이틀린은 6일 영국 런던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남자 100m 결승에서 9초92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2위 크리스천 콜먼(미국·9초94), 3위 우사인 볼트(9초95)에 앞선 게이틀린은 2005년 헬싱키 대회 이후 12년 만에 100m 개인 두 번째 세계선수권 금메달을 땄다. 전광판을 바라보며 9초92로 자신이 1위로 통과했던 사실을 안 순간 포효한 뒤 기뻐했다.

게이틀린의 우승은 미국 내에서도 놀랄 정도였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가짜뉴스 아닙니다 : 우사인 볼트, 연속해서 패배(Not fake news : Usain Bolt loses back-to-back races)"라는 제목의 기사로 준결승 2위, 결승 3위에 머문 볼트의 소식과 게이틀린의 우승을 전하기도 했다.

게이틀린은 2006년부터 4년간 도핑 문제 때문에 선수 자격 정지 징계를 받은 전력이 있다. 이 때문에 '약물 스프린터'라는 비난이 늘 따라왔고, 이날 레이스가 끝난 뒤에도 관중들의 아유가 쏟아졌다. 그러나 '화려한 은퇴'를 앞뒀던 볼트 뒤에서 조용히 칼을 갈아온 게이틀린은 금메달을 딴 뒤, 그동안의 고생을 생각한듯 눈물을 쏟는 모습도 보였다.

레이스를 마친 뒤 게이틀린은 "정말 꿈같은 일"이라면서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우승했을 때와 같은 기분이다. 볼트의 축하를 받아 더 기쁘다"며 감격해했다. 실제로 레이스 직후 게이틀린은 볼트 앞에서 무릎을 꿇으면서 존중의 표시를 했고, 볼트는 게이틀린을 포옹하며 훈훈한 모습을 보였다. 게이틀린은 "볼트와 경쟁하고자 최선을 다했다. 내가 얼마나 열심히 훈련했는지는 볼트도 안다. 오늘 그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관중들의 야유에 대해 게이틀린은 "예선과 준결선에서도 야유를 들었다. 야유에서 벗어나고자 더 열심히 달렸다. 난 야유를 이겨내야 했다. 그래도 날 좋아하는 팬들도 있다. 내겐 강한 동기 부여가 된다"고 말했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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