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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이는 줄 알면서도 무는 ‘미끼’,디자인 굿즈…포스트잇 때문에 책사고, 카드 보고 카카오뱅크 가입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드라마 '비밀의 숲' 대본집을 예약구매할 경우 '비밀의 숲' 포스트잇을 받을 수 있다. [교보문고 홈페이지 캡쳐]

드라마 '비밀의 숲' 대본집을 예약구매할 경우 '비밀의 숲' 포스트잇을 받을 수 있다. [교보문고 홈페이지 캡쳐]

직장인 이모(30)씨는 지난달 온라인 교보문고에서 드라마 ‘비밀의 숲’ 대본집을 예약 구매했다. 드라마 주인공들이 그려진 하드 커버 포스트잇을 받기 위해서였다.

이씨는 “드라마 애시청자로서 조승우와 배두나가 인쇄된 포스트잇을 보자마자 갖고 싶은 욕구가 생겼다. 두 권을 세트로 사야 준다고 해서 다 샀다. 대본집 두 권이 두꺼워서 다 읽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굿즈(goods)’를 활용한 마케팅이 활발하다. ‘굿즈’는 특정 인물이나 장르의 요소를 담은 물건을 말한다. 20,30대들은 이를 얻기 위해 상품 구입이나 서비스 가입을 마다하지 않는다. 본인이 원하는 굿즈가 상품 구매의 ‘미끼’라는 것을 알고도 덥석 무는 경우도 많다.

일정금액 이상 책을 구매할 경우 '굿즈'를 받을 수 있다. [알라딘 홈페이지 캡쳐]

일정금액 이상 책을 구매할 경우 '굿즈'를 받을 수 있다. [알라딘 홈페이지 캡쳐]

온라인 서점 알라딘은 2010년부터 달력이나 컵을 출판사나 작가와 협력해 제작했다. 일정액 이상 구매한 고객에게 이를 제공한다. 소비자들은 적립된 포인트를 이용해 이를 구매할 수도 있다. 알라딘 회원들 사이에선 "굿즈를 사기 위해 책을 산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매출액 기준으로 업계 4위였던 알라딘은 지난해에 2위에 올랐다. 출판업계에선 굿즈가 고객 유입과 충성도에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경쟁사인 YES24도 지난 6월에 김영하 작가의 책 『오직 두 사람』을 구매한 고객들에게 소설 속 글귀가 새겨진 맥주잔을 제작해 증정했다. 김 작가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맥주잔을 받기 위해 책을 주문했다"고 밝혀 화제가 되기도 했다.

과거에는 이러한 물품 제공이 법적으로 제한되기도 했다. 잡지 별책 부록이나 상품에 끼워주는 사은품 경쟁이 지나치다는 진단에 따른 일이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982년 경품고시를 통해 이러한 물품의 종류와 금액 한도를 정했다.

현재는 관련 규정이 사라진 상태다. 경품의 가액 한도를 제한한 규정은 2009년에, 추첨을 통한 경품 가액 한도 제한 규정은 지난해 5월에 폐지됐다.

2,30대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 카카오뱅크 체크카드. [카카오뱅크 홈페이지 캡쳐]

2,30대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 카카오뱅크 체크카드. [카카오뱅크 홈페이지 캡쳐]

'굿즈'는 이같은 경품의 새 버전이다. 최근에는 '출판 굿즈'뿐 아니라 각종 인터넷 서비스에 가입할 때 제공되는 '캐릭터 굿즈'도 인기다.

은행원 차모(29)씨는 지난주 인터넷 전문은행 카카오뱅크에 가입했다. 카카오 프렌즈의 사자 캐릭터 ‘라이언’이 그려진 체크카드를 받기 위해서였다. 차씨는 ”내가 은행원이지만 금리나 혜택 등은 확인할 필요가 없었다. 라이언이 그려진 카드가 너무 갖고 싶었다"고 말했다.

20,30대들은 갖고 싶었던 굿즈를 구하면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 자랑한다. 인스타그램에 카카오뱅크체크카드 해시태그를 붙이는 식으로 인증을 한다. 이런 해시태그 수는 4일 기준 945개로 이틀 전보다 400개 이상 늘었다. 경쟁사인 K뱅크 출범 당시에는 없었던 현상이다.

KB국민카드도 지난달 27일 디자인그룹 스티키몬스터랩과 손잡고 ‘스티키몬스터’ 캐릭터를 담은 카드를 선보였다. 디자인 굿즈를 통해 젊은층 고객을 모으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미끼 상품을 우려 섞인의 시각으로 보는 이들도 있다. 동국대 경영학과 유창조 교수는 "굿즈 프로모션을 통해 단기적 성과가 나오고 소비자도 만족한다면 좋은 일이다. 다만 기업은 굿즈뿐 아니라 본 제품이나 서비스 가치를 높이는 것에 대한 고민을 늘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균관대 사회학과 구정우 교수는 "주객이 뒤바뀐 '왝더독'(wag the dog·꼬리가 개의 몸통을 흔든다는 말) 현상으로 흐르지 않고 독서 인구 증가 등의 긍정적 효과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여성국 기자 yu.sungk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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