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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한장의 스티커로 치안불안 치유 나선 '포돌이'

중앙일보

입력

우리 동네 파출소 가는길 스티커. [사진 경기남부경찰청]

우리 동네 파출소 가는길 스티커. [사진 경기남부경찰청]

“현재 위치는 군포로 750 금정파출소 875m 늘 곁에 있습니다.”

잘 띄는 디자인에 현위치, 파출소거리 등 정보 #심리적 안정감을 주면서 잠재적 범죄자엔 경고 #11600원짜리 스티커 일으킨 변화에 시민 호응 #이밖에 난폭운전, 몰카 예방 등에도 스티커사용 #셉테드 보다 적은 비용 시간으로 범죄예방 가능

경기도 군포 금정역 삼거리 인근 전신주에 지난 6월 말 이러한 문구가 인쇄된 ‘스티커’가 한장 붙었다. 지도 위에 위치를 꼭 찍어주는 거꾸로 된 물방울 표시와 같은 모양이다. 길이 39㎝·너비 29㎝로 비교적 큼지막한 데다 테두리 색이 집중·주목 효과를 주는 빨간색 계통이라 눈에 잘 띈다.

흰색 원안에는 현 위치와 가까운 파출소 거리 등의 정보를 담았다. 경찰 캐릭터인 포돌이도 인쇄돼 친숙한 느낌이다. 반사지라 야간에도 보인다고 한다.

일반 시민들에게는 동네 파출소가 가까이에 있다는 심리적 안정감을 주면서 잠재적 범죄자들에게는 경고하기 위해 제작됐다. 금정역은 지하철 1·4호선 환승역이라 유동인구가 많은 데다 주변 먹자골목 등으로 치안 수요가 끊이지 않은 곳 중 하나다. 지난 2009년 2월 강력사건 피의자의 현장검증이 이뤄지기도 한 곳이다.

우리 동네 파출소 가는길 스티커. [사진 경기남부경찰청]

우리 동네 파출소 가는길 스티커. [사진 경기남부경찰청]

시민들은 대체로 스티커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최미영(42·여) 씨는 “도움을 청할 파출소가 가까이 있다는 생각에 안심된다”고 말했다. 한장당 11600원짜리 스티커가 일으킨 변화다.

경기남부경찰청은 현재 이러한 ‘우리 동네 파출소 가는 길’ 스티커를 군포·의왕·안양·수원·안산·안성 등 6개 지자체 70곳에 시범 부착했다. 지난해 성폭력 실태조사 결과, “밤늦게 혼자 다닐 때 성폭력을 당할까 봐 무섭다”고 답한 여성이 전체 응답자의 76.3%를 차지하는 현실에서 효과가 입증되면 더욱 늘려나갈 계획이다.

'우리 동네 파출소 가는길 스티커' 제작 근거 설문조사. 112신고때 현 위치를 모른다고 답한 응답자가 상당수다. [자료 경기남부경찰청]

'우리 동네 파출소 가는길 스티커' 제작 근거 설문조사. 112신고때 현 위치를 모른다고 답한 응답자가 상당수다. [자료 경기남부경찰청]

경기남부경찰은 ‘스티커 실험’ 성공경험이 있다. 난폭운전 예방 등을 위해 지난 5월 시작한 ‘포돌이·포순이 차량 스티커 부착 캠페인’이다. 해당 스티커는 ‘양보 배려 이해하는 당신이 최고’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데, 스티커를 부착한 운전자 504명을 상대로 설문 조사한 결과 “양보나 배려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응답이 81.6%로 나왔다. 현재 국내 대형 정유사 중 한 곳이 캠페인 동참의사를 검토 중이라고 한다.

보복 난폭운전 예방 스티커 [사진 경기남부경찰청]

보복 난폭운전 예방 스티커 [사진 경기남부경찰청]

경기남부경찰은 또 여성들이 평소 112신고 요령을 익히면서도 ‘화장실은 치안 사각지대’라는 두려움을 깰 수 있는 방안으로 여성 화장실 ‘안심스티커’를 고안했다.

현금을 노리는 범죄를 막으려 경찰관 사진 포스터가 직접 등장하기도 했다. 충남 아산경찰은 지난 4월 편의점처럼 계산대에 현금을 보관하는 업소를 노린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신체측정용 경찰포스터 부착에 나섰다.

피해자가 용의자의 신체를 쉽게 눈으로 측정해 신고할 수 있도록 경찰관 사진 옆에 눈금이 표시된 자가 인쇄돼 있다. 경찰관이 가게 안을 들여다보는 것 같은 착각을 주도록 디자인됐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영화 포스터를 패러디한 경찰의 몰카예방 포스터. [사진 용인동부경찰]

영화 포스터를 패러디한 경찰의 몰카예방 포스터. [사진 용인동부경찰]

휴가철 몰래카메라 범죄를 예방하는데에도 스티커가 사용된다. 일선 경찰들은 자체적으로 포스터나 스티커를 제작,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이나 피서지 등에서 활용하고 있다. 이밖에 어르신들이 운행하는 이륜차에 야광반사 스티커를 부착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가 하면, 순찰활동이 필요한 곳의 여론을 수렴하기 위해서도 스티커가 사용된다.

스티커의 장점은 적은 비용으로 상당한 범죄예방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환경설계를 통해 범죄를 예방하는 셉테드(CPTED)의 경우 비용과 시간의 상당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여기에 의외의 단점이 도출되기도 한다. 실제 서울의 한 셉테드 지역의 경우 전문가 의견 청취, 주민공청회 등 다양한 과정을 거쳐 도입했지만 범죄예방 벽화 등이 하나의 볼거리처럼 인식되면서 외지인 방문이 늘어 원주민들의 만족도가 떨어진다고 한다.

광운대 공공소통연구소 이종혁(미디어영상학부) 소장은 “스티커와 같은 환경 속 작은 변화를 통해 시민들에게 유용한 치안정보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게 가능하다”며“불안심리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수원=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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