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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더워 죽겠다고? 여기 가면 소름이 쫘~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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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납량 특집’의 실종이다. 여름마다 돌아오던 공포 드라마도, 호러 무비도 자취를 감췄다. 그래도 여전히 공포 체험은 매력적이다. 찜통더위에 등골이 서늘해지는 ‘고전적인 피서’를 즐길 만한 공포체험장 3곳을 꼽았다.

간담 서늘한 공포체험장 3곳

손전등 하나 들고 탐험, 정선 화암동굴

‘괴담’이 없는 여름은 어쩐지 좀 시시하다. 공포 호러 체험을 할 수 있는 여행지에서 오싹한 여름을 즐겨 보자. 강원도 정선군 화암동굴. 야간에 손전등 하나만 들고 으스스한 동굴을 탐험하는 공포 체험이 열린다. [사진 정선군청]

‘괴담’이 없는 여름은 어쩐지 좀 시시하다. 공포 호러 체험을 할 수 있는 여행지에서 오싹한 여름을 즐겨 보자. 강원도 정선군 화암동굴. 야간에 손전등 하나만 들고 으스스한 동굴을 탐험하는 공포 체험이 열린다. [사진 정선군청]

동굴은 여름에 진가를 발휘하는 여행지다. 동굴 내부 온도가 사계절 내내 10~15도 사이로 유지되는 까닭에 무더위에 시달리다가도 동굴 안으로 들어서기만 하면 시원한 기운이 느껴진다. 하지만 한 해 35만 명이 방문하는 강원도 정선 화암동굴에 가기 위해 유독 여름철에 더 치열한 ‘예약 경쟁’을 벌여야 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여름 한철 화암동굴에서 실시하는 야간개장(오후 7~11시) 때문이다. 여름밤, 동굴 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은 ‘공포 체험’이다. 칠흑같이 어두운 동굴을 손전등 하나에 의지한 채 걸어가야 하는 무시무시한 이벤트다. 담력을 시험하기 위해 도전했다가 중도에 포기하는 사람이 적지 않을 정도다. 동굴 곳곳에 귀신으로 분장한 연기자가 튀어나와 으스스한 분위기를 더한다.

연기자 중 ‘광부’로 분장한 사람도 있다. 화암동굴이 일제강점기 금을 채취하던 광산이라는 점을 알리는 장치다. 길이만 2㎞에 육박하는 화암동굴은 세계에서 유일무이하게 금광과 석회동굴이 연결된 구조다.

2007년부터 해마다 한 달 남짓 공포체험을 실시하는데 야간 입장객은 하루 딱 400명으로 한정했다. 입장 제한이 있다 보니 예약이 치열하다. 200명은 홈페이지(jsimc.or.kr)로 신청을 받고, 200명은 현장에서 접수한다. 8월 18일까지. 어른 1만2000원, 어린이 5000원.

한밤중 좀비 출몰, 합천 고스트파크

‘괴담’이 없는 여름은 어쩐지 좀 시시하다. 공포 호러 체험을 할 수 있는 여행지에서 오싹한 여름을 즐겨 보자. 합천영상테마파크는 여름철마다 귀신이 출몰하는 ‘고스트파크’로 변신한다.[사진 합천군청]

‘괴담’이 없는 여름은 어쩐지 좀 시시하다. 공포 호러 체험을 할 수 있는 여행지에서 오싹한 여름을 즐겨 보자. 합천영상테마파크는 여름철마다 귀신이 출몰하는 ‘고스트파크’로 변신한다.[사진 합천군청]

경남 합천 합천영상테마파크는 1920∼80년대 서울 길거리를 충실히 재연한 국내 최고의 오픈 세트장이다. 여행객이 합천영상테마파크에 들어서자마자 놀라는 점은 두 가지다. 우선 세트장의 규모. 8만3000㎡(약 2만5000평)에 이르는 널찍한 부지 전체가 촬영장으로 쓰인다.

완성도 또한 인상적이다. 경성역, 서울의 달동네 등을 그럴듯하게 꾸며 놨다. 2004년 개장한 이후 영화 ‘써니’ ‘암살’ ‘전우치’, 드라마 ‘각시탈’ ‘에덴의 동쪽’ 등 50편이 넘는 영화와 80편 이상의 드라마를 이곳에서 촬영했다. 촬영이 거듭되면서 합천영상테마파크가 끊임없이 개·보수되고 있다는 얘기다.

전국 어느 여행지든 휴가철엔 사람이 몰리게 마련이지만 합천영상테마파크는 여름철에 외려 한산하다. 길거리를 돌아다니듯 둘러보는 여행지이다 보니 찜통더위에는 구경에 제약이 따르는 탓이다. 그래서 합천군청이 짜낸 묘안이 여름밤 야간개장(오후 7시~자정)을 실시하고 테마파크 전체를 공포체험장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2015년부터 여름철마다 돌아오는 야간개장 시기에는 테마파크의 이름을 ‘고스트파크’로 바꾸고 드라큘라·처녀귀신·좀비 등으로 분장한 연기자 70여 명을 곳곳에 배치한다. 8월 15일까지. 어른 3만원, 어린이 1만원. 8월 7~9일은 19세 이상 성인만 출입할 수 있는 19금 호러 파티가 준비됐다. 주류를 판매하고, 디제잉 파티를 연다. 1인 3만원.

귀신과 인증샷, 울산 고래문화마을

‘괴담’이 없는 여름은 어쩐지 좀 시시하다. 공포 호러 체험을 할 수 있는 여행지에서 오싹한 여름을 즐겨 보자. 울산시 장생포에 조성된 고래문화마을도 여름철에만 특별히 야간에 문을 연다. 공포 미션을 수행하는 이벤트가 진행된다. [사진 울산 남구청]

‘괴담’이 없는 여름은 어쩐지 좀 시시하다. 공포 호러 체험을 할 수 있는 여행지에서 오싹한 여름을 즐겨 보자. 울산시 장생포에 조성된 고래문화마을도 여름철에만 특별히 야간에 문을 연다. 공포 미션을 수행하는 이벤트가 진행된다. [사진 울산 남구청]

울산은 고래와 인연이 끈끈한 도시다. 신석기시대 선사인이 고래를 사냥하는 모습을 표현한 반구대 암각화(국보 제285호)가 울산에 있다. 1970년대 울산에서 가장 번성했던 동네인 장생포 역시 고래산업으로 성장했다. 1899년 러시아가 장생포를 포경기지로 삼으며 포경산업 중심지가 됐고, 1970년대 연평균 900마리의 고래를 잡으며 전성기를 맞았지만 86년 국제포경위원회(IWC)가 상업 포경을 금지한 뒤로 동네는 빠르게 쇠락했다.

그런데도 여전히 고래는 장생포를 먹여살린다. 울산시 남구는 고래 관련 문화를 보존하기 위해 장생포동 전체와 매암동 일부 등 1.64㎢(약 50만 평)에 고래문화특구 ‘장생포 고래문화마을’을 조성했다. 지난해 90만 명이 다녀갔다. 투명 아크릴 터널을 통과하며 돌고래의 유영 장면을 볼 수 있는 장생포 돌고래생태체험관, 360도 원형 스크린을 통해 귀신고래의 여정을 관람할 수 있는 입체영상관 등이 인기다.

장생포 고래문화마을에 특히 관람객이 북적이는 장소가 있는데, 포경 작업이 한창이던 시대를 재연한 옛 마을이다. 다방·이발소·책방 등 안에 당시 사용했던 물건을 놔뒀다. 2017년 처음으로 고래문화마을 공포축제도 운영된다. 평소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까지 개방했지만 축제기간(8월 14~20일)에는 오후 11시30분까지 운영시간을 연장한다.

축제 참가자는 고래문화마을을 누비며 귀신과 ‘인증샷’을 찍고, 학교 교실에서 고래사냥 도구 등을 찾아와야 한다. 적막하고 깜깜한 마을에 외따로 떨어진 듯한 공포감을 느낄 수 있다. 현장접수만 받는다. 1인 1000원.

양보라 기자 bo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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