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2016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2년 연속 타이틀 홀더가 탄생하는 순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결승전 3국> ●커   제 9단 ○퉈자시 9단

기보

기보

11보(156~171)=퉈자시 9단은 중반전부터 상체가 바둑판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아예 얼굴이 반상에 닿기 직전이다. 머리를 바둑판 깊숙이 파묻고 마지막 초읽기까지 수읽기를 짜내고 있다.

앞서 열린 두 차례 대전(大戰)에서 흑이 연달아 득점하면서, 형세는 이미 커제 9단 쪽으로 크게 기울었다. 퉈자시 9단에게 남은 마지막 기회는 좌상귀 흑을 잡는 것이다. 여기서 반전의 빌미를 마련하지 못하면 모든 게 끝장이다. 눈앞까지 다가왔던 세계대회 타이틀도 물거품이 돼버린다.

하지만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도, 좌하귀 흑을 잡을 방도가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얼굴이 흙빛으로 변한 퉈자시 9단이 지그시 입술을 깨문다. 결국, 169로 흑은 완생을 얻었다. '참고도' 백1로 나가보아도 흑10으로 좌변에서 한 집이 더 난다(9...4).

참고도

참고도

백은 하릴없이 170으로 손을 우변으로 돌렸으나, 흑이 171로 지켜 더 나갈 곳도 없다. 명명백백한 흑의 승리다. 냉혹한 커제 9단은 우하귀 백 대마까지 도륙하며 승리를 자축했다. 그의 얼굴엔 숨길 수 없는 기쁨이 차오른다. 처참한 반상을 멍하니 바라보던 퉈자시 9단은 결국 193수 만에 항복을 선언했다. 커제 9단이 2년 연속 삼성화재배 우승을 차지하는 순간이었다. 171수 다음 줄임, 흑 불계승.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