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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백악관에서 살아남은 여성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 6개월 만에 권력 암투로 백악관이 혼돈에 빠졌지만,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이들이 외려 여성들이어서 주목받고 있다고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럼프의 남성 최측근들이 연이어 내쳐지는 가운데 #콘웨이 등 여성 멤버, 자리 굳건히 지키며 승승장구 #"여성에겐 처음부터 중요한 자리 주지 않았다"는 시각도

최근 백악관에선 트럼프 내각 초기 멤버인 숀 스파이서 전 대변인과 라인스 프리버스 전 비서실장이 경질되고, 앤서니 스카라무치 신임 공보국장이 10일 만에 자리에서 내려오는 등 대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한때 최측근으로 불렸던 스티브 배넌 수석전략가 또한 트럼프가 공개적으로 분노를 표할 정도로 눈 밖에 났다.

이런 가운데 제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이들이 여성이란 점은 일반적 예상을 뛰어넘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기간 때부터 여성 비하 발언으로 뭇매를 맞아와, 여성과는 호흡이 맞지 않을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폴리티코는 “웨스트윙의 여성 직원들은 굉장히 안정적으로 안착했으며, 여성 차별적 공격으로 수없이 구설수에 오른 트럼프의 행정부에서 볼 수 있는 아이러니한 현상”이라고 전했다. 또 “수많은 ‘트럼프의 남자’가 내쳐지는 중에도 웨스트윙을 나간 여성은 단 2명뿐”이라고 보도했다.

가장 눈에 띄는 이는 켈리앤 콘웨이 백악관 선임고문이다. 선거 캠프에서 선대본부장으로 활동하며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에 혁혁한 공을 세운 콘웨이는 대통령의 맏딸 이방카가 사업 관련 잡음을 낼 때도 이방카를 적극적으로 변호하며 트럼프 편에 철저히 서온 인물이다. 취임 초 트럼프가 언론과 마찰을 빚을 땐 ‘대안적 사실’이란 신조어를 만들어내 비난받기도 했다.

공화당 후보들이 자문했던 여론조사 전문가 출신 켈리앤 콘웨이

공화당 후보들이 자문했던 여론조사 전문가 출신 켈리앤 콘웨이

그 때문일까. 데일리콜러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이런 콘웨이가 스카라무치 전 공보국장 후임으로 발탁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폴리티코는 “프리버스 전 비서실장 등은 때때로 중요 결정에서 콘웨이를 소외시키려 했지만 내쳐진 건 오히려 그 자신이었다”며 “콘웨이는 배넌 수석전략가 등 여타 주목받는 이들보다 낮은 직위에 있음에도 백악관에 훨씬 오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스파이서 전 대변인의 경질설이 돌던 몇 달 전부터 자주 얼굴을 보이기 시작한 세라 허커스 샌더스 대변인도 백악관에서 ‘살아남은 여성’ 중 한 명이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

샌더스는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의 딸로 10대 시절부터 주지사 선거 캠프에 참여하며 정치에 입문했다. 2016년 팀 폴렌티 전 미네소타 주지사의 정무수석으로 일하다 지난해 2월 트럼프 캠프에 수석보좌관으로 합류했다. 전임이었던 스파이서보다 원만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 누구보다 주목받고 있는 실세는 만 28세에 ‘무적’이란 별칭까지 얻으며 승승장구하고 있는 호프 힉스 전략공보국장이다. 컨설팅 회사에서 근무할 당시 이방카와 인연을 맺어 트럼프의 눈에 든 힉스는 대선 기간 동안 언론담당 보좌관으로 일했다. 트럼프의 전폭적인 신뢰를 받고 있는 그는 이방카와 비슷한 소통 방식으로 어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기 주장을 내세우는 것 같지만 결론적으로는 트럼프의 의견에 따른다는 것이다.

호프 힉스

호프 힉스

이 때문에 안팎에서 비판의 목소리도 들린다. 언뜻 젊고 합리적으로 보이지만 트럼프를 전혀 통제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이방카에 쏟아지는 비난과도 맥을 같이 한다.

이밖에 골드만삭스 출신으로 ‘이방카의 여자’로 알려진 디나 파월 국가안보 부보좌관 또한 트럼프의 두터운 신임을 얻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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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내각의 대대적인 물갈이에도 여성들이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유로 이들의 비교적 부드러운 소통 스타일이 꼽힌다.
이들이 막말이나 거친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드물어 “여성 스카라무치를 찾는 것은 힘들다”는 것이다. 폴리티코는 “여성들은 트럼프의 성향을 탐색하는 능력이 뛰어나고, 그의 남성 최측근들처럼 언론에 적대적이지 않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카오스 상태에 빠진 현재의 백악관에서 여성들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건, 처음부터 이들에게 핵심적인 권한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는 시각도 있다. “몇몇 예외를 제외하고는 특별히 ‘내쳐질 만한’ 중요한 자리에 있지 못했다는 것이다.

여성들이 주목받고 있는 것과 달리 백악관 내 여성 직원의 처우는 남성보다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CNN 등에 따르면 백악관 직원 중 남성의 평균 연봉은 10만 4000달러지만 여성은 8만 3000달러로 남성의 80% 수준이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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