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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피부 노화증’ 극복한 26세 美 한인 모델, “한국인 뿌리 찾고 싶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희귀 피부 질환인 EDS를 극복하고 패션모델로 활동 중인 26세 한국계 미국인 사라 굴츠. [사진 사라 굴츠]

희귀 피부 질환인 EDS를 극복하고 패션모델로 활동 중인 26세 한국계 미국인 사라 굴츠. [사진 사라 굴츠]

세계 극소수가 앓는 피부 질환인 엘러스-단로스 증후군(EDS). 사람 신체의 콜라겐 형성에 영향을 끼쳐 피부를 얇고 늘어지게 만드는 희귀 질환이다.

10살 때 희귀 피부 질환 증상 나타나 #20대에 이미 노인과 흡사해져 #한국 온 적 없지만 가수 CL 팬 #조만간 한국 들려 한인 뿌리 찾겠다는 계획 #“멜라니 게이 도스처럼 신체 장애를 강점으로 승화”

미국에서 EDS를 극복, 패션 모델로 활동 중인 한국계 혼혈아가 있다. 177㎝의 큰 키에 갈색 눈동자를 지닌 사라 굴츠(26)다. 그는 한국전쟁 이후 미국에 입양된 한인 어머니와 유럽계 아버지 사이서 태어나 줄곧 미네소타주에 살았다. 장녀인 굴츠는 대학, 고교에 다니는 두 여동생을 뒀다.

최근 더선 등 외신은 굴츠를 한국계로 소개하며 그녀의 모델 삶을 조명하기 시작했다. 굴츠는 최근 본지와 인터뷰에서 모델이 되기까지 사연과 한국에 대한 관심을 전했다.

-EDS에 걸렸을 때 심정은.
“워낙 어릴 적(10세)이라 장애를 입었단 현실을 인식조차 못했다. 그러나 피부가 노화되는 등 증상이 점차 심해졌고, ‘남들과 다르다’는 두려움에 EDS 환자란 사실을 숨기려고 했다. 그러다 인터넷에서 EDS 환자가 나뿐만이 아니란 점을 알고 용기를 얻게 됐다. 내가 앓는 EDS 종류(피부 노화성)를 세계 단 열두 명이 앓고 있단 사실도 흥미로웠다.”

2015년 패션 모델로 데뷔한 이래 잡지 촬영 등 꾸준히 활동 중이다. [사진 사라 굴츠]

2015년 패션 모델로 데뷔한 이래 잡지 촬영 등 꾸준히 활동 중이다. [사진 사라 굴츠]

-모델을 꿈꾸게 된 건.
“(출산, 화상 등으로) 여성 신체에 난 상처를 전문적으로 촬영해 업로드하는 유명 캠페인성 인스타그램(@loveyourlines)에 내 사연과 사진을 제출한 것이 계기가 됐다. 이때 들어온 촬영 제의로 모델 활동을 자연스럽게 시작했다. 내 이름이 조금씩 알려지면서 ‘EDS 질환을 더 알려야겠다’는 바람도 문득 생겼다.(※사라는 자신의 활동 사진을 인스타그램(@sarageurts)에 올릴 때 ‘EDS’ 등의 태그를 건다.)”

-활동에 있어 어려움은.
“EDS는 단순한 피부 질환이 아니다. 피부를 조이며 뼈·관절을 압박하는 등 신체적 고통도 준다. 장시간 포즈를 취하기 어렵고, 꽉 맞는 옷을 입을 땐 피부가 찢어질 때도 있다. 모델 일은 내게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난 모델 일을 사랑한다. 내 신체에 대해 더 잘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평소엔 사진가인 애인이 내 촬영을 도맡아준다. 곧 지방 패션지와 화보 촬영을 할 예정이다.”

트레이닝복을 입은 사라 굴츠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사라 굴츠]

트레이닝복을 입은 사라 굴츠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사라 굴츠]

굴츠는 ‘어머니의 고향’인 한국에 온 적이 없다. 그러나 여느 한국 젊은이 못지않게 한국 문화에 친숙하다. 그룹 ‘2ne1’ 출신 가수 CL의 팬이다. “패션으로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는 독특한 자신감”을 그에게서 느꼈다고 한다. ‘Hello Bitches’ 등의 K-팝을 즐겨 듣고, 한국 인터넷 쇼핑몰을 둘러보는 게 평소 취미다.

-한국에 대한 기억은.
“어릴 적 미국에 입양 된 어머니는 낯선 미국 생활을 힘들어 했다. 아픈 기억 때문인지 모국(한국)에 대한 얘기를 많이 들려주지 않았다. 그러나 한국은 항상 관심가는 곳이다. 조만간 방문해 한인으로서의 뿌리를 찾고 싶다.”

최근 미국의 한 패션잡지와 화보 촬영을 한 사라 굴츠. [사진 사라 굴츠]

최근 미국의 한 패션잡지와 화보 촬영을 한 사라 굴츠. [사진 사라 굴츠]

-바람은.
“멜라니 게이 도스(유전 장애), 위니 할로우(백반증)처럼 자신의 신체적 장애를 오히려 강점으로 키운 미국의 유명 모델들이 있다. ‘아름다운 장애’(beautiful disorder)를 지닌 이들처럼 나도 패션업계서 잘 자리잡고 싶다. 기회가 된다면 한국에서도 활동하길 희망한다.”

조진형 기자 enis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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