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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츠'에 고통받는 피겨선수들···대체 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도대체 '부츠'가 어떻기에...

최다빈·차준환, 안 맞는 부츠로 발 부상 #김연아, 2006년 부츠 문제로 은퇴 생각

한국 대표 피겨 선수들이 '부츠' 문제로 울상을 짓고 있다.

30일 서울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열린 KB금융 피겨스케이팅 코리아챌린지에서 여자시니어부문 1위를 차지한 최다빈 선수가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장진영 기자 / 20170730

30일 서울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열린 KB금융 피겨스케이팅 코리아챌린지에서 여자시니어부문 1위를 차지한 최다빈 선수가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장진영 기자 / 20170730

피겨 여자 싱글 국가대표 최다빈(17·수리고)은 오른발 부상으로 2017 아시안 오픈 피겨스케이팅 트로피 대회(이상 아시아 트로피) 출전을 포기했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은 2일 "최다빈이 1일 오후 대회 조직위원회에 기권서를 냈다"며 "부츠 문제로 오른발목과 발등에 약간의 염증이 생겼다. 큰 부상은 아니지만 잠시 쉬어가는 것이 낫다고 판단해 기권한 것"이라고 전했다.

30일 서울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열린 KB금융 피겨스케이팅 코리아챌린지에서 남자시니어부문 3위를차지한 차준환 선수가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장진영 기자 / 20170730

30일 서울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열린 KB금융 피겨스케이팅 코리아챌린지에서 남자시니어부문 3위를차지한 차준환 선수가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장진영 기자 / 20170730

앞서 피겨 남자 싱글 간판 차준환(16·휘문고)도 오른발 통증으로 아시안 트로피 출전을 포기했다. 차준환은 지난해부터 오른발목 염증으로 고생했다. 제대로 치료하지 못하고 캐나다 토론토에서 4회전 점프 훈련을 하면서 통증은 고관절로 이어졌다.

최다빈과 차준환의 부상을 더욱 악화시킨 건 '맞지 않는 부츠'다. 최다빈은 지난달 27일 코리아챌린지 대회를 앞두고 "부츠 상태가 안 좋아 제대로 대회 준비를 못했다"고 했다. 대회에서 1위를 했지만, 여전히 부츠는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았다.

최다빈의 매니지먼트사인 올댓스포츠 관계자는 "부츠는 어느 정도 쓰면 낡고 닳아서 교체해야 한다. 지난해에 좋은 결과를 냈던 부츠와 똑같은 걸 주문했지만, 그 전의 부츠와는 뭔가 다르고 맞지 않아 새로운 부츠를 찾고 있다"고 전했다.

차준환도 마찬가지다. 몸 상태가 안 좋았는데, 부츠까지 말썽을 부리면서 점프를 제대로 뛰지 못했고 이번 대회에서 3위를 기록했다. 차준환 측은 "부츠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다. 부츠를 여러 개 놓고 선별작업을 계속 했지만 딱 맞는 부츠가 없었다. 부츠에 적응하는 시간도 필요한데, 대회까지 그 시간이 촉박했다"고 말했다.

지난 1월 국내대회에서 부츠에 테이핑을 한 채로 경기를 치르고 있는 차준환.

지난 1월 국내대회에서 부츠에 테이핑을 한 채로 경기를 치르고 있는 차준환.

차준환의 부츠 문제는 오래됐다. 지난 1월 국내대회에서 부츠가 물렁물렁해져 테이핑을 한 채로 뛰었다가 넘어졌다. 세계주니어선수권 대회에서는 맞는 부츠를 구하지 못해 일반 스케이트를 신고 경기에 나가기도 했다.

피겨에서 부츠는 전쟁터에 나가는 군인이 든 총과 같다. 아무리 실력이 좋은 피겨 선수라도 부츠가 맞지 않으면 제대로 연기를 보여줄 수 없다. '피겨 여왕' 김연아(은퇴)도 지난 2006년 부츠 문제로 은퇴를 생각하기도 했다. 김연아는 예전에 한 인터뷰에서 "계속 신던 스케이트 부츠가 어느 순간부터 헐어버렸다. 6개월 신던 부츠를 3개월, 2개월, 일주일 간격으로 바꿔 신었고 신발 때문에 고생을 하다보니 발에 부상을 입기도 했다. 너무 지쳐서 그만두고 싶었다"고 했다.

'피겨 여왕' 김연아가 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삼성 갤럭시★스마트에어컨 올댓스케이트 2014' 아이스쇼에서 뮤지컬 '리틀 나이트 뮤직'(A Little Night Music)의 OST '어릿광대를 보내 주오(Send in the Clowns)'에 맞춰 열연을 펼치고 있다.

'피겨 여왕' 김연아가 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삼성 갤럭시★스마트에어컨 올댓스케이트 2014' 아이스쇼에서 뮤지컬 '리틀 나이트 뮤직'(A Little Night Music)의 OST '어릿광대를 보내 주오(Send in the Clowns)'에 맞춰 열연을 펼치고 있다.

왜 선수들에게 꼭 맞는 부츠를 찾을 수 없는 걸까.

전문 피겨 선수들은 자신의 발에 꼭 맞는 부츠를 제작해서 쓰는데, 캐나다·유럽 등의 부츠 장인에게 맡기고 있다. 국내에서 쇼트트랙·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선수들의 부츠를 제작하는 곳은 있지만, 전문적으로 피겨 부츠를 제작하는 곳은 없다.

2016 위아자 나눔장터. 연예계 소장품 기증. 피겨 선수 김연아의 친필 사인이 담긴 스케이트화.

2016 위아자 나눔장터. 연예계 소장품 기증. 피겨 선수 김연아의 친필 사인이 담긴 스케이트화.

쇼트트랙·스피드스케이팅 부츠를 제작하는 삼덕스포츠 유오상 대표는 "현재 한국에는 막 피겨에 입문한 어린이들이 신는 부츠만 대량으로 제작한다. 전문 선수용 맞춤 부츠는 비용이 많이 들어 쉽게 제작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외국에 의뢰하다보니 부츠를 제작하고 전달받는 시간까지 오래 걸린다. 훈련 도중 고쳐야 할 부분이 생겨도 수선하기 어렵다. 선수에게는 부츠를 새로 교체하는 것이 큰 스트레스일 수밖에 없다. 유오상 대표는 "국내에 부츠 문제에 대해 바로 고쳐주는 곳만 있어도 선수들에게는 큰 도움이 될텐데 현재는 여의치 않다"고 했다.

평창동계올림픽을 준비하는 피겨 선수들에게 딱 맞는 부츠는 찾는 건, '복불복'이라는 이야기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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