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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당국간 회담 이어 민간 교류도 꽁꽁

중앙일보

입력

지난달 17일 정부의 군사당국회담과 적십자회담 제안에 무응답으로 일관하고 있는 북한이 민간 차원에서 진행하는 8·15 광복절 공동행사를 사실상 거부했다.

고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 추도식 불허, 광복절 민간 공동행사도 난색

광복절 남북 공동행사를 추진해온 6·15 공동선언 실천 남측위원회(이하 남측위) 관계자는 2일 "6·15 남북 공동행사가 준비 시간 등의 부족으로 무산된 이후 8·15 공동행사를 추진해 왔다"며 "북측이 최근 올해 광복절 기념행사를 남북이 따로 하자는 팩스를 보내왔다"고 전했다.

휴전선 일대에서 적대행위를 중단하고,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위한 남측 당국의 회담 제안에 묵묵부답하던 북한이 응답을 했다는 점에선 긍정적으로 볼 수 있지만 민간차원의 교류도 하지 않겠다는 뜻이어서 당분간 남북 경색이 이어질 전망이다. 북측은 오는 4일 고(故)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의 추도식을 금강산에서 진행하기 위한 협의를 하자는 현대아산의 제안에도 "올해는 어렵게 됐다"며 문을 열지 않았다.
 북한이 남측위에 팩스를 보낸 날은 지난달 28일로,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인 화성-14형이 2차 시험발사를 실시한 당일이다. 그럼에도 북한은 팩스에서 이달 말 예정된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한미합동군사연습 등을 거론하며 "이러한 정세는 우리(북한)를 조선반도 평화를 수호하는 자위적 억제력을 더욱 강화하는 길로 떠밀고 있으며, (남북) 민간 협력과 교류에 앞서서 민족의 생존을 지키기 위한 조미(북미) 대결전에 온 정력을 쏟아붓게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북측은 우리 정부를 향해 "북남 선언 존중과 대화를 공언하고 있지만, 양립할 수 없는 제재와 대화 병행을 제창하며 진정성 없는 양면술책에 매달리고 있다"며 비난했다고 한다. 북한의 입장을 대변해온 재일조선인총연합회(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도 2일 "낡은 질서의 타파는 북남관계 발전과 통일의 기회인데 남조선의 현 집권자는 정세를 오판하고 있다"며 "조선의 전략적 지위가 달라진 현실을 바로 보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국과 '큰 싸움'을 벌이고 있는 북한이 문재인 정부와의 대화에 부정적인 기류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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