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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고개 드는 미·중 한반도 빅딜론 … 코리아 패싱은 없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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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30면

지난달 28일 감행된 북한의 2차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시험 후 미국 조야에서 미·중 직거래론이 부각돼 적잖은 우려를 낳고 있다. 이 주장은 북한 핵미사일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미국이 중국과 직접 담판을 지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 외교의 전설인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은 “북한 정권 붕괴 이후 주한 미군을 대부분 철수시키겠다고 중국에 약속해 주라”고 미 행정부에 조언했다고 한다. 그래야 중국도 통일 후 국경지대까지 미군이 밀고 오는 상황을 피할 수 있어 김정은 정권의 붕괴를 용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제이 레프코위츠 전 미 북한인권특사는 남한 주도 통일을 골자로 한 ‘하나의 한국’ 원칙을 버리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반도 전체가 친미 정권에 의해 장악된다는 중국의 불안을 씻어주려면 이 방법밖에 없다는 논리다.

이 같은 주장이 관철되면 우리가 가장 경계해 온 ‘코리아 패싱(Korea passing)’, 즉 한국의 입장을 외면한 채 강대국끼리 북한 문제의 해법을 정하는 최악의 사태가 올 수 있다. 미국이 통일 후 미군을 빼면 한·미 동맹을 안보의 근간으로 삼아 온 우리로서는 나라 방어에 메울 수 없는 큰 구멍이 생기는 셈이다. 중국·러시아 등 군사 대국에 둘러싸인 우리에겐 북핵 위협만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하나의 한국’ 원칙 포기는 이보다 더 심각하다. 남한 주도 통일을 지지하지 않겠다면 김정은 정권 대신 다른 세력이 집권할 경우 북한의 존속을 용인하겠다는 얘기로 들린다. 이럴 경우 남북 분단의 고착화를 피할 수 없게 된다.

북한의 이번 도발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자신이 “북한 문제를 잘 다룰 것”이라고 밝혀 어떤 초강수가 튀어나올지 모를 살얼음판이다. 우리의 국익이 무시되는 코리아 패싱이 일어나지 않도록 정부는 한·미 간 소통에 신경을 곤두세워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