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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 언(言)플루언서]내가 중국 가전을 사다니…샤오미 로봇 청소기를 논하다

중앙일보

입력

써 보니 어때?”

쇼핑의 세계에서 먼저 사용해본 이들의 ‘후기’가 갖는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문제는 믿고 본 후기에도 광고를 감춘 '가짜'가 섞여 있다는 것. 속지 않고 쇼핑할 방법이 없을까. 그래서 '쇼핑 언(言)플루언서'가 나섰다. 친구와 수다 떨듯 사적으로, 그래서 아주 솔직하게 적어 내려가는 사용 후기를 연재한다. 다만 내 이름 석 자를 걸기에 양심껏, 한 점 거짓이 없다는 것만 밝히겠다. 직접 찍은 사진과 동영상은 백화점 쇼윈도보다 훨씬 생동감 있는 정보가 될 것이라 자신한다. 이번에는 샤오미 로봇 청소기다.

29만원대인 샤오미 로봇 청소기를 6개월간 사용해 봤다. 

29만원대인 샤오미 로봇 청소기를 6개월간 사용해 봤다. 

평생 그런 일은 없을 줄 알았다. 중국산 가전을 내 돈 주고 사는 일 말이다. 물론 샤오미는 호감 가는 브랜드이긴 하다. 이미 스마트폰 휴대용 배터리를 구입해 몇 년간 요긴하게 사용해왔다. 하지만 로봇 청소기는 얘기가 다르다. 꽤나 섬세한 기술력을 요하는 본격적인 가전이기 때문이다.
샤오미 로봇 청소기는 2016년 9월 '미 로봇 배큠(Mi Robot Vacume)'이라는 이름을 달고 공식 출시됐다. 한국에서는 아직 미출시 상태다. 그런데도 2017년 봄부터 입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직구로 사용해봤다는 이들의 후기가 온라인에 오르내리면서 자연스레 관심을 갖게 됐다.
사실 로봇 청소기 구입은 오랜 숙원 사업이었다. 주말에 겨우 짬을 내 일주일에 한 번 청소기를 돌리는 것만으로는 깔끔한 집 상태를 유지하기 어려웠다. 그렇다고 맞벌이 부부가 주중에 청소기를 꺼내 돌리는 일은 불가능했다. 피곤하기도 하려니와 퇴근 후 청소기 돌리는 일은 층간소음 문제가 만연한 아파트 생활자에게 금기와도 같으니까.
퇴근 후 집에 들어섰을 때 누군가 깨끗이 청소해놓은 말끔한 집을 마주할 수 있다면. 기계가 답이었다. 스스로 청소하는 로봇 청소기를 사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리고 샤오미를 만났다.

직구의 불편도 무릅쓸만한 가격

어떤 제품이든 구입 전 온라인 검색은 필수다. 포털 사이트 검색창에 ‘로봇 청소기’를 입력했다. 처음엔 샤오미를 염두에 두진 않았다. 당연히 삼성과 LG에 눈길이 갔다. 여러 제품을 봤지만 딱히 ‘이거다’ 할 만한 제품은 없었다. 사실 너무 비쌌다. 괜찮은 최신 제품을 사려면 80만~90만 원은 줘야했다. 메인 청소기가 아닌 보조 청소기로 사용하는 제품에 쏟을 만한 예산은 아니었다. 게다가 디자인도 끌리지 않았다. 검정색 혹은 짙은 자주색, 짙은 감색 외관에 매끈한 곡선을 가진 전부 엇비슷한 디자인이었다. 디테일이 너무 많고, 지나치게 무거워보였다.

중국 가전 답지 않게 간결한 디자인의 샤오미 미 로봇. 

중국 가전 답지 않게 간결한 디자인의 샤오미 미 로봇. 

그러다가 하얗고 동그란 샤오미를 발견했다. 가격도 훌륭했다. 대략 20만 원대 후반에서 30만 원대 초반이었다. 중국 현지 출시 가격은 1699위안. 한화로는 28만3000 원 정도다.

애플·발뮤다를 닮은 디자인

그냥 저렴하기만 했다면 중국산 가전이니 당연하게 여겼을 것 같다. 하지만 간결한 디자인이 끌렸다. 화이트 컬러에 군더더기 없이 둥근 형태. 마치 일본 가전을 보는 것 같았다. 발뮤다·애플 등 디자인 혁신을 이룬 일본과 미국 브랜드를 적극적으로 벤치마킹(?)하는 샤오미 다웠다. 한마디로 디자인과 가격 면에서 우월했다.

샤오미 미 로봇 포장 박스. 일본 가전 브랜드 '발뮤다'를 그대로 빼닮았다. 

샤오미 미 로봇 포장 박스. 일본 가전 브랜드 '발뮤다'를 그대로 빼닮았다. 

일주일 정도의 검색 기간을 거쳐 3월 중순 적당한 직구 사이트 하나를 골라 주문했다. 지불 가격은 29만원. 관세와 배송비까지 포함된 가격이다. 제품은 일주일도 안 돼 도착했다.

샤오미 미 로봇 구성품. 본체와 충전 도크로 구성되어 있다. 

샤오미 미 로봇 구성품. 본체와 충전 도크로 구성되어 있다. 

전체 구성은 본체와 충전 도크로 비교적 간단했다. 본체 크기는 생각보다 큰 편이다. 지름 38cm 높이 8cm다. 무게는 3.8kg으로 가볍지 않다. 또 중국 내에서 사용하는 110V 전용 제품이라 220V 어댑터가 필요하다.

샤오미 미 로봇의 뚜껑 안쪽. 투명한 먼지통이 보인다. 먼지가 얼마나 찼는지 눈으로 보여 편리하다. 

샤오미 미 로봇의 뚜껑 안쪽. 투명한 먼지통이 보인다. 먼지가 얼마나 찼는지 눈으로 보여 편리하다. 

디자인은 간결한 편이다. 공간을 감지하는 센서부가 둥글게 튀어 올라와 있고, 하단에는 전원 버튼과 홈 버튼이 있다. 홈 버튼을 누르면 청소 중에도 충전 도크로 돌아간다. 뚜껑을 열어보면 투명한 먼지통이 보인다. 먼지가 얼마나 채워졌는지 쉽게 확인할 수 있는 디자인이다. 뒤집으면 먼지와 이물질을 흡입하는 흡입구가 있다. 스크류바 모양의 브러시가 달려있다.

뒤집으면 스크류 모양 브러시가 달린 흡입구가 있다. 

뒤집으면 스크류 모양 브러시가 달린 흡입구가 있다. 

진작 살 걸, ‘열일’하는 로봇

과연 잘 작동할 것인가. 워낙 중국산에 대한 믿음이 부족하기에 솔직히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구입했기에 적당히 청소만 잘 되면 그만이라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기대가 워낙 낮았던 탓일까. 오히려 기대 이상으로 훌륭했다.
일단 로봇 청소기니 두 가지 면은 충족시켜야 했다. 똑똑할 것, 그리고 청소를 잘 할 것. 일단 흡입력은 괜찮은 편이었다. 샤오미가 지나간 자리에는 당장 눈에 보이는 머리카락이나 이물질이 없었다. 물론 미세 먼지까지 잡아준다는 최신식 진공 청소기와 비교할 바는 못된다. 그래도 손을 직접 쓰지 않고 이 정도 청소 능력이면 보조 청소기로서는 더할 나위 없었다. 소음도 크지 않았다. 유선 진공청소기를 사용할 때 정신을 혼미하게 만드는 소음의 딱 절반 정도 수준이다. 일반적인 드라이기 소음보다도 적은 편이다.
사실 샤오미 로봇 청소기를 들여놓고는 기존의 유선 진공청소기는 잘 사용하지 않게 되었다. 주말에 한 번 돌리던 청소기를 한 달에 한 번꼴로 사용했다. 거대한 청소기를 꺼내 코드를 꽂고 이리저리 방마다 돌아다니면서 청소를 하는 수고가 너무 귀찮게 느껴졌다. 이삼일에 한 번씩 샤오미 로봇 청소기를 돌리는 것만으로 말끔한 집안 상태가 유지되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회사에서 앱으로 집 청소

샤오미의 '미홈' 애플리케이션.

샤오미의 '미홈' 애플리케이션.

요즘에는 습관처럼 외출 전에 샤오미 로봇 청소기를 작동 시켜 놓고 나간다. 돌아와 보면 추가 청소가 필요 없을 정도로 집 바닥이 깔끔해져있다. 리모콘이 따로 없는 샤오미는 모든 것을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조작한다. 스마트폰에 ‘미홈(MI HOME)’ 앱을 다운로드 한 뒤 기계를 등록하면 작동 및 관리를 손쉽게 할 수 있다. 퇴근 직전 회사에서 앱으로 미리 작동 시켜 놓기도 한다. 퇴근 후 현관문을 열면 마술처럼 깨끗해진 집을 마주하는 기분이 썩 좋다.

리모콘 대신 스마트폰 앱으로 작동하는 샤오미 미 로봇. '동글이'라는 애칭을 붙여줬다.

리모콘 대신 스마트폰 앱으로 작동하는 샤오미 미 로봇. '동글이'라는 애칭을 붙여줬다.

샤오미 전용 앱으로 청소 과정을 살펴 볼 수도 있다. 샤오미 로봇 청소기 사용자들이라면 누구나 칭찬해 마지않는 매핑(mapping) 기술이다. 자신이 지나가는 길을 인식해 전체 청소 공간을 지도처럼 그려내는 기술이다. 장애물과 벽 등 지나가는 길을 인식해 청소 공간의 도면을 스캔해 스마트폰 화면에 띄워준다. 청소기가 그린 지도를 살펴보면 탁자나 화분 등 작은 장애물도 모두 센서로 감지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만큼 섬세한 센서 기술이 탑재되어 있다는 얘기다. 또한 현재 얼마나 청소가 진행되었는지, 혹시 청소기가 이상한 곳에 멈춰 있지는 않는지 등을 언제 어디서든 확인할 수 있다. 청소가 완료되면 청소를 완료한 면적과 퍼센트, 총 시간, 배터리 잔량 등이 함께 표시된다.

스마트폰 앱을 통해 청소 공간의 지도를 그린 후 청소 상태를 한 눈에 보여준다. 청소한 부분과 하지 않은 부분이 표시된다. 노란점이 청소기의 현재 위치, 녹색이 충전 도크다. 청소를 마치면 충전 도크로 돌아간다. 

스마트폰 앱을 통해 청소 공간의 지도를 그린 후 청소 상태를 한 눈에 보여준다. 청소한 부분과 하지 않은 부분이 표시된다. 노란점이 청소기의 현재 위치, 녹색이 충전 도크다. 청소를 마치면 충전 도크로 돌아간다. 

절대 집은 안 나가요

가끔 온라인상에 로봇 청소기가 집을 나갔다는 ‘웃픈’ 사연이 올라오기도 한다. 집 안과 집 밖을 감지하지 못해 문이 열린 상황에서 아예 현관 밖으로 나가버린다는 것이다. 물론 다른 로봇 청소기를 사용해보지 않아서 이것이 실제 일어 날 수 있는 상황인지는 모르겠다. 다만 적어도 샤오미 로봇 청소기는 집을 나갈 염려가 없다. 턱을 감지하는 센서가 수준급이기 때문이다. 자세히 살펴보니 턱이 있는 욕실이나 다용도실, 현관 쪽으로는 턱을 감지하면서 둥글게 몸을 돌려 지나간다. 신기한 것은 탁자 다리나 1cm 정도의 카펫 등은 턱으로 감지하지 않고 그대로 넘어 안쪽까지 청소하는 ‘기지’를 발휘한다. 벽을 감지하는 능력도 탁월하다. 벽을 따라 몸을 둥글게 돌려가며 빠진 부분 없이 청소를 해 낸다.

샤오미 미 로봇은 똑똑한 센서를 가지고 있다. 벽과 턱을 감지하며 요리조리 돌아다니는 모습이 제법 귀엽다. 

샤오미 미 로봇은 똑똑한 센서를 가지고 있다. 벽과 턱을 감지하며 요리조리 돌아다니는 모습이 제법 귀엽다. 

청소 중간 배터리가 20% 이하가 되면 청소 하던 중 다시 충전기로 돌아가 스스로 배터리를 보충하는 똑똑함까지 갖췄다. 일일이 충천을 지시하지 않아도 알아서 움직인다. 배터리가 방전되어 집 안 어딘가에 처박혀 있는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는다는 얘기다.

꼼꼼한 건 좋은데 오래 걸려

단점을 꼽자면 오래 걸리는 청소 시간이다. 유선 청소기를 끌며 아무리 꼼꼼하게 청소해도 20분을 넘기기 힘든 85㎡(25평) 아파트를 샤오미 로봇 청소기는 무려 40분 가량을 들여 청소한다. 경로를 자세히 살펴보니 한 자리를 한 번만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두 번, 혹은 세 번까지도 지나가는 탓이다. 지나치게 꼼꼼하다. 때문에 급하게 청소를 해야 할 때는 그냥 유선 청소기를 꺼내 직접 청소하는 편이 낫다.
한국 정식 출시 제품이 아니라서 한국어 지원이 되지 않는다는 것도 아쉽다. 물론 ‘청소 시작’‘충전중’과 같은 간단한 중국어 안내가 나올 뿐이라서 사용하는 데 큰 불편은 없다.

한국에 정식수입되지 않아 220v가 아니라 110v다. '돼지코'가 필요하다. 안내 음성도 중국어 뿐이다. 

한국에 정식수입되지 않아 220v가 아니라 110v다. '돼지코'가 필요하다. 안내 음성도 중국어 뿐이다. 

총평

청소의 신세계가 열렸다. 힘들이지 않아도 깨끗한 집 상태가 유지된다. 무엇보다 외출 후 집에 들어설 때 늘 깔끔한 바닥이 감동스럽기까지 하다. 청결한 상태가 늘 유지되었으면 하면서도 직접 청소기를 드는 노력은 하지 않는 게으른 성격의 사람이라면 한 대 들여 놓길 바란다. 효자 노릇 톡톡히 할 것이다.
이 정도 가격에 이 정도 성능. 무섭기까지 하다. 흡입력이 좋을 뿐 아니라 센서의 수준도 높다. 벽과 턱을 감지하고 가구와 장애물을 요리조리 피해다니며 구석구석 청소한다.
다만 눈으로 보면서 꼼꼼히 청소를 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 성격이 급한 사람에게는 추천하지 않겠다. 소형 평수 아파트 전체를 청소하는 데도 30~40분은 소요되니 말이다. 아직 고장날 기미는 보이지 않지만, 만약 문제가 생겼을때 수리를 어떻게 해야할지 생각하면 난감하다. 그런 차원에서 한국에 정식 출시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 안에 고장이 나지 않기만을 바랄 뿐. ★★★★☆(5개 만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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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영상=송현호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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