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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책상 지도와 낙하 동영상을 분석했더니 …북한 재진입 기술 확보 주장에 잇따른 의구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북한은 지난달 4일과 28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을 발사하면서 ICBM의 최종 관문인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대기권 재진입 기술은 ICBM의 탄두부가 대기권을 벗어났다가 다시 돌입한 뒤 목표를 정확히 타격하도록 유도하는 기술이다. 그러나 북한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는 분석이 해외에서 속속 나오고 있다.

일본의 영자지인 재팬타임스는 지난달 30일 미국의 민간 정보연구소인 스트러티직 센티널의 보고서를 인용해 지난달 4일 화성-14형 1차 발사 때 당초 목표 지점은 일본 영해(영토에서 22㎞이내)였다고 밝혔다. 홋카이도(北海道)의 오쿠시리(奧尻) 섬 인근 해역이다. 실제 탄착 지점은 일본의 배타적 경제수역(EEZ·250㎞ 이내)이었다. 북한 매체는 “공해상 설정된 수역”이라고 주장했다.

스트러티직 센티널은 증거로 사진 속의 지도를 제시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쌍안경으로 발사 장면을 지켜보던 북한의 선전 사진이다. 지도는 당시 책상 위에 놓였다. 지도를 특수편집한 결과 흐릿하지만 화성-14형의 예상 궤도가 나왔다. 스트러티직 센티널 측은 “지도는 5월 14일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인 화성-12형 발사 사진에 나온 시험사격 약도와 동일한 형식”이라고 설명했다. 지도 상 목표 지점은 실제 탄착 지점보다 훨씬 일본과 가깝게 그려졌다.

스트러티직 센티널의 최고경영자(CEO) 라이언 배런클러는 중앙일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목표 지점과 탄착 지점이 달라진 이유를 알 수 없다”면서도 “북한의 미사일 기술이 아직 모자라거나, 북한이 일본에 실제 미사일을 쏠 수 있다는 걸 과시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폴 셀바 미 합참차장은 지난달 18일(현지시간)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북한의 ICBM(화성-14형)이 미국 일부 지역에 도달할 수 있으나 정확성은 많이 떨어진다”고 증언했다.

마이클 앨먼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선임연구원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북한 전문 매체 38노스에 “지난달 28일 발사한 화성-14형은 재진입에 실패했다”는 내용의 기고문을 올렸다. 앨먼은 당시 일본 NHK가 홋카이도에서 촬영한 재진입체 낙하 영상을 분석했다.

영상에 따르면 당시 화성-14형의 재진입체는 6~8㎞ 고도 상공에서 구름을 뚫고 섬광 모습으로 내려 오더니 4~5㎞에서 불빛이 가장 커졌다. 이때 작은 물체들을 흩뿌리고 발광성 증기 꼬리를 달고 떨어다가 3∼4㎞ 상공에서 빛을 잃고 빠르게 사라졌다. 앨먼은 “재진입체가 마찰과 고열을 견디지 못해 (여러 조각으로) 분해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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