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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연세대 학생 “후원금 요구한 강사, 출석과 학점 빌미로 돈 요구 정황”

중앙일보

입력

연세대학교 신촌 캠퍼스 [사진 연세대]

연세대학교 신촌 캠퍼스 [사진 연세대]

연세대의 한 강사가 기말고사 기간에 자신의 수업을 듣는 학생들에게 후원금 명목으로 돈을 빌려달라고 요구해 물의를 빚고 있다. 이 사실은 돈을 빌려달라고 요구받은 학 학생이 지난달 27일 페이스북 계정인 연세대 대나무숲에 관련 내용을 올리면서 알려졌다. 이후 ”비슷한 경험이 있다“는 이들의 폭로가 이어지고 있다.

체육 수업 강사 “후원금 빌려달라” #수강생 “출석ㆍ학점 빌미 돈 요구” #대학은 진상 조사 들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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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요구받았다는 또 다른 학생은 “‘이자를 쳐서 갚을 테니 150만 원을 구해달라’는 전화를 나도 받았다. 150만 원을 구하기 힘들다고 하자 3일 후에 ‘80만원만이라도 가능하냐’는 전화가 또 왔다”며 “강사 A씨가 결석이 잦은 체육 전공 학생들에게 출석과 학점을 무기로 돈을 요구한 정황이 있다”고 말했다.

문제가 된 인물은 스포츠 관련 학과에서 1학점짜리 축구 강의를 진행하는 A강사였다. B씨는 “체대생들에게만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해 부끄럽지만 조용히 넘어가려 했다”며 “A강사가 출석과 학점을 무기로 돈을 요구한 정황이 있다”고 주장했다.

B씨는 “수업에 럭비 등 체육 전공 학생들이 많았다. 이들은 잦은 훈련과 시합으로 출석률이 낮았는데, 학교는 수업의 3분의 1 이상 결석하면 F 학점을 준다. 평소 결석이 잦았던 전공생 둘은 A강사의 요구에 150만 원을 모아서 줬다는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A강사는 평소 수업 중 출석 체크를 안 했는데, 학생들이 이를 지적하면 “누가 출석했는지 내가 다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B씨는 “돈을 준 학생들의 출석을 인정하려는 시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만약 출석을 인정받으려 돈을 준 것이 확인되면 학생들도 처벌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말고사 때인 6월 초뿐만 아니라 중간고사 기간인 4월 말에도 전화를 받은 학생들이 있다고 한다. 이들은 심리적인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고 말했다.

학교 측은 단과대 차원에서 피해 학생들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다. 연세대 관계자는 “A강사가 더는 수업을 못 하도록 했고, 법적인 조치를 취할지 여부도 검토 중이다”고 말했다.

송우영 기자 song.woo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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