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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화호에 날아든 쇳덩이, 알고보니 그 열차 부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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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지난달 30일 여수엑스포역행 무궁화호 열차 차창으로 날아든 너트 모양의 쇳덩이. 길이 20㎝, 무게 10㎏에 달하는 쇳덩이는 기관차 연결부위에서 떨어진 열차 부품으로 확인됐다. [사진 철도특별사법경찰대]

지난달 30일 여수엑스포역행 무궁화호 열차 차창으로 날아든 너트 모양의 쇳덩이. 길이 20㎝, 무게 10㎏에 달하는 쇳덩이는 기관차 연결부위에서 떨어진 열차 부품으로 확인됐다. [사진 철도특별사법경찰대]

지난달 30일 서울을 출발해 여수엑스포역으로 향하던 무궁화호(1507호) 열차의 차창(가로 2m·세로 1m)으로 날아든 무게 10㎏의 너트 모양 쇳덩이는 해당 무궁화호의 기관차 연결부위에서 떨어져 나간 부품인 것으로 밝혀졌다.

기관차 연결부위서 떨어진 뒤 #철로 옆 구조물 맞고 튀어오른 듯 #다른 칸 차체 밑에도 부품 튄 흔적 #철도경찰 “정비 불량 가능성 조사” #코레일 “모든 열차 특별점검할 것”

코레일은 31일 “기관차와 일반 열차 연결장치의 하부에 설치된 내부 부품이 떨어져 객차 창을 파손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해당 부품이) 떨어져 나간 원인과 객실 유입 경위 등에 대해 정확한 원인을 철도특별사법경찰대에서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코레일 일반차량처의 허연 부장은 “해당 열차는 8칸의 객실이 있었는데 기관차와 연결된 부위에서 떨어져 나간 부품이 열차 옆의 콘크리트 구조물 등을 맞고 튀어올라 객실 유리창으로 튀어 들어온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사고가 난 객차는 끝에서 두 번째 칸이고, 그 이전 칸에서는 차체 밑부분에 부품이 튄 흔적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다른 코레일 관계자는 “앞쪽 칸 승객들로부터 차체에 큰 물체가 충돌하는 충격음을 들었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전했다.

결국 열차 앞부분의 하체에서 떨어져 나간 부품이 시속 100㎞ 이상으로 달리는 열차 속도에 의해 강하게 열차 옆으로 튀어나갔다가 열차 옆의 또 다른 물질에 맞고 방향을 바꿔 다시 열차 쪽으로 날아왔다는 추정이다.

부품이 열차에서 빠진 원인은 정비 불량일 가능성이 크다. 철도특별사법경찰대 관계자는 “열차 밑의 자갈 등이 튀어올라 열차 연결부위에 충격을 줄 순 있지만 아무리 충격이 크더라도 정비가 잘 돼 있으면 부품이 떨어져 나갈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코레일로부터 정비일지 등 정비기록 일체를 넘겨받아 조사 중이며 역학 관계 등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도 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철도특별사법경찰대는 사고 이후 코레일 관계자 등을 상대로 참고인 조사를 벌여 날아든 쇳덩이의 용도·사용처 등을 파악해왔다. 사고 객차 안에서 증거물로 확보한 쇳덩이는 팔각형 너트 모양 형태(길이 20㎝·두께 4㎝)다. 정확한 무게는 10.02㎏. 표면에는 긁힌 흔적이 있고 일부 끝부분은 깨져 떨어져 나가는 등 마모가 진행돼 있었다.

이번 사고는 국철 기준으로 군포역~의왕역 사이에서 발생했으며 주변에 폐쇄회로TV(CCTV)가 설치돼 있지 않아 초기 사고 원인 파악에 애를 먹었다. 특히 해당 쇳덩이가 어디에서 나타났는지를 찾아내는 작업에 시간이 오래 걸렸다.

전날 사고로 무궁화호 열차 안에 타고 있던 김모(45·여)씨 등 승객 7명이 파편에 얼굴·다리를 긁히는 등의 피해를 봤다. 일부 승객은 “파편이 눈에 들어갔다”고 고통을 호소하기도 했다. 수원역에서 병원으로 옮겨진 환자들은 치료를 받고 모두 퇴원한 상태다.

코레일 관계자는 “기관차 연결장치 부품에 대해서는 별도 팀을 구성해 전량 특별점검을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토교통부와 교통안전공단도 특별점검반을 꾸려 1일부터 현장 점검에 나선다.

앞서 코레일은 불량 누전차단기에 청테이프만 붙인 채 운행을 강행하고, 1급 발암물질이 함유돼 재활용이 금지된 폐침목으로 ‘ITX-청춘’용 승강장과 계단을 만들었다가 논란이 된 바 있다.

또 KTX 특실을 일반실로 무단 개조했다가 국토교통부로부터 이행중지 명령을 받는 등 안전불감증이 도를 넘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함종선 기자, 수원=김민욱 기자 ham.jongs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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