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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양숙의 Q] 세계 1위 도시락 회사 CEO, 꽃집을 열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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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미국에 작은 김밥 가게가 생겼다. 그로부터 12년 후, 그 작은 김밥 가게는 전 세계에 1300여 지점을 둔 연 매출 3000억원의 도시락 회사로 성장했다. 미국 나스닥에 상장 준비 중인 재미교포 기업 '스노우폭스'의 이야기다. 그 신화의 주인공 김승호(53). 그는 이미 7개의 계열사를 가지고 있지만, 상상과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 나를 위한 꽃집, '스노우폭스플라워'로 새로운 도전에 나선 김승호 회장을 '배양숙의 Q'가 만났다.

불편한 것을 개선하는 게 사업 #나를 위한 꽃 파는 꽃집 열어

김승호 회장은 지난 달 26일 서울 선릉역 앞에 '스노우폭스플라워(SNOWFOX FLOWERS)'를 열었다. 장진영기자

김승호 회장은 지난 달 26일 서울 선릉역 앞에 '스노우폭스플라워(SNOWFOX FLOWERS)'를 열었다. 장진영기자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바쁜 일정을 보내고 계시네요?
“네. 미국에 주력 사업이 있지만, 서울에서 글로벌 경영, 외식 경영과 관련해 여러 가지 강연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스노우폭스플라워'라는 신규사업을 론칭해 한국을 자주 방문하고 있습니다.”
작은 도시락 가게가 계열사 7개, 연 매출 3000억원의 회사로 성장했습니다.
“도시락 사업 초기에는 미국 내에서 매장 하나하나를 열었어요. 미국 전역에 매장을 보급한 후에는 다른 나라에 사업 패키지를 팔았고요. 그렇게 여러 나라에 패키지를 팔고 나니 제가 할 일이 없어지더라고요. 그래서 새로운 사업을 구상했죠. 현재 회사가 7개인데, 내가 살면서 불편한 것을 개선하면 사업이 돼요. 그게 상품이든, 서비스든. 이런 식으로 사업의 영역을 확장해 나가는 거예요.”
왜 꽃가게로 새 사업을 시작했나요?
“개인적으로 꽃을 굉장히 좋아해요. 미국에서는 마트에 가면 질 좋은 꽃을 쉽게 살 수 있어요. 그런데 한국은 꽃집들이 대부분 지하에 있고 꽃 상태도 안 좋더라고요. 제가 본 한국의 꽃집들은 진짜 꽃을 판다기보다는 경조사용 꽃을 포장하는 선물 가게에 가까웠어요. 그럴 수밖에 없는 게 한국은 꽃 시장의 80%가 경조사 시장이에요. 제대로 된 꽃을 사려면 서울 양재동 화훼센터나 박람회에 가야 하니까 구조적으로 개인 시장은 늘어날 수가 없죠. 그래서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꽃을 살 수 있는 사업을 생각하게 됐어요. 소비자 입장에서는 꽃을 편하게 살 수 있고 꽃 시장으로선 매출이 증가하니까 공동 이익이죠.”
편하게 꽃을 사고 싶어서 차린 사업이 화훼산업에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있겠네요.
“실제로 aT화훼센터에서 많은 관심을 보였어요. 그 동안 원예업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지만 산업으로는 연결되지 않았거든요. aT화훼센터에서는 제 가게가 서울의 비싼 임대료를 이겨내고 살아남는다면 화훼산업에 일대 변화가 일어날 거라고 기대하고 있어요.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요. 제 비즈니스 구조 속에서 원예시장이 자생할 수 있다면 원예시장은 어마어마하게 커질 거에요.”
스노우폭스플라워 매장에서 만난 김승호 회장과 배양숙. 장진영기자

스노우폭스플라워 매장에서 만난 김승호 회장과 배양숙. 장진영기자

스노우폭스플라워 시작을 위해 가족과 함께 한국으로 오셨습니다. 평소 가족과 어떻게 지내나요?
“제 개인시간 대부분을 가족과 함께 보내요. 특히 아내하고는 항상 같이 다니죠. 오늘도 중앙대에서 제자 200명이 모이는데 아내랑 같이 갈 거에요. 그런데 한국 사회에서는 아내랑 같이 다니는 것을 낯설어 하더라고요. 저는 사업 파트너랑도 저녁식사를 하지 않아요. 저녁 시간에는 항상 가족과 같이 있죠.”
한국 경영자들 대부분은 그렇지 않잖아요.
“경영자들은 그렇지 않다고, 그럴 수 없다고 하겠죠. 하지만 저는 인맥과 술자리로 이어지는 사업 문화가 점차 줄어들 거라고 봅니다. 여성 사업가들이 많아지면서 일을 합리적으로 하는 경향이 확장되고 있지 않습니까? 지금은 일을 같이 할 때 인간관계를 잘 맺는 사람보다 확실한 실적을 보여주는 사람이 경쟁력 있는 시대에요.”
한국과 미국의 기업문화는 어떻게 다른가요?
“제가 아는 CEO는 미국에 매장이 3000개 이상 있는데, 일일이 직원들한테 인사 하면서 할인쿠폰이 달린 명함을 나눠주더군요. 이게 미국 사업가들의 일반적인 모습이에요. 한국도 리더들이 특유의 권위를 내려 놓는 수평적 기업문화로 바뀌어야 합니다.”
김 회장님의 회사운영방식은 남다른 것 같습니다.
“저는 직원들의 자율성을 강조합니다. 독립적으로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거죠. 예를 들어 회사에 납품이나 투자와 관련해서 사람이 찾아와도 저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요. 이미 직원한테 제 권한을 넘겨줬고 저는 그 권한을 절대 침해하지 않거든요. 철학적으로 말하자면 노자의 ‘무위사상’을 접목한 거에요. 아무것도 안 하는 듯 하면서 사업의 정확한 컨셉과 방향을 제시하는 거죠.”
김 회장께서 강조하는 '공정서비스권리'란 무엇입니까?
“한국의 CS(Customer Satisfaction)교육은 일본에서 유입됐기 때문에 소비자 보호와 권리를 강조합니다. 그런데 여기에 직원의 인격이 배제되어 있어요. 사실 저와 직책과 나이가 달라도 사람으로서 겪는 체험은 같거든요. 손님이 어떤 가게의 무례한 직원한테 상처 받으면 다시는 그 가게에 가지 않듯이, 직원도 무례한 고객한테 상처 받으면 그 직업 자체와 인격에 모멸감을 느끼고 떠나요. 그래서 저는 우리 직원들이 일의 영역에서 인격을 존중 받는 것이 당연한 권리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서비스를 제공하고 대가를 받는 것은 공정한 거래니까요.”
공정서비스 권리 안내문과 스노우폭스플라워의 독특한 지침. [사진 스노우폭스]

공정서비스 권리 안내문과 스노우폭스플라워의 독특한 지침. [사진 스노우폭스]

'스노우폭스플라워' 론칭 이후 새로운 사업 계획이 있는지요?
“계열 외식기업인 'jfe 프랜차이즈'가 3500억원 평가를 받아 미국 나스닥에 상장 준비 중입니다. 이는 재미교포 개인회사로는 미국 내 최초이자 해외로 진출한 한인 외식 기업으론 최대 규모로 평가 받은 것입니다.”
이렇게 사업을 일굴 때까지 적잖은 시행착오를 겪었을 텐데요.
“모든 불행의 이면에는 좋은 점들이 항상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일곱 번이나 사업이 망했지만 그 실패 경험에서 배운 것들을 지금 사업을 이룰 때 활용했어요. 제가 만약 실패를 겪지 않고 성공했더라면 지금쯤 망했을지도 몰라요. 제가 겪은 여러 실패들도 결국 성공으로 가는 과정이었기 때문에 실제로는 실패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김 회장님만의 성공을으로 가는 길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6시를 두 번 만나야 합니다. 아침 6시와 저녁 6시. 세상을 이끈 사람들은 모두 아침에 일찍 일어났어요. 해는 이 땅 아래 모든 만물을 일으켜 세우고 번성시킵니다. 그런 아침 해가 떠오를 때 함께하는 사람들은 성공의 첫 계단을 밟고 올라서는 거예요. 또, 책상 서랍과 트렁크, 지갑을 정리해야합니다. 삶에서 정말 중요한 것을 채우려면 빈 공간이 필요하거든요. 그래서 저는 카카오톡 친구도 400명이 넘지 않도록 관리해요. 파트너나 직원, 배우자를 구할 때 이런 부분들을 확인하면 미래가 좀 더 확실해질 겁니다.
'비움'이 중요하다는 김승호 회장의 지갑에는 개인카드 한 장, 법인카드 한 장, 명함 한 장이 전부다. 장진영기자

'비움'이 중요하다는 김승호 회장의 지갑에는 개인카드 한 장, 법인카드 한 장, 명함 한 장이 전부다. 장진영기자

순재산이 5000억원인데, 돈은 어떻게 모아야 합니까?
“저는 돈을 모으기 위한 방법을 ‘수각이론’으로 정리합니다. 절에 가면 개울 혹은 담벼락에서 흐르는 물을 돌로 모아 놓은 것을 수각이라고 하는데, 이 수각을 얼마나 깊게 파느냐에 따라 사람의 돈이 모이거든요. 작은 돈을 벌었더라도 내 마음의 수각이 크면 부자가 될 수 있습니다. 돈을 관리하는 방식은 삶의 태도이고 이런 태도들이 모여서 수각이 커져요. 때문에 돈을 모으기 위해서는 일단 돈을 헛되이 쓰는 생활습관부터 바꿔야 합니다.”
김 회장님께 '돈'이란 무엇일까요?
“돈이란 한 마디로 ‘자유’입니다. 사실 역설적인 건데, 내가 어떤 마음으로 돈을 인식하느냐에 따라 돈은 자유가 될 수도, 속박이 될 수도 있어요. 돈을 내 삶의 도구로 쓰면 자유가 되지만 목표로 삼으면 속박 당하는 거에요. 제가 몇 개의 기업을 가지고 있으니까 매우 바쁠 거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실제로는 한가합니다. 저는 신규사업이나 투자를 할 때에도 바쁘지 않고 제 인생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돈을 써요. 인생은 한 번뿐이니까 때문에 제 인생을 보호하는 거죠. 그렇게 보호된 시간은 친구, 후배, 가족과 함께 보냅니다.”
기업경영 강연을 통해 'CEO 메이커'(사장을 가르치는 사장)로 유명합니다.
“저의 소명 중 하나는 한국의 '사장 문화'를 바꾸는 것입니다. 저는 사람한테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치는 직업이 사장이라고 생각해요. 내가 어떤 사장을 만나느냐, 어떤 회사를 들어가느냐에 따라 한 사람의 인생이 바뀌잖아요. 그래서 저는 사장들의 기본 개념을 바꾸고, 이해시키고, 망하지 않게 교육하는 것을 제 삶의 중요한 사명으로 느껴요. 중앙대학교에서 4학기 동안 교육 과정을 열어 강의했어요. 지금도 분기마다 한 번씩 사장들을 모아서 가르치고 있고요. 제 목표는 제 주변의 100명을 백만장자로 만드는 거에요.”
김승호 회장은 현재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국내 최초의 'CEO 메이커'로 활동 중이다. 장진영기자 

김승호 회장은 현재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국내 최초의 'CEO 메이커'로 활동 중이다. 장진영기자

100세 시대의 삶은 긴 여정인데요, 행복하게 잘 사는 법은 무엇일까요?
“행복한 인생을 살려면 자기결정권이 있어야 합니다. 자기결정권이란 것은 내가 내 인생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능력과 권한이에요. 젊었을 때 최대한 노력해서 자기결정권을 얼마만큼 얻느냐가 인생의 후반을 책임진다고 할 수 있죠. 자기결정권을 얻기 위해서는 내 인생을 내가 책임지고 보호할 수 있을 만큼 재정과 생각에서 확고해야 합니다. 자기결정권을 많이 가질수록 행복해질 수 있고 자신의 100세 인생도 보호될 거에요.”
'제 2의 김승호'를 꿈꾸는 예비 창업자들한테 한 마디 해주세요.
“성공한 사람들의 겉모습만 보지 말고 성공의 이면에 무엇이 있는지 들여다보기 바랍니다. 정말 좋은 선생은 자신의 방법을 강요하며 울타리에 가두는 사람이 아니라 어깨를 내주며 울타리 밖으로 내보내는 사람이에요. 제가 걸어온 길은 하나의 방법일 뿐이고 여러분들은 더 좋은 방식으로 성공할 수 있습니다. 저의 이야기는 그저 하나의 발판으로서 도움이 됐으면 좋겠어요. 인생은 길고 사업은 마흔부터 시작입니다. 마흔까지는 무엇을 하다 어떻게 망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어요. 그러니까 마흔 전에 하는 실패를 두려워 말고 그동안 쌓은 경험을 통해 훌륭한 사업가로 태어나시길 바랍니다.”

“우리의 삶은 이미 완벽하다. 이 우주는 이미 오래전부터 완벽한 상태다. 이 우주 안에 존재하는 우리 또한 이미 완벽한 존재들이다. 당신은 이미 완벽하다. 당신이 행복하길 원하면 아무것도 부족한 것이 없다. 애쓰지 않아도 저절로 그리 될 것이다. 당신이 우주고 우주 전체가 당신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인생에서 실패가 준 경험들을 마음 깊이 존중하며 그 배움을 통해 마흔 이후 멋지게 재기한 CEO 김승호. 농사에서의 유기농법처럼 모든 경영자들이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그의 '초유기적 사업관'이 한국 사회에 퍼지길 간절히 바라며, 김승호 회장의 새로운 '불편'을 기대합니다. 그 '불편'은 사회에 유익한 사업이 되어 줄 것이기에.

배양숙 (사)서울인문포럼 이사장 theore@joongang.co.kr
정리 = 장하니 인턴기자 chang.hany@joongang.co.kr

[제작 현예슬]

[제작 현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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