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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땜 끝에 이룬 32개월만의 우승...활짝 웃은 이미향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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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스코티시 여자 오픈에서 우승한 뒤 활짝 웃는 이미향(왼쪽). [사진 LPGA]

31일 스코티시 여자 오픈에서 우승한 뒤 활짝 웃는 이미향(왼쪽). [사진 LPGA]

 변화무쌍한 스코틀랜드의 날씨처럼 많은 소동들을 겪었다. 그래도 어려움 끝에 이뤄낸 결과는 2년 8개월 만의 우승이었다.

대회 전 골프백 분실 소동, 빌린 클럽으로 연습 치러 #2라운드 간신히 컷 통과, 3라운드부터 무서운 뒷심 #6타 차 역전 우승...올 시즌 LPGA 최다 타수 차 역전승

이미향(KB금융그룹)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와 유럽여자프로골프 투어(LET)가 함께 주관한 스코티시 여자 오픈에서 '깜짝 우승'을 거뒀다. 31일 영국 스코틀랜드 노스 에어셔의 던도널드 링크스코스에서 열린 대회 4라운드에서 6언더파 66타를 기록해 최종합계 6언더파로 허미정(대방건설), 카리 웹(호주, 이상 5언더파)을 1타 차로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3라운드까지 선두에 6타 차로 뒤졌던 이미향은 무서운 뒷심을 발휘하면서 2014년 11월 미즈노 클래식 이후 LPGA 통산 2승을 거뒀다. 한국 선수의 LPGA 연속 우승도 US여자오픈 박성현, 마라톤클래식 김인경에 이어 3주 연속으로 늘었다.

이미향은 경기 후 스스로 "내가 우승할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강풍과 폭우로 경기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던 대회 만큼 이미향은 이번 대회 전후로 많은 굴곡진 상황을 겪었다. 미국에서 출발한 이미향은 지난 25일 스코틀랜드에 도착했다. 그런데 함께 와 있어야 할 골프백이 도착하지 않았다. 대회 이틀을 남겨놓고 연습을 해야 했던 이미향으로선 난감할 수밖에 없었다. 현지에서 급하게 클럽을 빌려 연습을 했지만 익숙하지 않은 장비로 제대로 된 연습을 했을 리 없었다.

도착 다음날인 26일 골프백을 전달받은 이미향은 연습을 충분히 하지 못하고 1라운드를 맞았다. 처음 오는 코스였던 만큼 적응도 덜 됐다. 이미향은 1라운드 1오버파, 2라운드 3오버파로 5오버파인 컷통과선을 간신히 통과했다.

31일 열린 스코티시 여자 오픈 4라운드에서 티샷을 하는 이미향. [사진 LPGA]

31일 열린 스코티시 여자 오픈 4라운드에서 티샷을 하는 이미향. [사진 LPGA]

그러나 코스 적응을 어느 정도 끝낸 뒤, 3라운드부터 펄펄 날았다. 비바람이 몰아쳤던 3라운드에서 4타를 줄이면서 데일리 베스트 스코어를 냈다. 이미향은 "샷이 정말 좋았다. 거리 조절이 잘 돼서 버디도 많이 기록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자신감을 찾은 이미향은 4라운드에서 전반 9개 홀부터 몰아쳤다. 버디 6개, 보기 1개를 엮어 5타를 줄이고 캐리 웹, 김세영(미래에셋) 등 선두권을 압박했다. 변화무쌍한 날씨도 이미향에겐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는 "(4라운드 땐) 바람이 덜 불고 비교적 날씨가 좋았다. 전반 9개 홀 플레이가 놀라울 정도로 좋았다"고 말했다.

LPGA 통산 41승 경력의 '베테랑' 웹이 단독 선두를 질주하다 막판 무너지면서 이미향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10~17번홀을 연속 파로 막아낸 이미향은 18번홀을 버디로 깔끔하게 끝내면서 6타를 줄였다.  이번 시즌 LPGA 투어 최다 타수 차 역전승을 기록한 순간이었다. 이미향은 다음달 3일부터 스코틀랜드에서 열릴 시즌 네 번째 메이저 대회 브리티시 여자 오픈에 대한 자신감도 생겼다. "브리티시 오픈을 앞두고 좋은 연습을 했다"던 이미향은 "자신감을 회복하는 계기가 됐다"며 2주 연속 우승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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