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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취재일기

표창원 ‘가짜뉴스 인용’ 유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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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채윤경 기자 중앙일보 기자
채윤경 정치부 기자

채윤경 정치부 기자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허위뉴스처벌법’ 들고 나왔다. 언론사의 허위사실 보도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지우는 등 가짜뉴스의 책임 소재를 밝히도록 하는 법안이다. 그가 해당 법안을 제안한 건 지난 28일 자신이 페이스북에서 공유한 ‘조윤선 집행유예 황병헌 판사···라면 훔친 사람에겐 징역 3년6월 선고’란 기사가 허위사실이라는 게 드러나면서였다. 표 의원은 ‘동문·법조인끼리 감싸기, 그들만의 세상. 하늘도 분노해 비를 내리는 듯합니다. 헌법·법률·국가를 사유물로 여기는 자들’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하지만 해당 기사는 몇 시간 만에 오보로 드러났다. 표 의원에게는 ‘가짜뉴스를 무분별하게 전파했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이에 표 의원은 “언론은 아무것이나 보도해도 되고, 보도 내용의 진위는 독자들이 검증할 책임이 있다는 논리가 말이 되느냐”며 “대책은 허위뉴스처벌법 발의”라고 주장했다.

[일러스트=박용석]

[일러스트=박용석]

이 사태는 언론의 무책임한 보도, 법원에 대한 국민의 불신, 국회의원의 섣부른 가치 판단이 결합된 촌극이다. 가장 큰 잘못은 정확한 사실을 보도하지 않은 언론에 있다. ‘팩트체크’라는 언론의 기본을 지키지 못했다. 많은 네티즌이 오보를 쉽게 믿은 것은 법원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깔려 있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표 의원도 이번 사건의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국회의원은 삼권 분립의 한 축인 입법부의 구성원이다. 자신을 ‘독립된 헌법기관’이라고 즐겨 소개한다. 법원의 판결에 대해 모든 국민이 자유롭게 비판할 수 있지만 입법부가 사법부의 판결을 비판할 때는 헌법기관으로서의 신중함을 잃지 말아야 한다. 자극적인 허위뉴스에 혹해 판사 개인을 분노의 제물로 삼는 건 재판부 독립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또 표 의원의 주장대로 허위사실 보도를 처벌하려 한다면 이를 확대 재생산한 표 의원 역시 더욱 신중해져야 한다. 표 의원은 2개의 페이스북 계정에 각각 31만5400여 명, 31만5200여 명의 팔로어를 보유하고 있다. 지지자들과 일반 네티즌을 향한 파급력이 작지 않다. 더구나 이번 사건에 대해 사과나 반성 한마디 없이 허위뉴스처벌법을 먼저 들고 나오는 것은 잘못을 면피하려는 꼼수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국회의원이 SNS를 통해 국민과 활발하게 소통하는 것은 새로운 정치문화다. 하지만 격의 없는 소통이 미덕이 되려면 의원 개개인이 헌법기관으로서의 무게감과 공인의식을 가져야 한다.

채윤경 정치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