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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 K리그 … 하노이서 웃음거리 되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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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프로축구 K리그 올스타팀이 후반 25분 실점하자, 올스타팀 공격수 김신욱(오른쪽)이 머리를 감싸쥐고 있다. K리그 올스타팀은 한 수 아래로 평가되던 베트남 U-23팀에 0-1로 졌다. [사진 프로축구연맹]

프로축구 K리그 올스타팀이 후반 25분 실점하자, 올스타팀 공격수 김신욱(오른쪽)이 머리를 감싸쥐고 있다. K리그 올스타팀은 한 수 아래로 평가되던 베트남 U-23팀에 0-1로 졌다. [사진 프로축구연맹]

‘하노이 굴욕’, ‘하노이 참사’. 어떤 표현으로도 참담함을 다 담아낼 수 없을 정도다.

K리그 홍보 차원 올스타팀 친선전 #베트남 U-23 대표에 0대 1 충격패 #이틀 전 소집, 설렁설렁 뛰다 망신 #러시아월드컵 본선행도 장담 못해 #김남일 코치 “선수들 간절함 부족”

프로축구 K리그 올스타팀이 29일 베트남 하노이 미딩국립경기장에서 올스타전을 겸해 열린 친선경기에서 졸전 끝에 베트남 23세 이하(U-23) 대표팀에 0-1로 졌다.

올스타팀은 김신욱(29·전북)·이근호(32·강원)·염기훈(34·수원)·곽태휘(36·서울) 등 전·현직 국가대표들로 구성됐다. 반면 베트남은 이름 그대로 23세 이하 팀이었다. 결과(0-1 패)뿐만 아니라, 유효슈팅 수에서도 올스타팀은 7대21로 뒤졌다. 내용으로도 밀리는 경기였다. 그렇게 밀리다가 결국 후반 25분 결승골을 내줬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서도 베트남(133위)은 한국(51위)보다 한참 아래다. 국가대표팀 간 경기(A매치)가 아니었다고 해도 양국의 축구 수준을 고려하면 어이없는 결과다.

게다가 선발 출전한 김신욱은 K리그에서 국내 선수 최고연봉(14억6846만원) 선수다. 베트남 선수 중 실력을 인정받아 K리그에서 뛰는 미드필더 쯔엉(22·강원) 연봉이 약 5000만원으로, 김신욱 연봉의 29분의 1에 불과하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이 망신을 자초했다. 프로연맹은 한국·베트남 수교 25주년을 축하하고 동남아에 K리그를 알린다며 9년 만에 해외 원정 올스타전을 기획했다. 경기 이틀 전 소집된 K리그 선수들은 경기 당일 이벤트 경기라 생각하고 ‘설렁설렁’ 뛰었다.

한 올스타 선수는 “소속팀 감독이 ‘다음 주에 K리그 주중 경기도 있고 하니 살살하라’고 전화로 당부했다”고 전했다. 반면 베트남 선수들은 혼신의 힘을 다해 뛰었다. 이근호는 “우리 선수들이 안일하게 생각했다”며 고개를 떨궜다.

K리그 올스타가 29일 베트남에서 열린 해외 원정 올스타전에서 베트남 U-23 대표팀에 패한 뒤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 프로축구연맹]

K리그 올스타가 29일 베트남에서 열린 해외 원정 올스타전에서 베트남 U-23 대표팀에 패한 뒤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 프로축구연맹]

2만5000여 명 베트남 관중과 국영 TV로 중계를 지켜본 베트남 국민은 ‘베트남 축구가 한국보다 한 수 위’라는 자부심에 부풀었다. 김환 JTBC 해설위원은 “프로연맹이 긁어 부스럼을 만들었다. 득 될 게 없는 경기였다. 올스타전의 취지도 망각했다. K리그 캐치프레이즈가 ‘너와 나, 우리의 K리그’인데 정작 한국 팬은 배려하지 않은 경기였다”고 비판했다.

한국 A대표팀 공격수 손흥민이 지난 6월14일 카타르와 월드컵 예선에서 팔을 다쳤다. 한국은 이날 카타르에 2-3으로 졌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한국 A대표팀 공격수 손흥민이 지난 6월14일 카타르와 월드컵 예선에서 팔을 다쳤다. 한국은 이날 카타르에 2-3으로 졌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아시아 호랑이’로 불렸던 한국 축구는 요즘 ‘종이 호랑이’로 신세다. 국가대표팀은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중국·카타르한테 졌다. 졸전을 거듭하던 울리 슈틸리케(63·독일) 감독 경질 타이밍을 놓쳐 벌어진 참사다. 최종예선 조 3위 우즈베키스탄에 승점 1점 차로 쫓기는 2위다. 월드컵 본선행을 장담할 수 없는 처지다.

월드컵 예선에서 졸전을 거듭한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은 지난 6월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대한축구협회는 슈틸리케 감독 경질 타이밍을 놓쳤다. [중앙포토] 

월드컵 예선에서 졸전을 거듭한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은 지난 6월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대한축구협회는 슈틸리케 감독 경질 타이밍을 놓쳤다. [중앙포토] 

한국 U-22 대표팀은 지난 21일 아시아 U-23 챔피언십 예선에서 동티모르와 0-0으로 비겼다. 동티모르는 FIFA 가맹국 211개국 중 196위다. 대한축구협회가 손을 놓고 있다가 임시 사령탑 체제로 출전해 벌어진 참사다.

1994년 미국 월드컵 당시 대표팀을 이끈 김호(73) 용인축구센터 총감독은 “축구계 윗선의 무계획이 한국 축구를 퇴보시키고 있다. 선수들의 정신력도 문제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국가대표 선수의 에이전트는 “중국 프로팀 소속 선수가 대표팀 단체 카톡방에서 연봉을 자랑하고 다른 선수들은 부러워 하는 게 현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슈틸리케 감독 시절 몇몇 선수들은 숙소에서 카드도 쳤다는 후문이다.

12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7 K리그 클래식 FC서울과 포항 스틸러스의 경기. 신태용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과 김남일 코치가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12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7 K리그 클래식 FC서울과 포항 스틸러스의 경기. 신태용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과 김남일 코치가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지난 12일 임명된 김남일(40) 대표팀 코치는 “대표선수들에게 간절함이 부족하다는 느낌이다. 마음 같아서는 ‘빠따’라도 치고 싶은데, 시대가 시대인 만큼 그렇게 해서는 안될 것 같다”고 에둘러 말하기도 했다.

한국 축구의 위기에 대한 경고 목소리도 나온다.이영표 KBS 해설위원은 지난 27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한국이 러시아 월드컵 본선에 갈 가능성을 49%, 못 갈 가능성을 51%로 예상한다. 과거 어느 때보다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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