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 김성희의 어쩌다 꼰대(5) "맥아더처럼 사라지라고?"

중앙일보

입력 2017.07.30 12:00

업데이트 2017.10.23 18:13

인천상륙작전을 주도한 맥아더 장군. [중앙포토]

인천상륙작전을 주도한 맥아더 장군. [중앙포토]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 우리 세대에겐 친숙한 이름이다. 친숙한 정도가 아니라 인천상륙작전을 감행해 우리나라를 구한 ‘구국의 영웅’으로 각인되어 있다. 어느 정도인가 하면 어릴 적에 딱지놀이의 계급에서 잘 드러났다. ‘빛나는 일등병’에서 시작된 서열에서 가장 높은 것이 별 네 개 대장이었는데 그보다 높은 것이 ‘원수(元帥)’로, 그 딱지 그림은 선글라스를 끼고 파이프를 문 맥아더 장군 얼굴이었다. 우리 세대에겐 그 정도로 친숙한 ‘위인’이었다.

'자리' 떠났다고 일 없어지는 게 아냐
죽을 때까지 봉사·가사·공부 놓지 말아야

그 맥아더가 그랬다. “노병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이다”라고. 1951년 당시 트루먼 미 대통령과의 갈등으로 해임되면서 의회에서 한 고별연설에서다. 미군 군가의 한 구절이라는 이 말은 시대를 풍미한 명언으로 다양한 변주를 낳았다.

그런데 전투력을 잃은 병사는 과연 사라지는 것일까. 그는 집에서 편히 쉴 수 있는가 또는 쉬기만 하는 것일까. 100세 시대엔 나이 들었다는 이유만으로 물러나선 안 된다. 실제 많은 이들이 물러날 수도 없다. 그처럼 살아있는 한 할 일이 있고, 하고 싶은 일이 있을 터이니 사라지는(fade away) 게 아니라 다른 길을 걷는 것 아닐까.

일자리를 찾는 중장년층 구직자들. 송봉근기자

일자리를 찾는 중장년층 구직자들. 송봉근기자

그러니 필자가 보기엔 은퇴라는 말부터 잘못됐다. 은퇴의 사전적 풀이는 ‘직임에서 물러나거나 사회활동에서 손을 떼고 한가히 지냄’이다. 은(隱)은 숨는다는 뜻이고, 퇴(退)는 물러남을 뜻하니 말인즉 맞다. 한데 이건 벼슬이 곧 사회활동의 거의 전부이던 시대에나 해당하는 말이다. 요즘은 ‘자리’를 떠난다고 일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일하지 않아도 좋은 사람은 더더욱 드물다. 풍요롭지는 못할지언정 의미와 재미를 갖춘 노후생활을 위해선 물러나선 안 된다. 숨기는 왜, 어디로 숨는단 말인가. 그럴 게 아니라 ‘일’과 ‘자리’의 의미를 봉사로, 가사로, 공부로 확장해서 나서고 매달려야 한다. 죽을 때까지.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취업준비생들.<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취업준비생들.<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몇 년 전 웬 단체가 인천 자유공원의 맥아더 동상을 부수느니 어쩌느니 해서 논란이 됐다. 그와 의미는 다르지만 맥아더 장군을 딱지에서도 만났던 우리 베이비부머들은 이제 그를 보내드리자. “노병은 사라지지 않고 다만 죽을 뿐”이니 말이다.

김성희 고려대 미디어학부 강사 jaejae99@hanmail.net

[제작 현예슬]

[제작 현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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