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문제 해결해준다고 아이 더 낳을까

중앙선데이

입력 2017.07.30 0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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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2호 19면

새 정부에 바란다

한국에서 저출산 극복은 2005년 이후 역대 정부에서 빠지지 않는 정책과제로 등장한다. 지난 19일 발표된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운영계획에서도 이전 정부와 유사한 육아 지원 등의 대책이 어김없이 포함됐다. 그러나 이제는 저출산을 되돌릴 수 있다는 환상에서 벗어나, 저출산이 동반하는 사회경제적인 문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정책적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소득 늘어날수록 출산율 낮아져
저출산 해결한다는 환상 벗어나
복지·노동 아우르는 큰 그림 필요

잘 알려진 것처럼 지금까지 한국 정부의 각종 정책과 적지않은 예산 투입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출산율은 크게 변하지 않고 있다. 인구 1000명당 출생아 수(조출생률)는 2002년 10.2명을 기록한 이후 계속 10명 미만으로 낮아졌고, 가임 여성 1인당 예상 자녀수(합계출산율) 역시 2001년 최초로 1.4명 이하로 하락한 이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2015년 현재 한국의 조출생률은 8.6명, 합계출산율은 1.24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중 최하위권에 속한다.

최근 발표된 국정운영계획은 저출산의 가장 기본적인 원인으로 육아문제라고 지적하고, 이를 해결하려는 각종 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지만 이들 정책은 육아 당사자들의 삶의 질을 개선할 수는 있어도 출산율 자체를 높이기는 힘들다고 예상된다. 만약 정부의 주장대로 육아 문제가 저출산의 근본 원인이라면, 육아 비용이 저렴한 국가에서는 출산율이 높아야 한다. 그러나, 한국보다 일인당 소득은 월등히 높지만 한국의 절반 가격으로 입주 가사도우미를 고용할 수 있는 홍콩이나 싱가포르에서조차도 한국과 비슷한 수준의 출산율을 보인다. 가정 및 육아 친화적인 제도로 유명한 덴마크 역시 조출생률이 지난 20년간 약 23% 하락했다.

가족이 노약자 간병·부양 갈수록 어려워

국내외 경험을 고려할 때, 저출산이라는 대세는 되돌리기 어렵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선진국이나 중진국에 속하는 거의 모든 국가들에서 경제성장과 함께 출산률이 하락하고 있다. 그래프는 세계은행 자료를 이용해 한국 및 주요 국가들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과 조출생률이 1995년에서 2015년 사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보여준다. 한국의 경우 지난 20년 동안 1인당 GDP가 1만5000달러 증가했고, 조출생률은 7.1명 하락했다. 같은 기간 싱가포르의 경우 1인당 GDP는 2만9000달러 증가했으나 조출생률은 5.9명 하락했다. 그래프의 화살표가 보여주듯이 1인당 GDP 증가와 함께 조출생률은 감소하였다. 예외적으로 일본의 경우 잃어 버린 20년으로 요약되는 경기침체로 명목 1인당 GDP는 감소했지만, 출산율 저하는 피하지 못했다.

결론적으로, 출산율 저하라는 대세를 정부 정책으로 막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이에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서 정책 역량을 무리하게 사용하기보다는 저출산과 더불어 나타날 수 있는 사회경제적 도전 과제를 파악하고 이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저출산과 관련한 논의에서 흔히 간과되는 부분은 노인·환자·장애인 부양 등 지금까지 가족에게 일차적인 책임을 지우는 사회구조가 더이상 유지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현재 연금제도, 간병인 및 활동보조인 제도 등 일부의 기능을 국가가 부담하지만 여전이 보조적인 수단일 뿐 가족 구성원의 도움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기초수급자 선정에서 가족을 부양의무자로 설정한 것이나, 장애인 및 환자의 간병 보조에 있어서 가족에게 간호의 의무를 지우는 것 등이 그 일례다.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감소 등의 현상이 본격적으로 도래하지 않은 현재에도 노약자 간병 및 부양은 이미 개인에게 큰 어려움을 안겨 주고 있으며, 앞으로 더 심각해질 것이다. 한국보다 오랫동안 저출산 문제를 겪고 있는 일본의 경우는 이 문제가 더 극명하다. 정규직 직장을 가진 장년 자녀가 노부모의 간병과 직장생활의 양립이 어려워서 직장을 포기하고, 부모 연금에 기대 간병을 하며 생활하는 ‘간병이직’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아베 정부에서도 이런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올해부터 해외에서 간병 인력을 대거 수입하는 특단의 조치까지 도입한 상황이다.

이런 복합적인 사회 현실을 고려할 때 이번에 발표된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계획은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 초저출산 문제를 임기 내 탈피한다는 야심찬 목표를 제시하고는 있으나, 육아 비용 감소와 컨트롤타워 강화에 맞춰진 대책은 저출산과 연결된 광범위한 사회경제적 폭풍을 정부가 너무도 단편적으로 인식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일으킨다. 물론 국정운영계획에 노후생활 보장 대책이 포함되어 있기는 하지만 치매라는 특정 질환에 국한해 국가의 책임을 증가시키거나, 이미 낮은 수준의 기초 연금을 일부 상향시킨다는 단편적인 정책에 그치고 있을 뿐이다.

장애인 등도 경제활동 참여하도록 지원 필요

한국이 지금과 같은 저출산 현상이 지속된다면, 궁극적으로 전통적인 의미에서 생산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인구 수 자체가 감소하게 된다. 인구 수의 감소 자체가 반드시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급격한 인구의 변화는 부담의 요인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어떻게 하면 이러한 인구학적 전환기를 가능한 한 무난하게 넘길 수 있을지에 대한 고려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이런 관점에서 명목상의 인구 수는 줄어들더라도, 생산성을 고려한 인력의 양(인적 자본, human capital)이 유지되도록 교육과 노동정책의 패러다임이 전환되어야 한다. 즉 인구가 감소하더라도 각 개인이 잠재력을 적재적소에서 최대한 발휘할 수 있다면 생산성을 반영한 인적 자본은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장애인같이 경제활동 참여율이 저조한 집단에 대한 정책적 관점의 변화도 필요하다. 예를 들어 국가가 장애인을 복지의 대상으로만 간주한다면 이들의 생활의 질을 높이는 지원은 후순위가 될 것이다. 그러나 이상묵 서울대 교수나 김종배 연세대 교수처럼 정부가 장애인을 장애와 상관없이 전 세계적으로 활약할 수 있는 잠재적인 인적 자원으로 간주한다면, 이들의 자립생활을 가능하게 하는 이동수단, 최신의 보장구와 정보기술(IT) 장비들을 적극적으로 제공해야 할 것이다. 한편, 개인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과로를 강요하는 직장 문화나 산업재해에 관대한 노동 관행은 경제적인 측면을 고려해서라도 더이상 용납되어서는 안된다.

저출산뿐만 아니라, 한국같이 고도로 발전한 국가에서 보이는 사회문제는 한 분야를 고쳐서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 하나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전후방에 연관된 모든 분야들을 종합적으로 다뤄야만 한다. 현 정부는 이러한 정책의 복잡성을 인정하고 형식적으로 국정과제 달성률을 높이려는 유혹에서 벗어나, 중장기적으로 한국사회의 미래를 준비하는 정책의 큰 그림을 마련하고 추진하는 데 역량을 써 주길 희망한다.

이수형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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