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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시인의 언어로 쓴 여행 에세이 … 감성에 끌린 독자 100만 명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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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베스트셀러의 탄생 │ 이병률 산문집 『끌림』

2005년 출간된 여행에세이 『끌림』 초판 표지.

2005년 출간된 여행에세이 『끌림』 초판 표지.

2005년 7월 출간된 이병률(50) 시인의 산문집 『끌림』은 우리 출판계에 여행에세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낸 작품이다. 여행지에 대한 어떠한 정보도 없는 여행책, 여행지에서 느낀 시적 감성만 남겨놓은 이 독특한 여행책은 그동안 100만 권 가까이 팔리며 독자들을 끌어당겼다.

책 출간 당시 시인 이씨는 두 가지 직책을 갖고 있었다. 하나는 MBC FM ‘이소라의 음악도시’ 구성작가, 또하나는 문예중앙 시인선 기획위원이다. 『끌림』은 이씨가 하고 있던 두 일이 절묘하게 조합한 결과물이다.

당시 문예중앙의 프리랜서 편집자였던 시인 김민정(41·현 문학동네 계열사 ‘난다’ 대표)씨는 이씨가 쓰는 ‘이소라의 음악도시’ 오프닝 멘트를 즐겨들었다. ‘이것만 정리해도 책이 되겠다’라고 생각한 김씨. 문예중앙 일로 자주 만나던 선배 시인 이씨에게 책 출간을 제안했다. 여행 좋아하고, 사진 찍기 즐기고, 감성적인 글쓰기로 이름난 이씨는 이미 아시아나 기내지와 다큐멘터리 잡지 ‘지오(GEO)’ 에 포토에세이와 여행기사 등을 실은 바 있었다. 이를 본 몇몇 출판사로부터 책 출간 제의를 받기도 했지만, 구체적인 협의 과정에서 번번이 무산됐다. 그래서 이씨는 후배의 제안에도 선뜻 응하지 못했다. “2003년 출간한 첫 시집 『당신은 어딘가로 가려 한다』의 반응도 거의 없는 상태였다. 출판사에 폐를 끼칠 수 있다는 생각에 망설여졌다”고 했다.

곧 김씨의 적극적인 설득 작업이 시작됐다. “비용 절감 노하우 알려주는 가이드북 수준의 여행책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김씨의 바람과 ‘신선함’와 ‘파격’을 중시한 이씨의 뜻은 마침내 통했다. 이씨가 1994년부터 10여년 동안 근 50개국, 200여 도시를 돌며 남긴 사진과 기록을 아트북처럼 묶어내기로 했다. 책 출간은 당시 문예중앙을 펴냈던 출판사 랜덤하우스중앙에서 맡았다. 『끌림』을 편집한 김씨는 “아름답고 예쁜 책으로 만들어 선배에게 선물하겠다는 생각으로 제작했다”고 말했다.

책의 방향을 결정하는 과정에선 가수 이소라(48)씨의 역할이 컸다.

“이소라씨가 ‘어떤 책을 준비하냐’고 묻길래 ‘그냥 중얼거리는 책’이라고 대답했죠. 그랬더니 ‘그런 책을 누가 사서 보냐. 사람들 마음에 와닿는 이야기를 써라. 여행에서의 느낌을 말하듯 들려달라’고 조언하더라고요.”(이)

그 덕에 『끌림』은 보통사람들의 보편적인 정서를 시인의 언어로 담아낸 책이 됐다. 책 출간 이후 이소라씨가 자신의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끌림』을 몇 차례 소개한 것도 책 인기를 높이는 데 한몫 톡톡히 했다.

『끌림』은 2010년부터 문학동네 계열사 ‘달’에서 펴내고 있다. 이씨가 2007년 만들어 대표를 맡고 있는 출판사다.

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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