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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공론화위 ‘신고리’ 책임 떠넘기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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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신고리 5, 6호기 공론화위원회의 이윤석(왼쪽), 이희진 대변인이 27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공론조사 방법을 발표하고 있다. 두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공론조사 결과는 권고안일 뿐"이란 입장을 밝혔다. [연합뉴스] <저작권자 ⓒ 1980-2017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신고리 5, 6호기 공론화위원회의 이윤석(왼쪽), 이희진 대변인이 27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공론조사 방법을 발표하고 있다. 두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공론조사 결과는 권고안일 뿐"이란 입장을 밝혔다. [연합뉴스] <저작권자 ⓒ 1980-2017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신고리 원전 5, 6호기 공론조사가 공론화위원회 출범 3일 만에 혼선을 빚고 있다. 정부와 공론화위 간 ‘책임 떠넘기기’ 양상까지 나타났다. 공론화위는 27일 브리핑을 하고 향후 진행될 공론조사 결과는 신고리 5, 6호기의 운명을 결정하는 ‘최종 판단’이 아닌 ‘권고’라고 밝혔다. 애초 정부는 공론화위가 구성하는 시민배심원단이 신고리 5, 6호기 건설 중단 여부에 대한 찬반 결정을 내리면 이를 따르겠다는 입장이었다.

공론화위, 출범 3일 만에 역할 혼선 #“찬반 결정 아닌 권고안만 내겠다” #청와대선 “공론화위 결론 따를 것” #전문가 “국민대표인 국회서 결정을”

하지만 이날 공론화위는 “공론조사 결과는 권고안일 뿐이고 대통령 등 최고 결정권자의 결정을 도와주는 역할에 그친다”고 설명했다.

이희진 공론화위 대변인은 이날 2차 회의가 끝난 뒤 브리핑에서 “공론조사는 찬반 의견을 확인하는 게 아니라 공론조사 참여자의 의견 변화 과정을 조사하고 일정한 합의안을 만들어 정부에 권고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공론조사 내용을 보고서로 만들어 정부에 제공하는 역할에 그치겠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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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변인은 그동안 써 온 ‘시민배심원단’이라는 용어를 다른 단어로 대체하겠다고 했다. 그는 “시민배심원제는 판결의 성향이 강하다”며 “(시민배심원제는) 위원회의 취지에 맞지 않고 배심원들이 (공사 재개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라는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공론화위의 이 같은 발표는 당초 입장에서 달라진 것은 아니다. 지난 24일 김지형 위원장은 “(신고리 5, 6호기의) 최종적 정책 결정은 정부 부처나 입법을 통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공론화위가 27일 브리핑에서 이런 입장을 강조한 건 공론조사 결과의 ‘법적 근거’ 논란이 불거지자 공론화위와 공론조사의 역할을 분명히 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신고리 5, 6호기 공론화위원회의 이윤석(오른쪽), 이희진(왼쪽) 대변인이 27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을 다시 찾아 "(브리핑 내용은) 확정된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한 후 자리를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저작권자 ⓒ 1980-2017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신고리 5, 6호기 공론화위원회의 이윤석(오른쪽), 이희진(왼쪽) 대변인이 27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을 다시 찾아 "(브리핑 내용은) 확정된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한 후 자리를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저작권자 ⓒ 1980-2017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이날 2차 회의 직전 열린 갈등해결 분야 전문가 간담회 영향도 컸다. 간담회에서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공론화위가 진행하는 건 ‘공론조사’로 원전 건설 중단에 대한 찬성 혹은 반대의 최종 결정이 아닌 ‘선택적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학린 단국대 경영대학원 교수도 “공론조사 결과가 최종 결정이 아니다. (공론조사에선 ) 여러 대안을 제시해 의견을 수렴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공론화위의 발표가 나오자 정부는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청와대 관계자는 “공론화위원회의 결정을 수용한다는 결정에 변함이 없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이 공론화위의 결정을 따른다는 원칙을 제시한 상태이기 때문에 수정은 있을 수 없다”며 “공론조사의 결과가 팽팽하게 나오더라도 조금이라도 높은 쪽의 의견을 수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커지자 공론화위도 "(브리핑 내용은) 확정된 게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이렇게 혼선이 생기면) 첨예한 사안에 대한 시민들의 판단을 구하는 공론조사의 취지를 제대로 살릴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결국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에서 신고리 5, 6호기의 운명을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승호·강태화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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