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 내셔널]푸른바다·부산 전경 한눈에, 야경은 '덤'…일석사조 부산 도시민박촌

중앙일보

입력 2017.07.28 00:01

업데이트 2017.07.28 07:12

비탈진 산허리에 있어 부산의 푸른 바다와 시내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야경은 더 아름답다. 마을엔 활력을 불어넣고, 주민·청년에겐 일자리를 준다. 관광객까지 불러모은다.
다른 대도시에서 보기 드문 부산의 도시민박촌이 그런 곳이다. 부산 동구 초량동 이바구 캠프, 서구 초장동 천마산 게스트 하우스, 사하구 감천문화마을의 방가방가 게스트 하우스 얘기다.

알록달록 아름다운 모습의 도시민박촌 이바구 캠프. [사진 부산동구]

알록달록 아름다운 모습의 도시민박촌 이바구 캠프. [사진 부산동구]

이들 민박촌은 도시재생사업의 하나로 원주민이 떠난 빈집·폐가를 리모델링하거나 공터에 지은 공통점이 있다. 피서철을 맞은 요즘 부산 민박촌이 인기다. 8월 중순까지 평일에만 빈방이 조금 남아 있을 뿐 금요일과 주말에는 빈방이 없을 정도다.

도시재생사업으로 도시 민박촌 3곳 운영 중
마을활력에 주민수익 돕고 관광객 불러모으고…'일석사조'
이바구캠프,천마산에코하우스,방가방가게스트하우스 등

피서철 맞아 8월 중순까지 주말에는 빈방 없을 정도로 인기
다음달 1일부터 9월말까지 야경보며 영화즐기는 ‘달빛극장’도

이바구 캠프에 있는 물동이 이고 가는 아낙네 모습. 그 옆에서 박정일 본부장이 물동이를 머리에 이는 흉내를 내고 있다. 황선윤 기자

이바구 캠프에 있는 물동이 이고 가는 아낙네 모습. 그 옆에서 박정일 본부장이 물동이를 머리에 이는 흉내를 내고 있다. 황선윤 기자

지난 24일 오후 초량동 망양로를 따라 구봉산 자락 가까이 이르자 더는 차가 다니기 어려울 정도로 좁고 경사가 심한 도로 끝자락이 나왔다. 그쯤에서 알록달록 원색의 건물 몇채가 모습을 드러냈다. 민박촌 이바구 캠프다. 까마득히 높은 캠프 입구의 담벼락에는 색색의 그림과 캐릭터 등을 그려놓았다. 그 위쪽으론 옛 우물 모양을 재현해놓았다. 그곳 벽에는 물을 긷는 아낙네의 모습도 있다.

가장 위쪽의 숙박 건물인 게스트 하우스 옥상에 오르자 발아래로 오밀조밀 모여앉은 산복도로 마을과 푸른 바다, 부산항대교가 한눈에 들어온다. 게스트 하우스 뒤쪽의 구봉산 자락 편백 숲에선 시원한 바람이 더위를 식혀준다.

이바구 캠프의 단체실. 황선윤 기자

이바구 캠프의 단체실. 황선윤 기자

기자가 캠프를 찾았을 때 주민 4명이 예약된 손님 8명의 저녁 식사준비와 빈방 청소 등을 하느라 분주했다. 주민 최귀숙(60)씨는 “이곳에서 식사준비와 청소 등을 해주고 한 달에 20만~30만원 용돈 벌이를 한다”며 “집에서 아무 것도 안 하고 노는 것보다 훨씬 좋다”며 활짝 웃었다. 주민들은 이곳에서 일한 시간에 따라 최저임금 이상의 시급을 받는다고 한다.

이바구 캠프의 주방에서 주민들이 음식을 마련하고 있다. 황선윤 기자

이바구 캠프의 주방에서 주민들이 음식을 마련하고 있다. 황선윤 기자

게스트 하우스의 한 방에서 도란도란 얘기 소리가 들렸다. 충북 제천에서 왔다는 김영태(53)·최현미(49)씨 부부였다. 김씨는 “딸·아내와 함께 일본 대마도 여행을 하기 전 이곳에서 1박을 한다”며 “2개 벽면의 큰 유리창문으로 보이는 부산의 전경이 매우 이채롭다”고 말했다. 부인 최씨는 “도심에 민박촌이 있다는 건 상상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바구 캠프 바로 뒤쪽 편백 숲으로 가는 길. 황선윤 기자

이바구 캠프 바로 뒤쪽 편백 숲으로 가는 길. 황선윤 기자

캠프에는 수십명을 수용할 수 있는 단체실 2실과 2인실 6실로 된 게스트하우스, 공방, 체크인 센터, 멀티 센터가 있다. 부산 동구가 국·시비를 지원받아 빈집 등을 리모델링한 것이다. 예약을 하면 이곳에선 숙박과 함께 바베큐 파티와 조식 등을 할 수 있다. 텃밭체험 등도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주로 회사 직원, 대학생 MT, 친구 모임 등 단체 손님이 많은 편이다. 대부분 부산 관광을 겸한 모임이다. 부산에서 50%, 서울·광주 등 타지에서 50% 정도 예약을 한다고 한다.

이바구 캠프에 있는 바베큐장. 황선윤 기자

이바구 캠프에 있는 바베큐장. 황선윤 기자

지난해 8월 문을 연 이바구 캠프는 초량6동 7통의 주민 29명으로 구성된 마을기업인 ㈜다온산마을이 운영한다. 7통에 사는 100가구의 30%가 마을기업 주주다.  개소 이후 매출은 계속 상승해 지난 6월 1000만원을 기록했다. 7월에는 1500만원을 올릴 전망이다. 이 돈으로 주민 인건비와 관리비, 식자재 구입비, 차량 2대 운영비 등을 충당한다. 캠프운영을 지원하는 민간기업인 ‘공유를 위한 창조’의 박정일(42) 본부장은 “주민들이 감당할 정도에서 예약을 받으려고 한다”면서 “남는 수익금은 주변환경 개선, 인근 주민 식사대접 등 주민복지 사업에 쓴다”고 말했다.

1958년 부산 동구 산복도로 일대의 모습. [사진 부산동구]

1958년 부산 동구 산복도로 일대의 모습. [사진 부산동구]

캠프에는 ‘공유를 위한 창조’의 청년 활동가 4명이 배치돼 주민 사업과 활동을 돕는다. 아직 여건이 안돼 마을기업에서 별도의 임금을 받지는 않는다. 대신 주민 교육사업, 특강, 도시재생 컨설팅 등을 하는 회사에서 급여를 받는다. 민박촌이 청년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는 셈이다.

주민들은 동네 공·폐가 활용사업도 한다. 이미 빈집 한채를 빌려 리모델링한 뒤 캠프의 활동가 3명이 살도록 했다.  대학에서 도시계획을 전공하고 다온산마을의 무보수 대표를 맡은 박은진(27)씨는 “이바구캠프는 도시재생 사업의 성공 케이스”라며 “도시재생사업을 기획·홍보·디자인할 수 있는 청년 전문가가 더 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노인들만 있던 동네에 많은 관광객이 찾아 오면서 동네는 활력에 차있다. 동네 매점이나 카페 등에도 손님이 늘고 있다. 주민들은 “이제 사람사는 동네 같다”고 입을 모은다. 설·추석 명절에는 캠프 예약을 받지 않고 주민 자녀와 친척 등이 숙박시설을 통째로 사용하기도 한다.

도시 민박촌인 천마산에코하우스 전경. 이곳에선 부산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사진 천마산에코하우스]

도시 민박촌인 천마산에코하우스 전경. 이곳에선 부산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사진 천마산에코하우스]

천마산 게스트하우스는 커뮤니티 1개동과 숙박체험관 3개 동 등 2층짜리 4개동으로 구성돼 있다. 이곳은 태양광발전시스템과 고단열재 사용 등 친환경 펜션형태로 건립됐다. 부산 서구가 21억원을 들여 공터에 지은 것이어서 주민 11명으로 구성된 마을기업인 늘품협동조합이 2015년 4월부터 위탁 운영하고 있다. 숙박요금은 비·성수기에 따라 개인형은 1인당 1만8000~2만3000원. 가족형(18평형)은 10만~12만원이다.

늘품협동조합 강민정(43)운영실장은 “게스트하우스 건립과 운영으로 주변환경이 좋아지면서 주민들이 동네가 좋아졌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이곳은 7월말~8월 둘째주까지 평일과 주말 거의 예약이 완료된 상태다. 한달 매출 700만~800만원 가운데 관리·인건비 등을 제외한 수익금은 역시 동네어르신 행사 찬조, 명절 떡나눔,주민 프로그램 운영 등에 쓴다.

도시민박촌 천마산에코하우스의 목련동. 창문으로 부산시가지가 보인다. [사진 천마산에코하우스]

도시민박촌 천마산에코하우스의 목련동. 창문으로 부산시가지가 보인다. [사진 천마산에코하우스]

감천문화마을의 방가방가 게스트 하우스 역시 7~8월 주말 예약이 거의 완료됐다. 주민들로 구성된 게스트하우스 사업단이 운영한다. 강명수 사업단장은“한달 800만~900만원의 수익금 가운데 일부는 65세 이상 노인 이불빨래 해주기,주민 주택 수리 등을 해주는 만물수리공 운영 같은 복지사업에 쓰면서 동네 주민들이 좋아한다”며 “도시재생사업으로 마을이 되살아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바구 캠프와 천마산 에코하우스에선 다음달 1일부터 9월말까지 ‘옥상 달빛극장’이 운영된다. 아름다운 부산야경을 보며 재미있는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기회다. 천마산 에코하우스에선 매일, 이바구캠프에서는 목·일요일 영화가 상영된다. 상영 영화는 부산국제단편영화제에서 상영한 우수 단편영화와 부산에서 제작한 부산독립영화,테마별 장편 영화 등이다.

부산=황선윤 기자 suyo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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