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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보고 많이 틀고…'군함도'의 기록적 개봉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6일 개봉한 '군함도'. 역대 흥행 성적을 다시 쓰며 개봉 돌풍을 일으켰다. [연합뉴스]

26일 개봉한 '군함도'. 역대 흥행 성적을 다시 쓰며 개봉 돌풍을 일으켰다. [연합뉴스]

 화제의 영화 ‘군함도’가 흥행 돌풍 조짐을 보이고 있다. 개봉 전 예매 관객이 60만 명에 달해 역대 최고를 기록하더니 26일 개봉 첫날 모두 97만922명이 영화를 봤다. 역시 최고 기록이다. 개봉 전 시사회 관객까지 합하면 모두 99만2381명이 관람했다. 종전 최고 기록은 지난달 6일 개봉했던 할리우드 영화 ‘미이라’로 개봉 첫날 관객이 87만3632명이었다.

26일 개봉 '군함도' 역대 최대 흥행 성적 #하루에 97만명 관람 #예매율, 스크린수 등 모두 기록 깨 #대기업의 상영관 몰아주기 논란도

‘군함도’는 스크린 수에서도 종전 기록을 바꿨다. 전국 2575개 스크린 가운데 2027개 스크린에서 ‘군함도’를 상영했다. 한 영화의 스크린 수가 2000개를 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종전 최고 기록은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2016)의 1991개였다.

‘군함도’의 초반 돌풍은 이 같은 집중 상영이 일정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그에 따라 일부에서는 스크린 독과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당장 ‘터치’를 연출한 민병훈 감독이 페이스북에 “제대로 미쳤다. 독과점을 넘어 이건 광기”라는 글을 올렸다.

영화 자체의 매력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초반 돌풍의 원인이다. '군함도'는 제작 단계부터 거대한 스케일, 화려한 출연진 등으로 화제를 모았다. 순제작비 220억원, 홍보·마케팅 비용까지 포함하면 300억 원이 투입됐다. 1000만 관객이 손익분기점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황정민·송중기·소지섭 등 최고의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 데다 박진감 넘치는 장면 연출에 관한 한 일가견이 있는 류승완 감독이 연출을 했다. 올 들어 아직까지 이렇다 할 한국 영화 히트작이 없는 상황에서 최대 영화 흥행 시기인 여름 시장을 맞았다는 점도 호재다.

일제시대 강제 징용된 조선인들의 지옥과 같은 삶을 그린 영화 '군함도'.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일제시대 강제 징용된 조선인들의 지옥과 같은 삶을 그린 영화 '군함도'.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일제 시대 한국인의 징용 피해라는, 한·일 간 역사 갈등과 관련해 휘발성 있는 영화 소재가 흥행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사다. 군함처럼 생겼다고 해서 '군함도'라는 섬의 원래 이름은 하시마(端島)다. 일본 나가사키현 남서쪽에 위치한 이 섬에서 강제 징용에 끌려온 조선인들이 지하 1000m 깊이 탄광에서 목숨을 걸고 석탄을 캤다. 영화는 이들의 고통을 실감나게 재현했다.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인 욱일승천기를 찢는 장면, 갖은 방법으로 조선인들이 고문당하는 장면도 고스란히 나온다. 일본 정부로서는 껄끄러울 수밖에 없는 내용이다.

실제로 일본 정부는 불편한 심기를 노출했다. NHK는 일본 정부 대변인격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26일 정례회견에서 "사실을 기록한 것이 아닌 창작 영화"라고 발언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조선인)징용공 배상 문제를 포함한 한·일 간의 재산 청구권 문제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에 의해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된 것"이라고도 했다. 징용 피해자 개인 차원의 일본 정부와 기업에 대한 배상 청구를 사전 차단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스크린 독과점 논란과 관련해 국내 최대 영화 배급사인 CJ 측은 "일방적인 밀어주기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군함도'는 CJ엔터테인먼트가 투자까지 한 영화다. "사전 예매율에서 볼 수 있듯 관객들이 폭발적인 반응을 보임에 따라 상영관 수를 늘렸다"는 얘기다. 실제로 '군함도'를 상영한 비중은 스크린 점유율 기준으로 CJ 영화 체인인 CGV가 40.2%를 기록해 롯데시네마의 37.4%와 큰 차이가 없었다.

지금까지 한국 영화 최고 흥행작은 2014년 '명량'이었다. 1700만 명을 동원했다. 그 뒤를 ‘국제시장’(2014년, 1400만), ‘베테랑’(2015년, 1300만)이 이었다. 그 중 '베테랑'은 '군함도'의 류승완 감독이 연출한 영화다. 이런 기록들을 깰 수 있을지 관심사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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