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난 '토리'라고 해. 내가 드디어 어제(26일) 새 주인을 만났어. 이제 나는 '문토리'야. 우리 아빠 성이 문 씨거든. 사람들은 나보고 '견(犬)생역전'이라고 하는데 내 이야기 한 번 들어볼래?
나는 2015년 10월 경기도 남양주의 한 폐가에서 발견됐다고 해. 당시 60㎝ 길이의 목줄에 묶인 채 움직이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고 하더라.
날 처음 발견했던 동물보호단체 누나들에 따르면 내가 주인 할아버지가 있었대. 그 할아버지는 다른 집에서 살면서 폐가에 종종 들렀었어. 그때마다 나랑 내 친구들을 때리거나 학대를 했어. 결국 내 친구는 학대에 못 이겨 죽고 말았어. 누나 말로는 내가 친구의 죽임을 당한 걸 지켜본 강아지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도 좋아하고 애교가 많은 편이라고 하더라고. 발견 당시 나는 털이 무성하게 자라있어서 지금과는 다른 얼굴이었대.
나는 구출된 후로도 바로 주인을 만나지 못하고 2년 정도 보호소에 살았어. 사람들이 선호하는 강아지가 아니라서 입양이 늦어진 거래. '블랙 독 증후군(Black Dog Syndrome)'이라는 현상이 있다는데, 사람들은 밝은색 털을 가진 개에 비해 검은색 털을 가진 개의 입양을 기피한다고 하더라.
나는 그렇게 새 주인만을 기다리면서 살았어. 그런데 우리 아빠가 지난 5월 초 대선 유세를 하면서 나를 딱 발견한 거야. 그때 우리 아빠는 "온몸이 검은 털로 덮인 소위 못생긴 개지만 편견과 차별에서 자유로울 권리는 인간과 동물 모두에게 있다"고 하면서 당선이 되면 나를 입양하겠다고 약속했어.
나는 어제(26일) 드디어 우리 아빠 집으로 들어갔어. 우리 누나들이 얼마나 철저하냐면 대통령이라도 막 봐주지 않았다? 입양 절차를 아주 꼼꼼하고 엄격하게 밟았대. 우리 아빠는 일반적인 동물 입양절차에 따라 입양을 받았다는 확인서에 사인하고, 진료기록과 성격, 동물 신분증명서와 같은 마이크로칩 등 나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을 누나에게 설명 들었어. 우리 누나들은 "아무리 대통령님일지라도 토리가 무지개 다리를 건널 때까지 끝까지 옆에 있어주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니까.
나는 특히 남자들이 좀 무서워. 나를 폐가에서 학대하던 전 주인이 남자였기 때문인걸까? 근데 있잖아. 어제 우리 아빠 품에 안긴 그 순간에는 이상하게 자꾸 웃음이 나오더라고. 헤헤.
나 같은 유기견이 '퍼스트 도그(first dog)'가 된 것은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처음이래. 청와대 첫 유기견 출신 퍼스트 도그인 이 문토리의 이야기. 앞으로 많이 기대해줘!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