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독성 넓은 띠 큰 바다뱀, 파란고리문어 등 아열대 생물 지구온난화로 한반도로 몰려와

중앙일보

입력 2017.07.26 11:09

업데이트 2017.07.28 11:33

박대식 강원대 교수가 아열대 생물인 ‘넓은 띠 큰 바다뱀’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있다. 박진호 기자

박대식 강원대 교수가 아열대 생물인 ‘넓은 띠 큰 바다뱀’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있다. 박진호 기자

 “최근 한반도 주변 바다에서 잡힌 바다뱀은 모두 아열대 기후인 대만과 일본 류큐 열도에서 이동한 겁니다.”
지난달 30일 오후 강원도 춘천시 효자동 강원대의 한 연구실. 박대식 과학교육학부 교수가 ‘넓은 띠 큰 바다뱀’이 움직이는 모습을 유심히 관찰하고 있었다.

강원대 박대식 교수 2015년 이후 제주·부산서 ‘넓은 띠 큰 바다뱀’ 12마리 확보
‘파란고리문어’ 2012년 제주서 처음 발견된 이후 경북 동해안까지 북상

1968~2015년 한반도 주변 표층 수온 변화 48년간 1.11도 상승
고등어·살오징어·삼치 등 일부 난류성 어종 어획량도 매우 증가

 코브라과 맹독성 생물인 이 뱀은 2015년 8월 제주도에서 잡힌 개체로 당시엔 한반도에서 처음 발견된 미기록종이었다. 박 교수는 유전자 분석을 통해 이 뱀이 아열대 기후인 대만과 일본 류큐 열도에 주로 서식하는 ‘넓은 띠 큰 바다뱀’인 것으로 확인했다. 이후 지난해 10월까지 총 12마리의 뱀이 추가로 잡혔는데 모두 이들 지역에서 온 뱀이다. 처음엔 제주도에서만 잡혔던 뱀은 점점 활동 반경이 넓어지면서 최근엔 부산에서도 잡히고 있다.

지난해 9월 제주 서귀포시에서 잡힌 넓은 띠 큰 바다뱀. [사진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지난해 9월 제주 서귀포시에서 잡힌 넓은 띠 큰 바다뱀. [사진 국립해양생물자원관]

박 교수는 “한반도 주변 해수 온도가 상승하면서 넓은 띠 큰 바다뱀의 관찰 빈도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 뱀이 겨울에도 생존할 수 있는지, 아니면 또다시 이동하는지 등을 연구할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구온난화로 바닷물 온도가 상승하면서 최근 한반도 주변 바다에서 아열대 생물들이 잇따라 발견되고 있다.

복어보다 1000배나 강한 독을 지닌 파란고리문어. [사진 국립수산과학원]

복어보다 1000배나 강한 독을 지닌 파란고리문어. [사진 국립수산과학원]

대표적인 것이 파란고리문어다. 지난 17일 울산지역 낚시동호인들이 활동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파란고리문어 사진과 함께 “울산 북구 정자 앞바다에서 발견했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지난달 초 경남 거제시 일운면 구조리 방파제에서도 파란고리문어가 발견됐다. 파란고리문어는 10㎝ 크기로 적갈색 바탕에 파란 고리 무늬가 있다.

더욱이 복어류가 지닌 ‘테트로도톡신’이란 독을 갖고 있어 맨손으로 만지면 위험하다. 파란고리문어의 독은 복어보다 무려 1000배나 강해 불과 1㎎의 독으로도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다.

경남 거제시에서 발견된 파란고리문어. [사진 거제시]

경남 거제시에서 발견된 파란고리문어. [사진 거제시]

실제 2015년 6월 제주 협재해수욕장 인근 갯바위에서 김모(38)씨가 파란고리문어에 세 번째 손가락을 물렸다. 김씨는 통증이 심해지자 119에 신고, 응급 처치를 받았지만 열흘 가까이 손뼈가 시린 고통과 어지러움 증상을 겪었다.

주로 호주와 인도네시아·필리핀·스리랑카 등 남태평양 아열대성 바다에 분포한 파란고리문어는 국내에선 2012년 제주도에서 처음 발견됐다.

최근엔 경남 거제를 비롯해 동해안인 울산과 경북 영덕에서도 목격되는 등 점점 북상하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 제주수산연구소 고준철 박사는 “기후변화로 북태평양 서부를 흐르는 구로시오 난류 중 한반도에 영향을 미치는 대마 난류를 따라서 파란고리문어가 제주도 연안으로 유입이 됐다”면서 “최근엔 대마 난류가 제주도 동쪽을 통해서 동해안으로 유입되는 것을 동해 난류라고 하는데 이 난류를 따라 파란고리문어가 북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울릉도의 한 해변에서 발견된 해파리 고둥. [사진 유영민씨]

울릉도의 한 해변에서 발견된 해파리 고둥. [사진 유영민씨]

또 다른 아열대 생물인 해파리 고둥도 동해안에서 잇따라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달 10일 오후 4시쯤 경북 울릉군 울릉도의 한 해변에서 해파리 고둥이 발견됐다. 해파리 고둥을 처음 발견한 주민 유영민(43)씨는 “투명 카누를 타던 중 이상한 생물이 있어 자세히 관찰하니 머리 부분에 2개의 눈과 지느러미가 있었다”고 말했다. 해파리 고둥은 2014년 5월 강원 강릉시 남항진 앞바다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제주 해역에선 황놀래기·청줄돔·가시복·아홉동가리·호박돔·벤자리 등 아열대 어종이 잇따라 어획되고 있다. 지난해에만 31종의 아열대 어종이 잡혔다.

전문가들은 한반도 주변 표층 수온 상승하면서 아열대 생물이 동해안으로 북상해 출현 빈도가 잦아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이 1968년부터 2015년까지 한반도 주변 표층 수온 변화를 분석한 결과 48년간 1.11도가 상승했다.

동해는 1.39도, 서해는 1.20도, 남해는 0.91도로 같은 기간 전 세계 표층 수온이 0.43도 상승한 것과 비교할 때 2~3배가량 높은 수준이다.

일부 난류성 어종의 경우도 활동 반경이 넓어지면서 어획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 대표적인 난류성 어종인 고등어의 경우 어획량이 1970년엔 3만8256t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엔 15만5435t이 잡혔다.

동해와 남해·서해에서 모두 잡히는 살오징어 역시 1970년대 후반 1만t에 불과했지만 1990~2000년대 20만t 이상 잡혔고, 지난해에도 12만1760t이 어획됐다. 삼치도 1970년대 1만t을 넘지 못했지만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엔 3만5869t이 잡혔다.

강원도 속초지역에서 잡힌 오징어. [중앙포토]

강원도 속초지역에서 잡힌 오징어. [중앙포토]

하지만 또다른 전문가들은 수온 상승과 일부 난류성 어종 어획량이 늘긴했지만 바다가 아열대화로 접어들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일부 난류성 어종은 어획량이 줄었고, 한류성 어종 중엔 어획량 크게 늘어난 사례가 있어서다.

난류성 어종인 정어리는 1980년대 20만t에 가까운 어획량을 보였지만 2000년대 들어 1000t을을 넘은 경우가 드물다. 쥐치의 경우도 1980년대 30만t을 넘기도 했지만 지난해 1807t이 잡힌게 전부다.

반면 한류성 어종인 청어는 1970~1980년대 어획량이 1000t을 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2000년대 후반부터 2만~4만t가량 잡히고 있다. 대게 역시 1970~1990년대엔 2~3t을 넘지 못한 적도 있었지만 2000년대 들어선 꾸준히 1000~4000t가량이 어획되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 연근해자원과 김중진 박사는 “수온이 올라간 것은 사실이지만 바다 생태계 변동의 원인을 기후변화로만 단정하는 것은 어렵다”면서 “어업 세력의 변화와 자원관리 노력 부족 등 인위적 행위도 영향이 있는 만큼 수온만 가지고는 이야기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춘천=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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