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반도체 업계가 번 것보다 더 커진 알리바바!

중앙일보

입력 2017.07.24 18:00

알리바바 시가총액이 전 세계 반도체 매출을 앞선다고?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된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 시가총액(이하 시총)이 3987억 달러로 4000억 달러 돌파를 코앞에 두고 있다. 한국 돈으로 450조 원이 넘는 규모다. 삼성전자(330조 원)보다 100조 원 넘게 웃돌고, 네이버(27조원)보다는 15배가 넘는다. 심지어 사상 최대 호황을 누리고 있는 전 세계 반도체 업계가 지난해 거둔 *매출액(3436억 달러)보다도 500억 달러나 많았다.

지난해 전 세계 반도체 업계, 3436억 달러 매출 거둬
알리바바 시가총액, 4000억 달러 코앞
홍콩증시 상장한 텐센트 시총도 3600억 달러 넘어
중국 인터넷 사용자 급격하게 늘면서 ‘깜짝 실적’ 덕분

*시장조사기관 가트너 집계 2016년 세계 반도체 매출 기준

지난 7월 11일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2017 글로벌 e-비즈니스 창업가 콘퍼런스’에 참석한 마윈 알리바바 회장(왼쪽), 알리바바가 홍콩의 유력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를 약 30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한 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홈페이지 화면(오른쪽) [사진 알리바바·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지난 7월 11일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2017 글로벌 e-비즈니스 창업가 콘퍼런스’에 참석한 마윈 알리바바 회장(왼쪽), 알리바바가 홍콩의 유력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를 약 30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한 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홈페이지 화면(오른쪽) [사진 알리바바·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지난해부터 알리바바 주가는 고공행진을 이어왔고, 작년 이맘때 70달러대였던 주가는 지난 19일(현지시각) 153.15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1년 새 두 배 넘게 오른 셈이다. 덕분에 중국 기업 시가총액 순위도 바뀌었다. 지난 6월만 해도 전 세계 상장된 중국 기업 시총 1위는 ‘텐센트’였다. 하지만 이번 달 들어 알리바바 주가가 가파르게 상승하더니 텐센트 시총을 앞질러 버렸다. 지난 19일 기준으로 텐센트 시총은 3611억 달러(405조원)로 270억 달러 넘게 알리바바가 앞섰다.

[자료: 차이나랩, 클라이너 퍼킨스 *2017년 7월 19일 시가총액 기준, 비상장의 경우 클라이너 퍼킨스 자료에 따름]

[자료: 차이나랩, 클라이너 퍼킨스 *2017년 7월 19일 시가총액 기준, 비상장의 경우 클라이너 퍼킨스 자료에 따름]

비록 1위 자리를 알리바바에 내줬지만, 텐센트도 사장 최고가를 경신할 정도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지난해 12월에 180홍콩달러 때였던 주가는 지난 19일 298홍콩달러로 2배 가까이 올랐다. 바이두·JD닷컴 주가 움직임도 비슷한 상황이다.

중국 인터넷 기업들의 굴기가 본격화된 셈이다. 알리바바·텐센트·바이두 같은 중국 인터넷 기업이 급성장하면서 미국 구글·아마존·페이스북 등 대표 기업의 시총 뒤를 바짝 쫓을 정도로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다. 전 세계 인터넷 산업도 미국과 중국이 양분하는 모양새다. 전 세계 시가총액 상위 10개 기업 중 인터넷·기술 기업이 애플·알파벳(구글 지주사)·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페이스북·알리바바·텐센트 등 7개나 됐다.

가장 빨리 베스트셀러가 된 아이폰. 애플은 전 세계 시총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자료 애플·중앙포토]

가장 빨리 베스트셀러가 된 아이폰. 애플은 전 세계 시총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자료 애플·중앙포토]

주가 급등의 직접적인 이유는 역시 탄탄한 실적이다. 알리바바는 올해 1분기 매출이 42억 달러(약 4조7000억원)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보다 60% 이상 증가한 수치로 사업 다각화에 성공한 덕분이다. 주요 사업인 전자상거래 외에도 클라우드 서비스, 미디어·엔터테인먼트 부문 매출에서 각각 103%. 234% 증가했다.

텐센트도 1분기 매출이 전년보다 55%나 증가했다. 텐센트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와 더불어 게임, 모바일 결제 이용 고객이 폭증하면서 실적 또한 빠르게 늘고 있다. 텐센트가 만든 중국 대표 메신저 ‘위챗’은 이용자 수만 9억 명을 넘어섰다. 특히 모바일 결제 시장이 커지면서 위챗의 결제 서비스인 ‘위챗페이(微信支付·웨이신즈푸)’ 이용이 크게 늘었다.

위챗페이 홈페이지 안내 화면 [사진 위챗페이]

위챗페이 홈페이지 안내 화면 [사진 위챗페이]

중국 내 모바일 결제가 보편화되면서 알리페이를 운영하는 알리바바의 금융 계열사 앤트파이낸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미국 벤처투자사인 클라이너 퍼킨스는 앤트파이낸셜의 시장 가치를 약 600억 달러(약 67조4000억원)로 보고 있다. 한국 증시에서 시가 총액 2위 기업인 하이닉스(약 51조원)를 중국 스타트업이 상장도 하기 전에 더 큰 가치를 인정받은 셈이다. 이 가치에는 모바일 결제 사업의 핵심인 ‘알리페이’(500억 달러), 마이뱅크 등 소액대출 서비스(80억 달러) 그리고 자산운용(MMF), 신용조회사업까지 포함돼 있다.

알리바바의 금융 계열사인 앤트 파이낸셜 [사진 알리페이]

알리바바의 금융 계열사인 앤트 파이낸셜 [사진 알리페이]

또 한 가지 이유는 성장 가능성을 점칠 수 있는 ‘비전’이다. 지난 9일 ‘투자자의 날’ 행사에서 마윈(馬雲) 알리바바 회장은 2020년까지 알리바바의 총 거래액 규모가 1조 달러, 고객 수 20억 명을 달성하겠다고 공언했다. 신소매·신제조·신금융·신기술·신에너지의 5개 사업 분야로 기업 전략을 짜겠다는 ‘5신(新) 전략’도 발표했다.

이에 뒤질세라 텐센트의 마화텅(馬化騰) 회장도 지난 5월 중국 구이양에서 열린 ‘중국 국제 빅데이터 산업박람회’에 참석해 “디지털 경제의 3대 키워드로 ‘실물(實)’, ‘새로움(新)’, ‘연결(通)’을 꼽으며, 전자결제와 클라우드 서비스 그리고 인공지능(AI) 분야 간 경계를 허무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밝혔다. 핵심 사업인 온라인 게임, SNS 외에도 모바일 엔터사업, 해외 결제 등 새로운 사업 확대를 시사했다.

텐센트의 마화텅(馬化騰) 회장 [사진 텐센트]

텐센트의 마화텅(馬化騰) 회장 [사진 텐센트]

단순히 덩치만 커진 게 아니다. 미국 벤처투자사 클라이드 퍼킨스는 “올해 1분기 기준으로 알리바바와 텐센트의 영업이익률이 각각 45%, 39%에 육박한다”며 “20%대 영업이익률을 달성한 알파벳·이베이를 앞섰다”고 했다.

한국도 중국 인터넷 기업들의 성장세에 주목하고 있다. 박석중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중국 4차 산업에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경계가 너무 빨리 무너져 한국이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며 “유무형의 독자 플랫폼을 구축한 알리바바·텐센트·바이두가 관련 산업을 독식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는 세계 1위에 올라섰지만, D램은 나노 기술로 얼마나 미세한 회로를 만들지 낸드 플래시는 적층 기술을 이용해 얼마나 많이 쌓는지에 따라 경쟁력이 또다시 결판난다. 하지만 반도체 다음의 인터넷, 바이오, 자동차 전장(電裝) 같은 신수종 사업에는 첫 발조차 내딛지 못했다. [사진 중앙포토]

삼성전자는 세계 1위에 올라섰지만, D램은 나노 기술로 얼마나 미세한 회로를 만들지 낸드 플래시는 적층 기술을 이용해 얼마나 많이 쌓는지에 따라 경쟁력이 또다시 결판난다. 하지만 반도체 다음의 인터넷, 바이오, 자동차 전장(電裝) 같은 신수종 사업에는 첫 발조차 내딛지 못했다. [사진 중앙포토]

익명을 요한 한 증권사 임원은 “중국 인터넷 시장을 차지한 중국 기업이 엉뚱하게 구글·페이스북·아마존 등 글로벌 기업이 포진한 미국·홍콩 증시에 상장해 글로벌 자금을 끌어들이고 있다”며 “한국 증시에 상장한 삼성전자 같은 경우 아무리 외국인 투자자를 유치해도 제값 받기란 사실상 쉽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차이나랩 김영문

*본문에 있는 시가총액 기준일은 2017년 7월 19일 종가. (해외 상장 주식의 경우 해당일 전일 종가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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