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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과 '배구소녀단', 수원을 강타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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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3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월드 그랑프리 2그룹 9차전 폴란드와 경기에서 공격을 성공시키는 김연경. [사진 국제배구연맹]

7월 23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월드 그랑프리 2그룹 9차전 폴란드와 경기에서 공격을 성공시키는 김연경. [사진 국제배구연맹]

"꺄악~" "언니, 멋있어요." "식빵 한 번 해주세요." 여자배구 월드 그랑프리가 열린 수원체육관은 사흘내내 열광의 도가니였다. 10대와 20대 여성 팬들이 객석의 절반 이상을 채웠다. 김연경(29·중국 상하이)이 리더인 '배구소녀단'의 공연장이나 다름없었다.

여자배구대표팀 그랑프리에서 폴란드에 3-0 승리 #3일동안 1만4000여명 관객 찾아 환호성 질러 #10. 20대 여성 팬 많아 아이돌 그룹 콘서트장 분위기

21일 열린 카자흐스탄전에선 3500여명이 입장했다. 금요일 오후 4시에 경기가 열렸다는 점을 감안하면 굉장한 수치였다. 23일 열린 그랑프리 2그룹 예선 마지막 경기인 폴란드전은 일찌감치 매진됐다. 김용민 대한배구협회 국제부 차장은 "수원체육관이 4800석 정도인데 22일(콜롬비아)엔 5000명이 들어왔고, 오늘은 입석 포함 5500장이 팔렸다"고 설명했다. 3일 동안 1만4000명이 경기장을 찾은 것이다. 좌석이 모자라 복도에서 지켜보는 관객들도 많았다. 프로배구 챔피언결정전에서도 보기 힘든 흥행 대박이었다. 여자 대표팀 주장 김연경도 "평일인데 팬들이 이렇게 많이 오실 줄 몰랐다. 정말 힘이 났다"며 놀라워했다.

배구 대표팀의 인기 원동력은 역시 김연경이다. 김연경은 지난해 리우 올림픽 예선부터 뛰어난 경기력을 펼쳤고, 본선에서도 8강 진출을 이끌어다. 비록 목표로 했던 메달 획득엔 실패했지만 시원시원한 스파이크를 날려 배구를 잘 모르던 팬들의 관심까지 끌어모았다.

경기 외적인 면에서도 김연경의 매력이 돋보였다. 당시 김연경은 경기에 지나치게 몰입한 나머지 뜻대로 안될 때 무의식적으로 비속어를 내뱉었다. 입 모양이 고스란히 TV중계 카메라에 잡혔다. 하지만 팬들은 김연경의 강한 승부 근성에 오히려 매료됐다. 팀원의 실수를 따끔하게 질책하면서도 눈물을 보이는 후배를 독려하는 모습에 여성들이 더욱 열광했다. 올림픽 이후 방송에서 선보인 털털한 매력까지 겹치면서 김연경은 '걸 크러시'의 선두주자로 떠올랐다. 김연경도 "어디를 가도 팬들이 항상 따라온다. 선물도 많이 보내주신다. 여성 팬들이 더 의리가 있는 것 같다"며 감사했다.

7월 23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월드 그랑프리 2그룹 9차전 폴란드와 경기에서 득점을 올린 뒤 환호하는 여자 배구 대표 선수들. [사진 국제배구연맹]

7월 23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월드 그랑프리 2그룹 9차전 폴란드와 경기에서 득점을 올린 뒤 환호하는 여자 배구 대표 선수들. [사진 국제배구연맹]

수원체육관 곳곳에는 김연경의 팬클럽인 '연경홀릭'의 현수막이 걸렸다. 김연경의 작은 동작 하나하나에도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김연경 뿐 아니라 모든 한국 선수들의 플레이 열광했다. 경기장에선 물결 응원과 함께 '대한민국'을 외치는 함성이 울려퍼졌다. 선수들은 자원봉사자, 팬들과도 함께 사진을 찍는 등 팬서비스에도 충실했다.

김연경은 이날 양팀 통틀어 최다인 17점을 올리는 활약을 펼쳤다. 김연경은 이번 대회 9경기에서 147점을 올려 12개국 선수 중 가장 많은 득점을 올렸다. 한국은 2그룹 우승후보로 꼽히는 폴란드를 상대로 3-0(25-23, 25-20, 25-22) 완승을 거뒀다. 8승1패(승점25)를 기록해 1위로 결선에 진출한 한국은 2위와 준결승에서 맞붙는다. 폴란드(7승2패·승점21) 또는 체코(7승1패·승점20)가 유력하다. 체코가 24일 새벽 열리는 캐나다전에서 이길 경우엔 체코가 2위를 확정짓는다. 준결승은 30일 체코 오스트라바에서 열린다. 한국 대표팀은 26일 낮 체코로 떠난다.

수원=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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