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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의 Mr. 밀리터리] 미국, 김정은을 어디까지 옥죄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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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대북제재가 소강 국면이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 취임으로 시작된 대북제재 1라운드는 지난 4일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형을 발사하고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종료되면서 막을 내렸다. 미국은 휴가철이고 정부는 지난 17일 북한에 군사·적십자회담을 제의한 상태다. 북한은 묵묵부답이다. 그런 가운데 미국에선 강도 높은 대북제재 2라운드의 에너지가 꿈틀거리고 있다.

미국, 북 화성-14형 발사에 충격 #미 국민 81%가 북한이 위협 인식 #미지근한 중국에 트럼프 압박카드 #중 단둥은행외 10개 기업 추가제재 #최후 군사옵션, 항모 3척+α 배당 #스텔스기 F-35B, 참수작전 가능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2라운드 대북제재에 팔 걷는 트럼프=미국은 북한의 화성-14형 발사를 보고 깜짝 놀란 분위기다. 사거리 6700㎞ 수준의 초기 ICBM이지만 어쨌든 미국 알래스카까지 날아갈 수 있어서다. 뉴욕 등 미국 동부지역까지 닿는 1만3000㎞급 ICBM을 개발하려면 1∼2년 더 남았으나 미국 국민이 위기의식을 갖기에 충분했다. 지난 18일 미 NBC 방송과 워싱턴포스트(WP)의 공동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 국민의 74%가 미국과 북한의 전면전 가능성에 우려한다고 응답했다. 또 응답자의 81%가 북한을 미국의 위협으로 간주했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미국은 북한의 화성-14형 발사에 큰 충격을 받았다”며 “북한의 ICBM 발사에 대해 ‘그럴 일 없다’고 말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말이 우습게 됐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최 부원장은 “북한의 ICBM 발사에 대해 이제 트럼프 대통령이 행동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더구나 북한에서 구속됐다가 풀려난 뒤 사망한 미국 청년 웜비어 사건으로 북한에 대한 미 국민의 분노까지 더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미 의회가 더 강경해지고 있다”고 최 부원장은 말했다. 미 하원은 지난 5월 4일 ‘대북제재 현대화법’을 통과시켰고 지난달 21일 이 강력한 법안을 미 상원에 보낸 상태다. 이 법안이 상원을 통과하면 북한 노동자의 해외 수출이 차단되고 해외 항구를 사용할 수 없게 된다. 북한의 수출입 길이 막힌다. 북한 노동자를 고용하는 외국 기업은 미국의 제재 대상이 된다. 북한 도박 사이트는 물론 북한산 농산품과 어업권 거래도 제재토록 하고 있다.

중국에 대한 회유와 압박을 통한 본격적인 대북제재 방안도 마련되고 있다. 지난 4월 미국 마라라고에서 가졌던 미·중 정상회담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시진핑 주석이 북한 비핵화에 크게 기여해 줄 것으로 기대했다.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환율조작국에서 제외해 주고 남중국해에 대한 자유항행권 시행도 보류했다. 자유항행권이란 공해인 남중국해를 모든 국가의 상선과 함정이 통과할 수 있는 권한이다. 한국의 대부분 물동량도 이 해역을 지나간다. 그런데도 중국은 남중국해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면서 미 해군 함정의 통과를 제한하고 군사적으로 통제하겠다는 생각이다. 마라라고 정상회담 이후 미 태평양사령관이 남중국해에 미 함정이 통과하는 자유항행권을 시행하겠다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세 번이나 건의했지만 유보됐다. 중국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배려에서였다.

그러나 미·중 정상회담 이후 100일이 되도록 중국의 미지근한 대북제재로 실효성이 없자 트럼프 대통령은 7월 초 미 함정을 남중국해에 전격적으로 통과시켰다. 미국의 중국에 대한 압박은 이게 끝이 아니다. 미 정부는 중국을 최악의 인신매매국으로 분류하고 중국이 적대시하는 대만에 1조6000억원 규모의 무기 판매를 허가했다. 또 북한과 거래한 중국 단둥은행을 제재한 데 이어 10개의 중국 기업도 추가 제재 대상에 올렸다. 미국은 앞으로 중국이 본격적으로 북한 비핵화를 위한 제재에 나설 때까지 더 강하게 밀어붙일 태세다. 미 상원에 계류 중인 ‘대북제재 현대화법’에 따르면 미 행정부는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기업들을 더 많이 제재할 수 있다.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분류할 수도 있다. 경제적으로 중국을 최대한 압박해 대북제재에 나서도록 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북한 비핵화를 위한 외교·경제 제재가 실패할 경우에 대비해 마지막 수단인 군사적 옵션도 조용히 준비 중이다. 우선 미국은 올해 항공모함 3척을 한반도 임무에 할당했다. 일본 요코스카의 미 7함대 기지에 붙박이로 있는 최신형 항모 레이건함 외에 칼빈슨함과 니미츠함을 항시 한반도에 투입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이에 앞서 미 국방부는 항모에 탑재할 수 있는 수퍼호넷(F/A-18E/F) 48대를 일본 이와쿠니에 배치해 두고 있다. ‘항모 3척+α(이와쿠니 수퍼호넷 48대)’ 분량을 한반도 지역에 배당한 셈이다. 한반도 유사시 투입되는 항모가 4척 정도임을 감안하면 준전시 수준의 항모 전력이다. 또 미 해병대에 따르면 올 1월 일본에 배치된 해병대용 수직 이착륙 스텔스 전투기 F-35B 10대를 오는 10월까지 16대로 확대할 계획이다. F-35B는 항모 또는 수송함에 실어 동해에서 은밀히 출격해 북한 상공에서 비밀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 참수작전이 언제든 가능하다. 이 밖에도 괌에 있던 고고도 무인정찰기 5대를 오키나와에 전진 배치했다. 15∼20㎞ 상공에서 실시간으로 지상 표적을 정찰하는 이 무인정찰기들의 주임무는 북한 핵과 미사일 대응이다. 여기에 미국 안보의 최우선 순위였던 시리아 내전은 휴전됐고 이슬람국가(IS)의 최대 근거지인 이라크 모술을 탈환해 미국은 당분간 북한에 군사력을 집중할 수 있게 됐다.

◆대북 군사회담 제의 효과는?=트럼프 대통령이 강력한 대북제재 2라운드를 준비하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에 군사회담과 적십자회담을 제안했다. 이는 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에 대한 후속조치다. 핵열차를 타고 떠나려는 북한과 대화의 마지막 실마리라도 잡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회의 창’이 올 가능성도 낮지만 그 결과는 더욱 미지수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핵을 포기할 의사가 거의 없어서다. 일본 아사히신문 보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G20 회의 때 북한 외교공관에 ‘핵 포기는 불가능하다고 믿도록 미국을 압박하고 담판하라’는 지령도 내렸다고 한다. 더구나 정부가 북 비핵화를 합의하겠다는 목표 시점인 2020년은 북한이 20∼100발이라는 다량의 핵무기를 갖는 시기다. 정영태 동양대(군사학과) 교수는 “이번 남북대화가 북한에 약간의 카드를 내비쳐 주는 건 좋지만 이 카드로 핵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은 작다”고 전망했다. 설사 북한이 군사회담에 나오더라도 북쪽에 부담스러운 심리전 수단인 대북 확성기 가동 중단이나 철거라는 과실만 따먹고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 결국 대북제재 2라운드에선 북한의 핵무장 의지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마주 보고 달리는 두 열차처럼 충돌 형국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김민석 군사안보연구소장 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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