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PO가 희망이다] 지구촌 빈곤 마을 15~20년 장기 후원 … 자립 희망 심어주고 '아름다운 이별'

중앙일보

입력 2017.07.21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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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면

월드비전 

베트남 호아방 마을의 시이(5·왼쪽 첫째)네 가족. 시이의 부모는 월드비전이 진행하는 농업기술 교육에 참여해 소득이 늘었다. 식수 시설과 보건 교육으로 시이를 건강하게 돌볼 수 있다. [사진 월드비전]

베트남 호아방 마을의 시이(5·왼쪽 첫째)네 가족. 시이의 부모는 월드비전이 진행하는 농업기술 교육에 참여해 소득이 늘었다. 식수 시설과 보건 교육으로 시이를 건강하게 돌볼 수 있다. [사진 월드비전]

2014년 11월 29일. 이날은 월드비전 지역개발사업장 중 하나인 베트남 호아방 사업장의 한 마을에서 15년 동안 함께 한 월드비전이 떠나는 날이었다. 아쉬움보다 축하하는 마음과 기쁨이 가득했던 이유는 이 마을은 이제는 월드비전이 없어도 마을과 아동 스스로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역개발사업에 현지인 참여
교육·보건·생계 등 함께 노력
철수 뒤 '스스로 발전'이 목표

끝없이 줄 수만도, 도중에 놓을 수도 없는 일. 이에 월드비전이 찾은 답은 ‘마을의 자립’이다. 한 아이가 건강하게 성장해 꿈을 이룰 수 있는 마을을 만드는 것. 후원이 끝나도 아동과 마을이 스스로 살아가고 발전해갈 수 있도록 하는 것. 이것이 월드비전이 생각한 진정한 후원이다.

전 세계 모든 월드비전 지역개발사업장에는 마을 주민들로 이뤄진 ‘마을개발위원회’가 있다. 월드비전은 마을개발위원회와 함께 일하며 주민 스스로 마을에 무엇이 필요한지 논의하고 그에 맞는 사업을 계획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돕는다. 마을 주민 모두가 월드비전의 파트너인 셈이다.

호아방도 마을개발위원회가 중심이 돼 교육·보건영양·농업개발 등 마을에 필요한 사업을 펼쳤다. 우물이나 위생시설, 농경 관개수로 등 다양한 시설을 설치하기 위한 비용의 20~40%는 주민이 직접 부담한다.

호아방 마을개발위원회 대표인 엠 씨는 “8년 전 월드비전과 함께 논에 관개수로를 설치하고, 마을에서 논으로 이어지는 길에 이 다리를 만들었다. 8년이 지났는데도 끄떡없다”면서 “이제 월드비전은 떠나지만 우리 마을개발위원회는 계속해서 마을에 필요한 것들을 조금씩 만들어갈 계획이다. 조만간 논에 양식장을 설치하는 사업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는 주민들 스스로 새로운 사업을 계획하고 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아 실행에 옮기며 더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들어 가고 있다. 지역 정부도 협력한다.

호아방 지역 정부 내 사업관리위원회 소속인 티엔 씨는 “호아방 지역 정부는 각 영역에서 큰 성과가 날 수 있도록 지역주민 및 월드비전과 협력해 사업을 실행하고 관리·모니터링한다”면서 “이제는 월드비전 없이도 지금까지의 성과와 영향을 지속하기 위한 노력을 정부 차원에서 꾸준히 이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산간마을 호아방은 주민의 대부분이 소수민족이다. 40% 이상이 빈곤 가정으로 분류될 정도로 가난한 지역이었다. 월드비전의 원칙은 가장 취약한 지역을 우선적으로 지원하는 것이다. 이런 월드비전의 가치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마을의 파트너들과 함께한 오랜 사업의 열매는 이제 스스로 마을 내 소외된 사람들을 돌보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뒤처진 사람 없이 모두가 행복한 마을로 만들어가기 위한 노력으로 나타나고 있다. 취약 가정에서도 자립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 옉 씨는 5세 미만 자녀를 둔 여성들을 위해 운영하는 영양클럽(Nutrition Club)에 참여하며 월드비전으로부터 돼지 한 마리를 지원받았다. 돼지 값의 40%는 본인 부담이었다. 옉 씨가 열심히 키운 돼지는 새끼를 벌써 두 번이나 낳았다.

옉 씨는 “예전에는 아이들 학비는커녕 끼니를 때우는 것도 어려웠다. 우물은 상상도 못 했고 강에서 매일 물을 길러왔다. 이제는 월드비전에서 지원해준 돼지를 키워서 새끼를 팔아 아이들의 학비도 대고, 집 마당에 우물도 마련했다”고 말했다.

월드비전 관계자는 “주민들은 사업 비용의 일부를 본인이 부담하는 만큼 주인의식도 생길 뿐 아니라 책임감을 갖고 유지하기 위해 열심을 다한다”고 전했다.

영양클럽에서는 한 달에 한 번 아이들이 쉽게 걸리는 질병을 예방하고 간단히 대처하는 방법, 성장 시기에 필요한 영양소, 마을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로 영양이 풍부한 음식 만드는 요리법 등을 가르치고 있다.

월드비전 지역개발사업은 ‘한 아이를 키우려면 한 마을이 필요하다’는 뜻에서 출발한다.

호아방 마을에 사는 열두 살 레는 월드비전의 후원아동이다. 한국의 후원자가 보내는 소중한 후원금은 호아방 마을에 전달돼 레의 가족을 비롯한 여섯 가정이 함께 쓰는 우물이 되고 위생시설이 되고 가정의 소득 증대를 위한 소와 닭이 됐다. 레의 엄마는 “나는 형편이 어려워 학교를 다니다 말았는데 우리 딸 학비는 낼 수 있게 돼 기쁘다. 레는 계속 학교를 다닐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레를 비롯한 마을 아이들은 이 후원금으로 아동 권리를 배워 자신을 지켜나갈 수 있는 역량을 키웠고 학교폭력 예방, 재난 예방에 관련된 교육에 참여했다. 월드비전 지역개발사업의 목표는 레와 아이들이 이렇게 건강하고 안전하게 자라서 꿈을 이룰 수 있는 마을을 만드는 것이다.

월드비전은 한 마을에서 15~20년이라는 긴 시간의 사업계획을 세울 때부터 월드비전이 떠나는 날을 준비한다. 월드비전 관계자는 “월드비전이 떠난 뒤 마을은 어떤 모습일까를 구체적으로 그리며 대비한다. 그렇기 때문에 사업의 모든 단계에서 주민들과 함께 주민들을 위한 사업을 실행한다”고 말했다.

배은나 객원기자 bae.eunn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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