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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이정택의 당신도 CEO(3) 전직 프로야구 선수 2전3기 끝에 웃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퇴직자에게 재취업은 로망이다. 그러나 재취업에 성공한 경우는 흔치 않다. 있다 하더라도 대개 일용직이나 임시직에 그친다. 마지 못해 창업 시장에 뛰어들어 보지만 현실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아이템 선정, 마케팅 등 막히는 대목이 한둘이 아니다. 이럴 때 창업 마스터가 있으면 천군만마의 힘이 된다. 위기에 빠질 때 탈출 방법을 모색해 준다. 마스터가 바꾼 창업 성공 스토리를 실제 사례로 들여다본다. <편집자>

대구 지하철 반월당역의 출구는 23개, 지하상가 출구까지 합치면 43개다. 출구가 많으면 이용자에게 좋을 것 같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불편하다. 어떤 출구는 사람들이 많이 몰리고 어떤 출구는 한산하다. 환승하는데 걸리는 시간도 출구가 적은 역보다 길 수밖에 없다. 길을 잘못 잡으면 환승하는데 꽤 긴 동선을 움직이게 된다.

선수 생활 마감 후 차린 떡볶이집· 분식점 모두 실패 #가게 터 옮기고 부대찌게& 삼겹살로 메뉴 바꿔 성공

마찬가지로 고객이 선택해야 하는 메뉴가 너무 많으면 매출 증대로 이어지지 않는다. 한 유통업체가 24종의 잼을 진열할 때와 6종의 잼을 진열할 때의 매출을 비교하는 실험을 했다. 그 결과 오히려 6종의 잼을 진열한 경우가 더 많이 팔렸다. 고객은 선택지가 많을수록 고민하고 혼란스러워 한다. 법정에 출두해 포토라인에 선 피의자에게 “한 말씀 해 주시죠?”라고 질문해서는 절대 아무 말 안 나오는 것과 같은 이치다. 잘되는 음식점은 메뉴가 단출하다.

전직 프로야구 선수, 인생 포지션 변경에 나서다

'나도 사장님’에서 JTBC와 손잡고 진행하고 있는 자영업자 부활 프로젝트 프로그램인 <나도 CEO>의 4호 주인공인 전직 프로야구 선수 김효남(35) 씨는 주력 메뉴를 단출하게 만들어 성공한 사례로 꼽을 수 있다.

2005년 프로야구 신인 선수 선발 1차 1번 지명으로 김씨는 삼성 라이온즈에 입단했다. 12살부터 시작한 야구 인생에서 가장 빛나던 시기였다. 그러나 군 복무를 위해 입대한 상무대에서 어깨 부상으로 선수생활에 치명타를 입게 된 김씨. 결국 2014년 32살의 나이에 선수생활을 중단해야 했다.

군복무 중 어깨에 치명상 

[사진 JTBC 나도 CEO 방송 캡쳐]

[사진 JTBC 나도 CEO 방송 캡쳐]

[사진 JTBC 나도 CEO 방송 캡쳐]

[사진 JTBC 나도 CEO 방송 캡쳐]

야구가 인생의 전부였던 김씨에게 젊은 나이의 은퇴는 엄청난 충격이었다. 오랜 시간을 방황했다. 그러다 친구 권유로 중국에서 떡볶이 장사를 시작했다. 초반엔 장사가 쏠쏠했지만 상가 임대 계약과 관련해 사기를 당하고 빈손으로 쫓겨나다시피 한국으로 돌아왔다. 심기일전하고 분식집을 다시 시작했지만 4개월 만에 또 폐업하고 말았다. 두 번의 좌절 끝에 자신감이 사라졌고, 부모님 뵐 면목도 없어졌다. 아는 형님 집에 얹혀 살면서 햄버거 가게의 주방 보조생활까지 했다.

이런 사연을 접한 ‘나도 사장님’은 폐업한 분식집의 상권분석부터 시작했다.그 가게는 다른 업종을 하기에 적당치 않았다. 주방설비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았고, 월세만 잡아먹는 애물단지였다. 희망이 보이지 않았다. 지금까지 쏟아부은 노력이 아깝지만 더 이상의 손실을 막기 위해선 결단이 필요했다. 결국 가게를 옮기기로 했고, 김씨도 이에 동의했다.

[사진 JTBC 나도 CEO 방송 캡쳐]

[사진 JTBC 나도 CEO 방송 캡쳐]

[사진 JTBC 나도 CEO 방송 캡쳐]

[사진 JTBC 나도 CEO 방송 캡쳐]

김씨는 2년 동안 안정적인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업종을 원했다. 여러가지를 감안해 볼 때 고기집이 승산이 있어 보였다. 범어네거리 먹자골목에서 월세가 저렴한 빈 가게를 구했다. 범어네거리는 오피스 빌딩이 몰린 지역이고, 주변에 1만여 세대의 아파트 단지가 있어서 점심과 저녁 매출을 모두 잡을 수 있는 상권이다. 직장인의 점심 메뉴 4위인 부대찌개와 저녁 회식 메뉴 1위인 삼겹살로 먹거리를 정했다. 이 두 메뉴를 전문으로 하는 프랜차이즈 ‘신사부대찌개 &품격삼겹살’의 가맹점을 열기로 했다.

[사진 JTBC 나도 CEO 방송 캡쳐]

[사진 JTBC 나도 CEO 방송 캡쳐]

[사진 JTBC 나도 CEO 방송 캡쳐]

[사진 JTBC 나도 CEO 방송 캡쳐]

[사진 JTBC 나도 CEO 방송 캡쳐]

[사진 JTBC 나도 CEO 방송 캡쳐]

새로 얻은 가게의 인테리어를 시작했다. 기존 주방 집기와 인테리어는 재활용하면서 멀티 매장의 모습을 갖추기 위한 공사가 진행됐다. 모든 비용은 본사에서 무상 지원했다. 김씨는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점주체험을 통해 주방과 홀의 업무를 완벽하게 익혀나갔다. 두 번의 실패로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고 각오한 김씨는 밤늦도록 연습에 열중하며 단기간에 노하우를 습득하는 놀라운 집중력을 보였다.

홀에 야구인생 전시 공간   

이승엽 선수와 구자욱 선수가 응원에 나섰다. 대구의 열혈 야구팬들이 가게를 핫 플레이스처럼 이용하도록 홀안에 김씨 야구 인생을 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그 공간엔 사인볼과 유니폼, 수많은 야구선수들의 사인을 전시했다. 빔 프로젝트를 통해 야구 경기를 관람하는 스크린도 설치했다. 마침내 개업하는 날, 저녁 2시간 매출이 ‘나도 CEO’ 사상 최고의 실적인 104만2000원에 달했다. 이후 김씨 가게는 하루 평균 매출 100만 원 이상을 기록하며 성업 중이다.

[사진 JTBC 나도 CEO 방송 캡쳐]

[사진 JTBC 나도 CEO 방송 캡쳐]

야구에선 얼마든지 선수의 포지션 변경이 가능하다. 선수가 감독이 되기도 한다. 사업의 포지션 변경은 이전에 하던 일을 잊어야 가능하다. 변화를 두려워 하지 않는 유연한 자세를 가져야 포지션 변경에 성공한다.

사업은 많이 사람이 도전하지만 성공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 사이에 곡절이 많은 까닭이다. 어떤 이는 두려움에 발목 잡히고, 어떤 이는 좌절로 주저앉는다. 어떤 이는 무수한 갈래에서 길을 잃고, 어떤 이는 뒷심이 부족해 끝을 맺지 못한다. 시작이 절반이라는 말은 절반만 맞다. 진짜 절반은 마무리에 있다. 창업을 혼자 하는 것보다 전문가의 손길을 빌리는 것이 좋다. 부족한 2% 때문에 90% 망칠 수 있는 일을 방지하기 때문이다.

이정택 나도 사장님 대표 jason.lee@imceo.kr

[제작 현예슬]

[제작 현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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