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문재인 정부도 증세 없는 복지

중앙일보

입력 2017.07.20 02:08

업데이트 2017.07.20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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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문재인 정부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19일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발표하면서 총 178조원의 재원을 확보해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특정 정책을 위해 돈을 더 쓰려면 그만큼 마련해야 한다.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세금을 더 걷거나 다른 분야의 씀씀이를 줄여야 한다.

국정 5개년 계획에 178조 필요
세출 절감으로 95조 조달키로
박 정부 재원조달 방식과 판박이

전문가 “세출 줄이기 성공 힘들어”
“차라리 국민에 증세 이해 구하길”

문재인 정부는 후자를 택했다. 증세라는 정공법을 피하고 ‘근검절약’이라는 대안을 내놨다. 마른 수건을 쥐어짜고 허리띠를 졸라매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다. 당장 ‘증세 없는 복지시즌 2’라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와 박근혜 정부의 재원 조달 방식에 차별성이 없어서다.

증세 없는 세출 확대는 쉽지 않다. 박근혜 정부도 실패했다.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이 말의 성찬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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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기획위가 밝힌 5개년 계획 100대 국정과제 실천을 위한 재원 마련 방법은 ‘세입 확충’과 ‘세출 절감’이다. 세입 확충으로 82조6000억원, 세출 절감을 통해 95조4000억원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이다.

세입 확충의 큰 틀은 세수 자연증가분 60조5000억원이다. 세율을 올리지 않아도 매년 세수가 늘어나는 추세를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다른 국세 수입을 포함해 77조6000억원을, 세외 수입으로 5조원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증세 계획은 없다.

세출 절감은 종전의 씀씀이를 줄이겠다는 뜻이다. 재정지출 절감을 통해 60조2000억원, 기금 여유자금 활용 등을 통해 35조2000억원을 조달하겠다고 밝혔다.

박근혜 정부도 2013년 5월 ‘공약가계부’를 발표하며 “5년간 재원 소요액 134조8000억원을 세입 확충(50조7000억원)과 세출 절감(84조1000억원)으로 조달하겠다”고 밝혔다. 그때도 방법으로 ▶지하경제 양성화 ▶비과세·감면 정비 ▶정부 예산 구조조정을 제시했다. “실현할 수 없는 계획”이라는 비판에 시달렸다. 이후 담뱃세 인상과 소득세 최고세율을 올릴 수밖에 없었다.

참여정부 시절 건설교통부 장관을 역임했던 최종찬 국가경영전략연구원장은 “주던 돈을 빼앗으면 수혜자가 반발해 세출 절감을 통한 재원 마련 계획은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새 정부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나 원전 공사 중단 손실 보상, 최저임금 인상분 보전 등 돈 쓰는 정책만 얘기하고 있다”며 “세출 절감과는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5년 내내 세금이 잘 걷힌다는 보장이 없는데 세수 자연증가분을 60조원 이상으로 책정한 건 과하다”며 “정권 초기에 국민의 이해를 구해 증세를 단행하는 편이 더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박진석·하남현 기자 kaila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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