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만드는 세상] 갓 지은 밥 한 끼 나눴을 뿐인데 … 아이들이 한결 밝아졌어요

중앙일보

입력 2017.07.20 01:26

업데이트 2017.07.20 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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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김근해 사회복지사가 19일 경남 창원시 회원초등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아침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사진 월드비전]

김근해 사회복지사가 19일 경남 창원시 회원초등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아침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사진 월드비전]

경남 창원시 회원초등학교에서 근무하는 김근해(48) 사회복지사는 올해 4월부터 평일에 하루도 빠지지 않고 오전 6시에 일어나 15인분의 ‘밥’을 지었다. 어떤 날은 짜장밥, 그 다음 날은 불고기덮밥, 또 다른 날은 미역국 …. 메뉴는 그날그날 달랐다. 그렇게 김 복지사가 만든 밥은 이 학교 저소득층 학생들의 ‘아침식사’가 됐다.

월드비전, 67개 학교에 후원금
학교에서 아침 먹을 수 있게 지원

대학 23곳 ‘십시일밥’ 프로젝트
식당 봉사로 받은 식권 모아 기부

김 복지사가 학생들의 아침밥을 만들게 된 건 비영리단체(NPO) 월드비전이 기획한 ‘아침머꼬’ 캠페인 덕분이다. 아침머꼬는 아동 결식률을 낮추고 아이들이 건강한 학교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학교에서 아침밥을 직접 주도록 하는 프로젝트다. 현재 전국 67개 학교에서 월드비전의 후원금을 받아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김근해 사회복지사는 “몸이 좀 피곤해도 내가 준비한 밥을 기다리고, 또 맛있게 먹어주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는 게 보람이다. 아이들의 표정도 예전보다 훨씬 밝아져 ‘밥 한 그릇만으로도 정말 많은 게 달라질 수 있구나’ 싶다”고 말했다.

식구(食口)는 ‘한집에서 함께 살며 끼니를 같이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다. 그만큼 한국인에게 ‘밥’은 먹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언제 밥 한번 먹자”는 말은 한국에서 보편적 인사말에 속한다. 인기 TV 프로그램 중 상당수도 밥과 관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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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효리네 민박’에서 등장인물들은 밥을 짓고 그걸 함께 나눠 먹는 일에 많은 시간을 쓴다. 수개월 전에 방영된 tvN ‘윤식당’ 역시 음식을 만들고, 먹는 장면이 이어졌다. 출연자들은 그 과정에서 진솔한 이야기를 주고받고 그것이 시청자에게는 감동으로 다가온다. 밥은 그렇게 오래전부터 사람 사이의 관계를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해왔다.

최근 기부나 나눔 활동에서도 밥이 중요한 소재로 떠오르고 있다. 월드비전의 아침머꼬는 이런 현상의 대표적 사례다. 전영순 월드비전 국내사업본부장은 “지난해 몇몇 시·도 교육청과 협약을 맺고 아동 165명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진행했는데 반응이 좋아 올해 본격적으로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됐다. 일회성 사업이 아니라는 점에서 참여 학교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십시일밥’의 회원이 건국대 학생식당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모습. [사진 십시일밥]

‘십시일밥’의 회원이 건국대 학생식당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모습. [사진 십시일밥]

‘열 명이 한 시간을 십시일반으로 보태면 한 친구가 아르바이트 열 시간 해서 벌어야 할 식비를 모을 수 있다.’ 비영리민간단체 ‘십시일밥’의 설립 취지다. 십시일밥은 대학생들이 공강 시간에 학교식당에서 한 시간 봉사활동을 한 뒤 그 대가로 식권을 받아 취약계층 학우들에게 기부하도록 한다. 이 일은 교내 식당에서 한 학생이 친구가 밥을 다 먹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그 식판으로 밥을 ‘리필’받아 먹는 모습을 본 몇몇 학생의 아이디어로 2014년 한양대에서 시작됐다.

처음엔 학생식당에서 “학생들이 주방으로 들어와 봤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난색을 표했지만 학생들의 끈질긴 설득은 결국 통했다. 현재 십시일밥의 프로젝트는 한양대뿐 아니라 전국 23개 대학에서 진행되고 있다. 그동안 2500여 명의 학생이 학생식당에서 봉사활동을 해 1억5000만원어치 식권을 익명으로 기부했다.

십시일밥은 ‘2014 소셜벤처경연대회’ 일반 아이디어 부문 고용노동부 장관상을 받아 대학 동아리에서 어엿한 비영리단체로 성장했다. 지난해에는 ‘2016 아시아 필란트로피 어워드’에서 ‘올해의 청소년 필란트로피’상을 받기도 했다. 최문영(22) 십시일밥 대표는 “봉사나 기부는 보통 모르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많은데 십시일밥은 같은 학교, 비슷한 또래의 학우들을 돕는 일이다 보니 학생들이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나눔곳간’에 음식 채워 나누기도

‘냉장고에 과자 조금, 우유 2개 넣었습니다. 제가 학생이라 조금밖에 못 넣었지만 어른이 돼 성공하면 많이 넣을게요. 간식 드시고 힘내세요!’

지난 2월 경남 김해시 회현동 주민센터 앞 ‘나눔곳간’ 냉장고에는 이런 쪽지가 붙어 있었다. 최근 몇몇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여러 사정으로 한 끼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이웃들을 위한 나눔곳간을 운영하고 있다. 주민들이 밥·라면·밑반찬 등 식재료를 곳간에 채워 넣으면 음식이 필요한 이웃들이 언제든 이를 꺼내 먹을 수 있다.

시작은 경남 김해시에서였다. 지난해 12월 김해시는 ‘사회복지 특화사업’으로 나눔곳간 사업을 기획했다. 첫 곳간은 오래된 공중전화 부스 내에 있는 냉장고였다. 처음엔 ‘이게 제대로 운영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많았지만 많은 주민이 자발적으로 곳간 채우기에 나서며 우려를 씻어냈다. 현재는 김해시에만 총 13곳의 나눔곳간이 있다. 도난, 훼손 사례는 나타나지 않았다.

충북 충주시 신니면 면사무소는 사무소 내에 ‘행복한 곳간’을 만들었다. 행복한 곳간은 신니면 지역사회보장협의체의 올해 특화사업이다. 이 지역 농업 업체들이 어려운 주민들을 위해 직접 재배한 농산물 일부를 협의체가 설치한 농산물 보관용 냉장고에 채우는 방식이다.

“알바 노동자도 아침밥이 먹고 싶어요”

지난달 ‘알바천국’이 한 대학교에서 연 ‘천국의 간식’ 이벤트. [사진 알바천국]

지난달 ‘알바천국’이 한 대학교에서 연 ‘천국의 간식’ 이벤트. [사진 알바천국]

아르바이트 구인·구직 포털 알바천국은 지난해 7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알바아침밥’ 이벤트를 진행했다. 이 이벤트는 알바천국 사이트에서 아침밥을 신청한 아르바이트 노동자 중 1000명을 뽑아 아침밥을 배달해 주는 이벤트였다. 아침식사를 거르거나, 먹더라도 간단한 인스턴트 음식으로 해결하고 있는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마련됐다.

알바천국은 지난달 기말고사 기간 중 대학 캠퍼스에 직접 찾아가 학생들에게 햄버거·주스 등 간식을 전달하는 ‘천국의 간식’ 이벤트를 실시하기도 했다. 알바천국 관계자는 “식사 지원 캠페인을 벌일 때마다 아르바이트생들의 반응이 워낙 좋아 하반기에도 관련 캠페인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음식 나누는 ‘공유부엌’
최근 ‘공유부엌’이라는 용어가 등장했다. 이웃 주민들이 모여 함께 음식을 만들고 나눠 먹는 곳을 의미한다. 서울 강동구 암사종합시장에는 20~30대 청년들의 공유부엌 ‘청년식탁’이 있다. 원룸 또는 고시원 생활로 밥 한 끼 제대로 차려먹기 어려운 청년들이 회원으로 가입한 뒤 이곳에 모여 음식을 만들어 먹으며 교류한다. 광주광역시 운남동 주민들은 지난해 5월부터 공유부엌에서 음식을 만들고, 만든 음식을 주변의 홀로 사는 노인들과 나누고 있다. 공유부엌의 등장은 1인 가구 급증 세태를 반영하고 있다.

홍상지 기자 hong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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