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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으로 번진 박근혜 청와대의 '캐비닛 문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박근혜 정부 청와대의 ‘캐비닛 문건’ 사건이 19일 소송으로 번졌다.
 자유한국당은 이날 “캐비닛 문건은 대통령 지정기록물 해당 가능성이 있는데, 전임 정권 관계자와 대통령기록관리전문위에 사전문의 없이 공개한 것은 불법”이라며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을 대통령기록물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박 대변인은 지난 14일 정무수석실에서 300여 건의 문건이 발견됐다며 일부 문건을 공개했었다.
 청와대는 17일에도 정무수석실에서 1361건, 18일에도 국가안보실·국정상황실에선 문건을 찾아냈다고 각각 발표했다. 하지만 어제도 오늘도 문건 관련 브리핑을 하겠다고 알렸다가 취소했다.
 ①“불법” vs “적폐청산 위한 캐비닛”=자유한국당는 청와대의 캐비닛 문건 발표를 두고 “불법”이라고 보고 있다. 소송 제기도 그 일환이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청와대는 위법적으로 대통령 기록물 관리법의 법적 절차도 거치지 않은 채 청와대 생산 문서들까지 공개하며 여론몰이로 사법부 재판에 개입하려는 불순한 의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맞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청와대 캐비닛이 적폐청산을 위한 쉐도우(shadow) 캐비닛(예비내각) 역할을 하고 있다는 소리가 들린다”며 “보수 야당은 청와대의 문건 공개가 법치 국가의 기본을 무시하고 있다는 트집을 잡고 있지만 국민의 공감을 전혀 얻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여권 내에서도 그러나 공개 자체엔 신중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문건은) 수사 당국에 넘겨서 증거로 활용하면 되는 문제”라며 “그것을 가지고 호들갑 떨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남겨진 기록들이 어떤 형태로 남겨져 있는지 봐서 기록물이면 공개하면 안 된다”며 “기록물 성격이 아니면 상관없다고 보는데 여론몰이식으로 공개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도 했다.
②"방치" vs “빈 걸 보고 나왔다”=청와대와 민주당은 박근혜 청와대 사람들이 의도든 의도가 아니든 두고 나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범계 의원은 “방치“라고 했다. 청와대가 ‘구체적 정황’을 전하기도 했다. “유독 무거운 캐비닛이 있었다”(300건), “정무수석실 행정요원, 즉 청와대 인턴이 책상 아래 놓고 쓰던 낮은 서랍식 캐비닛에 있었다”(1361건)이라고 했다.
 박근혜 청와대 사람들은 “상상하기에도 상식적이지도 않은 얘기”라고 반박한다. 수석을 지낸 한 인사는 “마지막 2개월은 대통령기록관으로 모든 기록을 다 넘겨야 한다는 걸 직원들이 다 알았다”고 했다. 마지막까지 국가안보실에서 일했던 인사도 “도저히 이해가 안 가는 상황”이라고 했다. 정무수석실의 한 행정관 출신은 “인턴은 서류를 만지는 자리가 아니다”며 “(대선 전날인) 5월 8일 그 서랍이 빈 걸 최소 2명 이상이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③문 대통령, “문건 사고 남 얘기처럼 보지 말라”=이런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7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이정도 총무비서관으로부터 개편된 업무시스템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 보고를 받은 문 대통령이 “전임 정부의 문건 사고를 남 얘기처럼 보지 말고 새로운 시스템에 제때 적응해달라”고 당부했다고 청와대 관계자가 전했다.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얘기다.
청와대는 업무시스템 개편을 앞두고 당초 노무현 정부의 청와대 업무관리시스템인 ‘이지원(e-지원)’ 재도입을 검토했으나 현재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가 사용하고 있는 업무관리시스템인 ‘온나라시스템’ 기능을 보완해 사용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지원의 기능을 정부 범용으로 개선해서 2007년에 보급한 게 온나라시스템”이라고 전했다.
개편된 업무시스템은 문서의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 온라인 등재와 분류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고정애·위문희 기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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