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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의 취향] 30년 경력 자동차 여행 전문가가 이민가방 챙겨 떠나는 이유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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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교사, 여행작가 그리고 자동차 여행 전문가. 이화득(61)씨를 설명하는 세 가지 정체성이다. 예닐곱 살 때부터 누나 사회과부도를 탐독하던 이씨는 1985년 지리교사가 됐다. 그리고 주말과 방학을 이용해 틈나는대로 전국 방방곡곡을 쏘다니다 89년 해외여행 자유화 이후 해외로 눈을 돌렸다. 그 결과가 91년 첫 책 『바다가 보이는 언덕에 차를 멈추고』부터 2017년 5월 출간한 『미국 캐나다 자동차 여행』까지 지금까지 쓴 약 스무권의 여행서다. 2015년 교편을 내려놓은 뒤, 해외 렌터카 전문 여행사 여행과지도에서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다. 여전히 지리교사처럼 해외로 답사를 다닌다는 이씨를 7월 17일 만났다. 그는 “여행은 무조건 자동차로!”라고 외치는 ‘네 바퀴 여행’의 열혈 신봉자였다.

자동차로 유럽을 여행하면 기차나 버스로 여행할 때보다 대자연을 만끽하기 좋다. 노르웨이 온달스네스의 한 캠핑장에서 아내 이미경씨와 함께 식사를 즐기는 모습. 하룻밤 4만원이면 깔끔한 캠핑장에 묵으며 식사까지 해결하면 북유럽의 살인 물가도 두렵지 않다. 

자동차로 유럽을 여행하면 기차나 버스로 여행할 때보다 대자연을 만끽하기 좋다. 노르웨이 온달스네스의 한 캠핑장에서 아내 이미경씨와 함께 식사를 즐기는 모습. 하룻밤 4만원이면 깔끔한 캠핑장에 묵으며 식사까지 해결하면 북유럽의 살인 물가도 두렵지 않다. 

자동차 여행 매니아가 된 계기는.

“학창 시절에는 지도만 들고 두 발로 여행을 다녔다. 이후 자전거·모터바이크를 타다가 자동차를 몰게 되니 신세계가 열렸다. 무엇보다 원하는 곳을 마음껏 찾아다닐 수 있어서 좋았다. 호기심이 많고 가보고 싶은 데가 워낙 많다 보니 자동차만큼 좋은 여행수단이 없었다. 90년대 후반 자가용을 페리에 싣고 일본 규슈(九州)부터 도쿄(東京)까지 여행했다. 얼마 뒤 혼자서 독일을 자동차로 여행했다. 처음엔 언어도 안 통하고 자신감도 없어서 어려웠지만 그 이듬해는 아내와, 또 그 다음해에는 아이들까지 함께 캠핑카로 유럽을 여행했다. 당시만 해도 유럽을 찾는 한국인 대부분이 기차를 이용했는데 자동차 여행이 훨씬 저렴하고 다채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걸 체득했다. 그리고 『자동차 유럽여행』을 썼다. 그때 예감했다. 해외 자동차 여행이 곧 유행할 거라고.”

교사와 여행작가 일을 병행하는 게 어렵지 않았나.
지리교사로 일하면서도 여행작가로 활동한 이화득씨. 지금은 자동차 여행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다. 

지리교사로 일하면서도 여행작가로 활동한 이화득씨. 지금은 자동차 여행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다. 

“80·90년대만 해도 해외뿐 아니라 국내도 여행 콘텐트가 많지 않았다. 교사의 장점이 무언가. 주말과 방학을 이용해 국내뿐 아니라 해외도 여행할 기회가 많았다. 그러다 보니 단행본 출판이나 매체 기고 기회가 많았다. 2000년대 들어서는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사람들과 여행정보를 나눴다. 지금도 유빙(네이버 유럽 자동차여행 카페)에서 ‘바둑이’란 닉네임으로 활동 중이다. 은퇴 후에는 비수기에 여행을 다닐 수 있어 아주 좋다.”

지리교사 출신 이화득 컨설턴트의 '아재 여행법' #물가 비싼 유럽, 가성비 좋은 지방 펜션 선호 #구글어스 통해 전세계 여행자 후기 참고하기도 #

최근 다녀온 여행지는.

“지난 5월 아내와 함께 독일을 출발해 체코·오스트리아·크로아티아·이탈리아·스위스 등을 3주간 여행했다. 물론 자동차를 몰고. 8년 만에 다시 찾은 크로아티아가 단연 인상적이었다. 도로와 숙소 등 관광 인프라가 확연히 좋아졌다. 두브로브니크 같은 휴양지는 크로아티아 안에서도 물가가 비싼 편이었지만 서유럽에 비하면 훨씬 적은 비용으로 럭셔리 여행을 즐길 수 있었다. ”

스위스 여행 중 만난 절경. 기차를 타고 산악지역을 가면 터널로 통과해 풍광을 충분히 감상하기 어렵지만 자동차를 몰면 사진 같은 풍광을 계속 감상하며 갈 수 있다. 

스위스 여행 중 만난 절경. 기차를 타고 산악지역을 가면 터널로 통과해 풍광을 충분히 감상하기 어렵지만 자동차를 몰면 사진 같은 풍광을 계속 감상하며 갈 수 있다. 

여행코스를 미리 꼼꼼히 짜나.

“입출국 일정 외에는 헐렁하게 계획하는 편이다. 숙소도 일부는 여행하면서 예약한다. 멋진 풍광을 만나면 멈춰서 여유롭게 감상하고, 기대하지 않았던 아름다운 마을을 마주치면 예정에 없어도 하룻밤 머물기도 한다. 배낭여행이나 패키지여행으로는 절대 할 수 없는 경험이다. 요즘엔 스마트폰으로 구글지도와 구글어스를 검색해 현지인과 전 세계 여행자들이 추천하는 장소를 찾아다니기도 한다. 7~8년 전 노르웨이를 여행하던 중 구글어스에 나온 근사한 폭포와 피오르(협만)를 찾아간 일이 있다. 한국 가이드북에선 다루지 않은 그림같은 절경을 수두룩하게 만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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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어스를 보고 찾아간 노르웨이의 그림같은 절경. 

구글어스를 보고 찾아간 노르웨이의 그림같은 절경. 

여행할 때 꼭 챙기는 필수품은.

“자동차 여행을 할 때 반드시 챙기는 3종 세트가 있다. 전기밥솥, 브리타 휴대용 정수기, 전기주전자다. 쌀과 인스턴트 식품도 많이 챙겨간다. 쌀은 꼭 한국산을 챙겨간다. 3주 이상 답사여행을 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경비 절감을 위해 숙소나 캠핑장에서 밥을 직접 해 먹는 편이다. ”

베테랑 여행가인데 너무 한국적인 방식을 고수하는 것 아닌가.

“인정한다. 하하. 그러나 여행 일정이 길고 매일 운전을 해야 하는 만큼 컨디션을 잘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 현지식만 먹어서는 금세 지친다. 한식을 적절히 먹으면 여행에서 돌아온 뒤 여독도 빨리 풀린다. 시간이 흐를수록 ‘밥심’에 대한 믿음이 커진다. ”

짐 싸는 노하우가 있다면. 
이화득씨가 자동차여행을 갈 때 애용하는 3단 이민가방. 짐을 빼면 접을 수 있어 부피를 덜 차지한다.

이화득씨가 자동차여행을 갈 때 애용하는 3단 이민가방. 짐을 빼면 접을 수 있어 부피를 덜 차지한다.

“자동차의 장점이 짐을 많이 실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아내와 여행을 간다면 28인치 하드캐리어와 3단 이민가방을 챙겨간다. 이민가방에 들어있던 짐을 현지에서 렌트한 자동차 곳곳에 분산한 뒤 가방을 접어두면 자리를 크게 차지하지 않는다. 이렇게 해야 자동차 공간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다. 여행이 끝난 뒤 다시 가방을 펼쳐 짐을 챙기면 된다.”

선호하는 숙소는. 

“값비싼 도심 호텔보다 외곽에 있는 펜션이나 비앤비를 주로 이용한다. 가급적 주방시설이 있는 곳을 찾는다. 시내의 목 좋은 곳에 있는 호텔보다 값이 싸면서도 시설이 월등히 좋은 경우가 많다. 서유럽에서도 대도시 외곽에서 60유로(약 7만7000원) 정도면 준수한 비앤비나 펜션을 이용할 수 있다. 자녀들과 함께 여행할 때는 저렴한 아파트를 통째로 빌린다. 100유로면 근사한 아파트를 내집처럼 쓸 수 있다. ”

지난 5월 오스트리아 빈에서 이용한 숙소. 수영장이 딸린 복층 건물이 하룻밤 100유로였다. 자동차는 하루 7만원에 빌린 볼보XC60 모델. 

지난 5월 오스트리아 빈에서 이용한 숙소. 수영장이 딸린 복층 건물이 하룻밤 100유로였다. 자동차는 하루 7만원에 빌린 볼보XC60 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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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사진=이화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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