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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평화’ 남북 정상회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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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베를린 구상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핵 문제와 평화협정을 포함해 남북한의 모든 관심사를 대화 테이블에 올려놓고 논의하자”며 “오직 평화”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북한은 미국의 위협 앞에서 자신들은 북핵을 통해 자구 수단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자세로 일관했다. 대화를 하고 싶으면 한·미 합동 군사훈련 중단과 주한미군부터 철수하라는 입장이다. 핵보유국의 지위를 인정받으면서 동시에 평화협정 체결을 노리는 북한에 대해 남한은 우선 핵부터 폐기해야 경제적 지원과 대화가 가능하다는 입장이었다. 이에 대해 미국의 버락 오바마 정부는 ‘전략적 인내’를 내걸고 북한과 대화하지 않는 노선을 취해 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실험을 보고받고 ‘감내할 수 없는 강력한 제재’를 천명했다. 반면 중국의 기본 원칙은 북핵·미사일 실험 동결과 한·미 연합 군사훈련의 중지를 동시에 시행하라는 입장이다. 신뢰가 깨진 상황에서는 남북한 모두가 만족스럽지 않은 대안들이다.

이 상황에서 문 대통령은 단계적 접근을 제시했다. 한·미 정상회담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북핵 동결은 대화의 입구, 출구는 완전 핵 폐기”라며 대화를 위한 우선적인 과제를 핵 동결에 뒀다. 베를린 구상에서는 ‘오직 평화’를 강조하기 위해 약속한 것이 바로 ‘북한 체제의 안전을 보장하는 비핵화’다. 그리고 ‘북한 붕괴를 바라지 않고, 흡수통일도 추진하지 않으며, 인위적인 통일을 추구하지도 않겠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