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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정 수사가 검찰 중립성 해치면 곤란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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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사정(司正) 정국으로 접어들었다. 한국항공우주(KAI)에 대한 지난 14일의 검찰 압수수색은 상징적이다. 형식적으로는 한국형 기동헬기 수리온 등의 개발 과정에서 원가를 수백억원 부풀린 기업 비리를 파헤치는 명목이다. 이른바 ‘사자방’(4대 강 비리, 자원외교 비리, 방산 비리)에 대해 “부정축재 재산이 있다면 환수하겠다”고 공언한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을 고려할 때 방산 비리 척결의 신호탄일 공산이 크다. ‘면세점 선정 비리’와 ‘청와대 민정수석실 문건’까지 본격적 수사를 기다리고 있다. 여기에 감사원의 4대 강 감사까지 겹쳐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에 대한 권력형 비리 사정으로 확대될 개연성이 크다.

의혹이 있으면 캐내는 게 검찰의 존재 이유다. 1조2000여억원을 들인 수리온이 전투용은커녕 빗물이 샐 정도이고, 면세점 선정 과정에 청와대가 개입했으며, 민정수석실 문건의 생산 시기가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근무 기간과 겹친다는 의혹은 반드시 규명할 사안이다. 누군가 공모하고 불법을 묵인했다면 책임을 지워야 한다. 문제는 검찰을 앞세운 사정이 정치적 보복이나 정권의 공신 세력을 심기 위한 방편이 돼서는 곤란하다는 점이다.

문 대통령은 검찰의 정치적 독립을 강조해 왔다. 무소불위의 권한을 쥘 수 있었던 배경을 정치권과의 결탁에서 찾았다. 이러한 정치검찰의 나쁜 관행을 혁파하겠다고 했다. KAI·면세점·청와대 문건과 관련된 수사가 모두 서울중앙지검에 몰려 있다. 이전 정부에서 좌천됐다가 서울중앙지검장으로 화려하게 복귀한 윤석열 지검장이 지휘한다는 점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이번 사건들 처리에 적폐 청산의 정당성이 걸려 있다. 검찰은 정권의 눈치를 봐서도 안 되고, 권력은 자신의 입맛에 맞게 수사에 간섭하려는 유혹을 떨쳐낼 필요가 있다. 윤 지검장은 검찰의 중립성에 각별히 유념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