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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유커 공백 메운 동남아 관광객, 제주~베트남 전세기도 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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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유커의 빈자리를 동남아 여행객이 채우며 여행시장 다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서울 남대문시장에서 동남아 여행객들이 쇼핑을 즐기고 있다. [중앙포토]

유커의 빈자리를 동남아 여행객이 채우며 여행시장 다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서울 남대문시장에서 동남아 여행객들이 쇼핑을 즐기고 있다. [중앙포토]

유커(중국인 관광객)의 빈자리를 동남아 여행객이 메꾸며 여행 시장 다변화가 가시화되고 있다. 올해 1~5월 아시아 주요 10개국 방한 여행객은 지난해 대비 16% 감소했지만, 중국 비중은 64%에서 35%로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반면 동남아 비중이 늘었다. 특히 베트남 여행객은 지난해 대비 30% 증가했으며, 싱가포르·태국·홍콩·말레이시아 여행객도 6~8% 늘었다. 동남아 외 지역에서는 오스트레일리아가 11% 늘었으며, 18% 증가한 러시아 여행객도 5월까지 10만 명을 돌파했다. 여행객 수로 보면 일본 여행객이 94만 명으로 지난해 대비 8만 명 늘어 최대 증가 폭을 기록했다. 대만도 94만 명으로 7만 명 가까이 늘었다.

국내 여행업계 시장 다변화 바람 #업체 2곳 연말까지 총 33회 운항 #관광객 6000여 명 제주 방문 예정 #싸구려 상품 대신 콘텐트로 승부

이런 가운데 최근 베트남-제주 전세기편 계약이 잇따라 성사돼 주목된다. 여행사인 이후엘티에스 9월 넷째 주부터 11월 첫째 주까지 총 12회, 2200명 규모의 전세기편 계약을 맺었다고 16일 밝혔다. 앞서 이후엘티에스는 사이공투어리스트 등 25개 여행사와 계약을 체결하고 다음 달부터 신문·인터넷 모객에 들어가기로 했다.

지난 3월 중국의 한한령(限韓令) 이후 베트남-제주 전세기편 계약은 이번이 두 번째다. 아시아국제여행사는 지난 5월 말 제트스타와 계약을 맺고, 지난 5일 호찌민-제주 첫 전세기편을 띄웠다. 7월 첫째 주부터 10월 첫째 주까지 21회에 걸쳐 운항되며, 3700명이 제주를 찾는다. 강대위 대표는 “3박 4일 일정으로 제주의 자연과 문화를 주제로 여행상품을 구성했다”고 말했다.

[그래픽 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 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베트남-제주 전세기편은 각 여행사의 자구책에서 비롯됐다. 이후엘티에스와 아시아국제여행사는 서너 달 전까지 중국 전문이었지만, 지난 3월 이후 동남아로 눈을 돌렸다. 헤이룽장(黑龍江) 성 출신의 강 대표는 베트남 관광객 유치에 중국 인맥을 총동원했다. 강 대표는 “중국에서 전세기 운항을 전문으로 하는 지인을 통해 베트남 시장을 두드렸다”며 “제트스타와 현지 여행사 렌방과의 계약 모두 이들의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후엘티에스는 베트남 최대여행사 사이공투어리스트를 비롯해 호치민·하노이·다낭의 여행사 수십곳을 샅샅이 훑었다. 특히 지난달 중순 19개 여행사 대표를 초청한 것이 주효했다. 제주의 자연을 주제로 한 잠수함투어, 전통시장 등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다. 진성준 대표는 “여행상품 가격을 낮추기보다는 제주의 여행 콘텐트를 앞세웠다”고 말했다.

전세기를 통한 제주도 3박4일 여행상품은 현지에서 450달러(약 50만원) 선에서 팔린다. 한국여행사가 갖는 ‘랜드피’는 120~130달러 선으로 알려졌다.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니지만, 중국 단체에 비하며 상당한 진전이다. 중국의 경우 현지 여행사에 돈을 주고 손님을 받는 이른바 ‘인두세’가 대중화되다시피 했다. 보통 1인당 500위안(약 8만원) 정도였다.

여행업계에서 베트남은 블루오션이다. 여전히 한류가 인기를 끌고 있으며, 한국 내 베트남 이주 여성 증가도 한-베트남 인전 교류를 촉진하는 이유다. 한국관관공사 정기정 아시아중동팀장은 “한국 기업이 많이 진출해 베트남 사람들이 한국의 문화를 동경한다”며 “동남아 여행시장에서 잠재력이 가장 큰 나라”라고 말했다.

개별여행사가 앞장서 대규모 단체를 유치한 점도 고무적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한한령(限韓令) 이후 여행시장 다변화를 외치며 중국전문여행사에 ‘동남아를 개척하라’고 종용했지만, 정작 정부의 성과는 미진했다. 동남아에서 줄곧 한국관광대전 등을 열고 있지만, 이벤트 행사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일었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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