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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탄ㆍ원자력 발전소 없애면 2025년 이후 발전설비 11.2GW 부족”

중앙일보

입력

14일 공사가 일시 중단된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 신고리 5, 6호기 건설현장. 울산=송봉근 기자

14일 공사가 일시 중단된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 신고리 5, 6호기 건설현장. 울산=송봉근 기자

현 정부의 탈(脫)원전, 탈 석탄 방침에 따라 신규 및 노후 석탄·원자력 발전소를 모두 폐기하면 2025년 이후 발전 설비가 모자란다는 분석이 나왔다. 16일 자유한국당 최연혜 의원이 국회 예산정책처에 의뢰해 받은 ‘새 정부 에너지 정책(안) 검토’ 보고서에서다.

국회 예산정책처 분석...원전 9~11기 새로 지어야 하는 셈 #LNG도 2025년 이후 수요증가하므로 추가 장기공급계약 고려 #에너지 정책 선진국과 유사하지만 한정된 국토 등 고려해야 #한수원 노조, “효력정지 가처분 소송 및 대정부 투쟁 나설 것”

보고서는 “2024년까지는 현 설비로 전력수급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지만 2025년 이후에는 신규 발전 설비가 필요하다”며 “수급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신규 발전설비량은 11.2GW”라고 전망했다. 일반적으로 원자력 발전소 1기의 발전용량이 1~1.2GW인 것을 고려하면 2025년 이후엔 원전 9~11기 정도의 발전 설비가 필요한 셈이다.

예산정책처의 분석은 탈 석탄·탈원전 정책 방향에 따라 28.6GW 상당의 발전용량 설비가 폐지된다고 가정해 나왔다. 정부는 아직 구체적인 발전기별 폐지 여부 등을 제시하지 않았으며 구체적인 발전설비계획은 연말 발표하는 8차 계획에 확정된다.

보고서는 탈 석탄·탈원전 정책 방향에 따라 2031년까지 총 29기(28.5GW)의 발전설비가 모두 폐지될 것으로 가정했다. 폐지가 확정된 노후 석탄 화력 6기(3.6GW) 외에 아직 결정이 안 된 강원 지역 신규 석탄 화력 4기(4.2GW), 신고리 5, 6호기를 포함한 신규 원전 8기(11.6GW), 설계수명이 만료되는 원전 11기(9.2GW)를 폐지 대상에 넣었다.

향후 필요한 전력의 양은 최근 제8차 전력수급 기본계획(2017~2031년) 수립을 위해 전문가 그룹 ‘수요전망 워킹그룹’이 내놓은 전력수요 전망 초안을 기초로 했다. 여기에 국가 전력은 최대 전력수요 전망에서 일정 비율을 초과해 보유해야 한다. 따라서 발전설비예비율(15%)까지 적용했다.

정부는 향후 석탄과 원자력 발전의 비중을 줄이고 액화천연가스(LNG)와 신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전력을 생산할 계획을 갖고 있다. 보고서는 이같은 방침은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의 계획과 유사하다고 평가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은 ‘연간 에너지전망’에서 2040년까지 원전 비중이 점진적으로 하락하고 신재생에너지와 가스발전 비중이 많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유럽연합(EU)도 원자력과 화력 비중이 2010년 각각 27%와 47%에서 2030년 22%와 32%로 낮아지고 태양광과 풍력은 6%에서 28%로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은 2030년 최적 전원구성안으로 2010년 대비 원전 축소(29%→21%), 석탄 축소(32%→26%), 신재생 확대(10%→23%)를 추진하기로 했다.

그러나 예산정책처는 “한국의 경우 높은 에너지수입 의존도(LNG 등)와 한정된 국토 면적(태양광·풍력발전 제약요인)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LNG 수급에 대해선 한국가스공사가 2022년까지 예상 가스수요의 90% 이상을 확보하고 있고, 가스 수요가 증가할 경우 민간가스 직도입과 단기계약으로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2025년 이후에는 가스발전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이므로 이에 대비해 장기공급계약이 필요하다”고 전망했다.

예산정책처는 새 정부 정책에 따라 7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에서 예상한 2029년의 LNG 수요 보다 2378만t이 더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면서 “신재생에너지 확대 규모는 입지 확보와 경제성, 인프라, 투자환경 조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종합적인 검토를 통해 단계적으로 발전설비를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15일 오후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 신고리원전 사거리에서 한수원 노조가 집회를 열고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에 반대하고 있다. [울산=연합뉴스] <저작권자 ⓒ 1980-2017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15일 오후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 신고리원전 사거리에서 한수원 노조가 집회를 열고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에 반대하고 있다. [울산=연합뉴스] <저작권자 ⓒ 1980-2017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신고리 5, 6호기 건설 일시중단 반발 한수원 노조, “대통령 면담 요구”

한편 한국수력원자력 노조는 14일 한수원 이사회가 신고리 5, 6호기 건설 일시중단을 기습적으로 의결한 것과 관련해 “대정부 투쟁에 나설 것이고, 대통령 면담을 요구한다”는 입장을 16일 밝혔다.

노조는 지난 15일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 건설현장 앞에서 집회를 열고 “지금까지 정부의 방침에 따라 원전을 가동했다”며 “한수원 이사진이 과거 정부에서는 ‘원전이 필수’라더니 정부가 바뀌었다고 졸속으로 건설중단을 결정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변호인단과 협의해 이사회의 의결에 맞서 효력정지 가처분 소송을 서둘러 제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병기 노조위원장은 “한수원에 건설 일시중단을 요청한 산업부에 항의하는 등 대정부 투쟁을 시작할 것”이라며 “다만 원전 가동중단이나 전력생산 감축 등 국민을 볼모로 삼는 투쟁을 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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