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으로] 개헌 제대로 꿰려면 … 시민이 꿰고 있어야 할 헌법원리

중앙일보

입력 2017.07.15 01:00

지면보기

종합 21면

헌법을 쓰는 시간
김진한 지음, 메디치

정치인·전문가 개헌 논의 독점 안 돼
‘촛불혁명’처럼 시민이 주체로 참여

왜곡하는 세력에 이용 안 당하려면
6가지 원리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

2017년 ‘장미대선’ 정국에서 개헌이 다시 뜨거운 화두가 되었다. 대통령 중임제와 이원집정부제 등 권력구조의 재편방안이 그 논의의 중심을 이뤘다. 하지만 모처럼의 개헌논의가 ‘정치권력 나눠먹기’로만 끝날까 걱정이 앞섰던 것도 사실이다.

『헌법을 쓰는 시간』은 그러한 냉소적 방관에 일침을 가한 책이다. 12년 간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으로 재직했던 저자는 일시적인 정략에 얽매이기 쉬운 정치인이나 정치권 눈치에 밝은 전문가에게 개헌논의를 독점시켜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2017년 봄까지 일어난 ‘촛불혁명’처럼 시민이 개헌의 진정한 주체로서 토론에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시민들 나름으로 헌법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을 것을 전제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논의를 왜곡하는 세력들에게 시민이 속거나 이용당할 여지가 있음을 저자는 정확히 통찰하고 있다.

헌법을 어떤 단선적인 원칙으로 이해해서는 권력을 제약하고 길들여 시민들의 자유를 보장하는 규범으로서 기능을 다하기 어렵다. 전체 헌법원리들을 깨치고 유기적으로 종합할 수 있어야 비로소 제대로 된 헌법을 만들고 실현할 수 있다. 이러한 견지에서 저자는 시민의 뇌리에 각인돼야 할 여섯 가지 중요 헌법원리를 제시한다. 법치주의, 민주주의, 권력분립, 자유의 원칙들, 표현의 자유, 헌법재판제도가 그것이다. 이들 원리는 이미 상식처럼 받아들여지지만 그릇되게 오해할 소지도 많다.

1948년 7월 17일 이승만 초대 국회의장의 제헌국회가 제정한 헌법에 서명하고 있다. [중앙포토]

1948년 7월 17일 이승만 초대 국회의장의 제헌국회가 제정한 헌법에 서명하고 있다. [중앙포토]

가령 위정자들은 통치자의 입장에서 법에 따라 다스리는 데 법치주의의 본질이 있다고 여기는 경향이 있으나, 저자가 말하는 법치주의는 오히려 권력통제와 시민들의 자유 보장을 추구하는 데 그 본령이 있다. 민주주의도 형식적인 대의제만으로 이해해서는 곤란하다. 평범한 시민들도 국정에 참여할 자격과 능력이 있다는 신뢰를 기초로 지평을 넓혀가야 한다는 것이다. 책은 ‘법과 정치’에 관한 일반론도 다뤘다. 법에 대한 무조건적인 맹신을 경계하면서 정치적 결정에 관한 시민들의 관심을 촉구한다. 특히 올바른 헌법적 인식에 기초한 관심을 강조한다. 법은 내용이 항상 옳아서가 아니라 다수가 그런 의견을 가졌기 때문에 법으로 제정됐을 뿐이다. 강조돼야 할 것은 공동체의 의사결정 과정이다. 정치의 최우선적 과제는 이러한 과정이 민주주의 헌법이 정한 원칙에 따라 이루어질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러한 공론의 장에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기 위해 필수적으로 보장돼야 하는 기본권이 표현의 자유다. 그에 대한 제한은 과잉금지원칙이라는 헌법적 한계원리를 준수해야 한다. 기본권 제한을 통해 추구되는 공익과 제한되는 사익 사이에 합리적 균형관계가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물론 이런 내용들이 완전히 새로운 이론의 주창은 아니다. 하지만 대중의 시각에서 헌법은 자칫 뜬구름 같은 이상론으로 들리거나 복잡하고 난해한 법이론들의 조합으로 여겨지기 쉬운데, 저자는 동·서양의 역사, 문화, 제도 그리고 현실정치를 넘나들며 헌법의 정수가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해낸다. 또한 대통령 권한을 진정으로 제한하기 위해서는 검찰 등의 인사를 독립시켜야 하고, 정당민주주의의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공무원·교사의 정당가입이 허용돼야 한다는 등의 소신도 거침없이 피력하고 있어 학계에서도 반향이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광현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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