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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내셔널]토종 진도개, 경찰견 될까…'몸값 10배' 외래종 셰퍼드에 도전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12일 전남 진도군 진도읍 진도개테마파크에서 진도개가 장애물 통과 시범을 선보이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지난 12일 전남 진도군 진도읍 진도개테마파크에서 진도개가 장애물 통과 시범을 선보이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국내에서 활동 중인 경찰견은 모두 150여 마리다. 독일의 국견(國犬)으로 잘 알려진 셰퍼드, 벨기에산 말리노이즈가 전체의 70%를 차지한다. 나머지는 각각 레트리버(캐나다)와 잉글리쉬 스프링어 스패니얼(영국)이 채우고 있다. 토종견은 한 마리도 없다. 이런 현실 속에서 진도개가 자신보다 몸값이 10배가 넘는 외래종 경찰견들에게 도전장을 냈다.

지난 12일 전남 진도군 진도읍 진도개테마파크에서 진도개가 장애물 통과 시범을 선보이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지난 12일 전남 진도군 진도읍 진도개테마파크에서 진도개가 장애물 통과 시범을 선보이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전남 진도군은 14일 “천연기념물 제53호 진도개를 경찰견으로 육성한다”고 밝혔다. ‘진돗개’는 품종 전체를 일컫는 표현이고, ‘진도개’는 진도에 살며 한국진도개보호ㆍ육성법상 조건을 충족하는 개에 한정되는 이름이다.

진도군, 경찰교육원 및 전남대와 손잡고 경찰견 육성키로 #생후 5개월 암수 한마리씩 경찰견 교육훈련센터 입소 예정 #경찰특공대 배치돼 폭발물 탐지부터 실종자 수색까지 임무 #대한민국 국견이 외래종 경찰견들 제칠 수 있을지 관심

진도개를 경찰견으로 육성하기 위해 진도군과 경찰교육원, 전남대 동물자원학부가 힘을 모으고 있다. 이를 기관은 지난 4일 진도군 진도읍 진도개사업소에서 업무협약을 맺었다.

지난 12일 전남 진도군 진도읍 진도개테마파크에서 진도개가 장애물 통과 시범을 선보이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지난 12일 전남 진도군 진도읍 진도개테마파크에서 진도개가 장애물 통과 시범을 선보이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진도군은 경찰견으로 키울 진도개들을 무상 지원한다. 경찰교육원은 진도개 훈련을 담당한다. 전남대 동물자원학부는 경찰견에 적합한 개체 선발과 성품 개발을 위한 관리 체계 구축 연구 및 지원에 나선다.

대한민국 1호 경찰견 후보는 이르면 이달 중 진도개사업소가 사육 중인 진도개들 가운데 뽑힐 예정이다. 경찰교육원은 생후 5개월 안팎의 새끼 진도개들 중 훈련과 임무 수행에 적합한 능력을 갖춘 암수 한 마리씩을 선발할 예정이다.

지난 12일 전남 진도군 진도읍 진도개테마파크에서 장애물 통과 시범을 선보인 뒤 훈련사와 휴식 중인 진도개들. 프리랜서 장정필

지난 12일 전남 진도군 진도읍 진도개테마파크에서 장애물 통과 시범을 선보인 뒤 훈련사와 휴식 중인 진도개들. 프리랜서 장정필

경찰견 후보로 뽑히는 진도개들은 충남 아산시 경찰교육원 내부에 있는 경찰견 종합훈련센터로 보내진다. 이곳에서 약 10주간 훈련을 받는다.

경찰견으로 활동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면 경찰특공대에 배치돼 임무 수행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주요 임무는 테러 방지를 위한 폭발물 탐지, 범죄 분위기 억제를 위한 위력 순찰, 주한 외국공관 안전을 위한 순찰, 실종자·사체 수색 등이다.
앞서 진도개는 군견으로 등록되고 국제인명구조견 적합성 시험에도 합격하는 등 우수성을 입증했다.

지난 12일 전남 진도군 진도읍 진도개테마파크에서 장애물 통과 시범을 선보인 뒤 훈련사와 교감 중인 진도개. 프리랜서 장정필 

지난 12일 전남 진도군 진도읍 진도개테마파크에서 장애물 통과 시범을 선보인 뒤 훈련사와 교감 중인 진도개. 프리랜서 장정필 

경찰견으로 투입되는 모든 진도개의 소유권은 진도군이 갖기로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키우던 진돗개들을 탄핵 이후 청와대에 남겨둔 채 나오면서 불거진 유기 논란 때문이다. 유기 논란을 계기로 진도개들이 훈련에 탈락하거나 은퇴한 뒤 유기되거나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것을 막기 위해 안전장치를 만든 셈이다.

진도개는 약 7년 전 미국에 가서 경찰견에 도전했으나 탈락해 아쉬움을 준 적이 있다. 2010년 10월 미국 로스앤젤레스(LA) 경찰국 관계자들은 진도 현지를 방문해 100여 마리의 진도개 가운데 4마리를 선발해 미국으로 데려갔다. 미국 LA와 글렌데일 지역에서 경찰견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2010년 미국에서 경찰견으로 육성할 진도개를 선발하기 위해 전남 진도군을 찾은 미국 로스앤젤레스 경찰국 관계자들. [사진 진도군]

2010년 미국에서 경찰견으로 육성할 진도개를 선발하기 위해 전남 진도군을 찾은 미국 로스앤젤레스 경찰국 관계자들. [사진 진도군]

그러나 결국 경찰견이 되지 못했다. 이듬해 이뤄진 심사에서 임무 수행이 어렵다는 판단을 받았다. 훈련에서는 뛰어났지만 실전에 약했다. 당시 미국 경찰관들은 "진돗개는 기분 변화가 다소 심하고, 다른 개들과 어울리기보다는 지배하려고 해 팀워크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진도개는 단점보다는 장점이 많은 개로 평가받고 있다. 주인에 대한 충성심, 뛰어난 귀소본능, 주인이 아닌 낯선 사람을 경계할 줄 아는 성격 등이다. 대전으로 팔려갔으나 주인 할머니를 그리워하며 7개월 만에 진도로 귀향한 ‘돌아온 백구’ 이야기, 주인이 지병으로 숨지자 시신 옆을 지키고 열흘이 넘도록 사료를 먹지 않은 진도개 이야기 등은 유명하다.

진돗개 첫 군견인 파도(왼쪽)와 용필이.  [사진 제1야전군사령부]

진돗개 첫 군견인 파도(왼쪽)와 용필이. [사진 제1야전군사령부]

진도개는 경찰견이 되기에 충분한 기본 자질을 갖췄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우수한 체력이 대표적이다. 셰퍼드의 경우 한 시간 안팎이면 지치지만 진도개는 3~4시간 이상 활동할 수 있다.
청결한 점도 특징이다. 진도개는 자신의 몸을 깨끗한 상태로 유지하려는 습성이 강하다. 또 식사량이 외래종의 3분의 1 수준으로 매우 적고 분변의 양도 많지 않아 상대적으로 관리하기 편하다.

외래종에서 나타나는 유전 질환이 없는 것도 장점이다. 경찰견으로 온 셰퍼드 등 외래종 가운데 30%는 3세 안팎의 나이가 되면 고관절 탈골 현상이 일어난다. 움직임이 자연스럽지 않아 정상적인 임무 수행이 불가능하다.
훈련을 위해 시간과 노력을 쏟아부어 경찰견으로 육성된 뒤 왕성하게 활동해야 할 시기에 조기 은퇴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진도개의 경우 가격이 50만원 안팎으로 경찰견으로 활동 중인 외래종 경찰견(500만~1000만원)에 비해 매우 경제적이다.

이지웅 전남대 동물자원학부 교수는 “진도개가 7년 전 미국에서 경찰견이 되지 못한 것은 임무 수행에 적합한 능력이나 성질을 가진 개체를 제대로 고르지 못했기 때문이지 모든 진도개의 능력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면서 "셰퍼드라고 해서 모두 뛰어나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대한민국 국견이자 토종견인 진도개가 경찰견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연구 및 지원 활동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진도=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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