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노트북을 열며

“알렉사, 방법이 없을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0면

김영훈 기자 중앙일보 모바일서비스본부장
김영훈 디지털담당

김영훈 디지털담당

7월의 블랙프라이데이가 끝났다. 결과는 놀랍다. 1일 온라인 판매 최고 기록이 바뀌었다. 매출은 1조원이 넘는다. 미국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 얘기다. 아마존은 매년 7월 ‘프라임데이’ 세일을 한다. 일종의 창립 기념 행사로 올해로 세 번째다. 10일 오후 9시(미국 동부 기준)부터 30시간 동안 했다. 연휴에 하는 전통적 세일과 달리 평일이다. 쇼핑의 개념부터 다르다는 얘기다.

한발 더 들어가면 섬뜩하다. 사람이 자발적으로 쇼핑한 것인지, 아마존이 시킨 것인지 모호하다. 30시간 동안 아마존에는 5분에 한 개씩 세일 제품이 게시됐다. 직장에서도 5분마다 스마트폰을 보는 사람이 많았다. CNBC는 “100억 달러의 생산 손실이 생겼다”고 보도했다. 아마존이 무서운 건 세일 매출 때문이 아니라 인간의 행동양식을 바꾼다는 점이다.

더한 건 이번에 아마존이 판 자사 제품이다. 아마존은 인공지능(AI) 스피커 알렉사(제품명 에코)를 50% 싸게 팔았다. 베스트셀러가 될 정도로 호응도 좋았다. AI 스피커 시장의 70%를 점유한 알렉사는 미국의 일상을 바꾸고 있다. 아이들은 알렉사로 숙제를 한단다. “알렉사, 4차 산업혁명이 뭐야”라고 묻는 식이다. 요리할 때 레시피 알려주기, 기분 따라 음악 틀어주기는 기본이다. 출근 때 자동차 시동을 미리 켜는 것도 알렉사를 통해서 한단다. GE의 스마트 램프, 다이슨의 공기청정기도 알렉사를 통해 켜고 끈다. 이렇게 가면 죽기 전에 “알렉사, 내 장례를 부탁해”라고 해야 할 판이다.

미국 일이지만 남의 일은 아니다. 연결 사회에선 판(플랫폼)을 쥔 자가 모두를 가진다. 제조업 용어로 굳이 바꾸면 유통이 갑이고, 승자 독식이다. 밑지더라도 덩치를 키워 판을 장악하고, 이후에 수익을 내는 것은 아마존의 오랜 전략이다. 온라인 서점으로 오프라인 서점의 씨를 말리고, 다시 사람 냄새 어쩌구 하며 오프라인 서점을 낸 게 아마존이다.

경쟁력 차이는 이미 크다. 한국에선 ‘오늘 뭐 입지’는 개념이다. 이 취지를 살려 제품 추천을 한다. 그러나 아마존 알렉사에겐 진짜 물을 수 있다. “알렉사, 오늘 뭐 입지?”라고. 그러면 날씨, 모임 성격 등을 감안해 스타일을 조언한다. 물론 그 뒤에는 제품 추천이 있다.

아마존과 알렉사의 한국 공습을 막고 있는 건 언어다. 영어권이었다면 이미 우리도 곳곳에서 알렉사를 부르고 있을지 모른다. 그런데 번역기 발전 속도를 보면 언어도 그리 오래갈 보호막이 아니다. 이번 세일은 이미 중국 등 13개국에서 이용했다. 네이버고, G마켓이고, 쿠팡이고 다 도토리 키재기 같아 걱정이다. “알렉사, 뭔가 방법이 없을까.”

김영훈 디지털 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