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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이 77년 전 덩케르크 해변에 서 있길 바랐다" 라이브 컨퍼런스로 만난 '덩케르크'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덩케르크' 라이브 컨퍼런스 현장 

13일 저녁 열린 '덩케르크' 라이브 컨퍼런스에서,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이 한국 기자들에게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13일 저녁 열린 '덩케르크' 라이브 컨퍼런스에서,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이 한국 기자들에게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7월 20일 개봉하는 전쟁 블록버스터 ‘덩케르크’(원제 Dunkirk). 국내 관객에겐 ‘다크 나이트’ 3부작(2005~2012) ‘인터스텔라’(2014)로 유명한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첫 번째 실화 영화다. 제2차 세계 대전이 한창이던 1940년, 프랑스 북부의 항구도시 덩케르크의 해변에 고립된 연합군 33만 명의 기적 같은 탈출극을 담았다.
지난 7월 13일 오후,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이 영화를 본 기자들과 화상으로 만나는 ‘덩케르크’ 라이브 컨퍼런스가 서울 왕십리 CGV에서 열렸다. 런던에 머물며 영화 홍보 중인 놀런 감독은 촬영장에서의 복장과 유사한, 점잖은 재킷과 베스트 차림으로 나타났다. 차분하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그의 표정에선, 오랫동안 구상해온 이야기를 마침내 스크린에 옮긴 데 대한 성취감과 자부심이 동시에 묻어났다.

- ‘덩케르크’를 만들게 된 계기는.  
“스토리텔러로서, 나는 일반 관객과 특정 문화적 요소의 틈(Gap)을 찾고 있다. 어느 문화권에선 무척 익숙하지만, 다른 문화권의 관객들은 모르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발굴해 전 세계 관객에게 들려주고 싶었다. 영국인으로서 난 어릴 적부터 덩케르크 철수 작전에 대한 이야기는 숱하게 들어왔다. 이 놀라운 이야기를 전 세계 관객과 공유하고 싶었다.”

- ‘덩케르크’를 만들며 스토리텔러로서 어떤 도전을 했나.  
“‘관객을 괴롭히지 않는 선에서 얼마나 끈질기게 격렬한 감정과 서스펜스를 이어갈 수 있는가’ 였다. 촬영 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1998)를 참고하며, 어떻게 관객들을 피로감 없이 스크린에 빨아들일 수 있을지 연구했다.”

- 영화 속에선 육지·바다·하늘 등 덩케르크 철수 작전에 얽힌 세 가지 상황이 교차한다. 이 같은 3단 구성을 통해 얻어내려 한 효과는.
“관객이 캐릭터의 입장에서 영화 속 상황에 완벽하게 몰입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자 노력했다. 관객이 직접 병사들과 함께 덩케르크 해안가에 서서, 혹은 전투기의 조종석 그리고 소형 선박의 갑판에 머물며 캐릭터들이 겪는 상황과 감정에 완벽하게 이입하길 바랐다.”

'덩케르크'의 한 장면.

'덩케르크'의 한 장면.

- 65mm 아이맥스 필름 촬영, 배의 엔진 소리와 시계 초침 소리를 응용한 음악 등 기술적 성취도 눈에 띈다.
“관객의 몰입을 돕기 위해, 영화의 상당한 분량을 아이맥스 카메라로 촬영했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맥스 상영관에서 봐야 전투기들이 맞붙는 박진감 넘치는 공중전의 진가와 바다에서 허우적대는 군인들의 기분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을 거다. 이번 영화에선 거대한 아이맥스 카메라를 소형화시켜, 비행기 안팎에 설치해 비행 장면을 촬영할 수 있어서 무척 만족스러웠다. 비행 중인 전투기 조종사의 시점을 생생하게 담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영화 역시 음악감독 한스 짐머와 함께 작업했는데, 감성적인 이야기와 반대로 차가운 금속성의 음악을 통해 영화에 객관성을 유지하고 서스펜스를 증폭시키려 했다. 뜨거운 이야기와 차가운 음악이 서로 만나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길 바랐다.”

- 리엔필드 소총, 스핏파이어 전투기 등 실제 제2차 세계 대전에 쓰였던 영국군 제식 무기를 총동원했다. 이와 관련해 흥미로운 일화가 있나.
“덩케르크 철수 작전 당시 사용됐던 무기와 차량 실물을 최대한 많이 조달하려 했다. 당시 영국 해군이 사용했던 구축함을 구할 수 없었기에, 오래된 구축함을 당시 구축함처럼 개조하기도 했다. 영화 속에서 영국군 조종사 파리어(톰 하디)가 모는 스핏파이어 전투기는 개인이 소장한 기체인데, 굉장히 조심스럽게 관리하면서 촬영했다. 다른 비행기에 아이맥스 카메라를 설치하고서 배우와 실제 조종사가 함께 실제 비행하면서 공중전 장면을 찍었는데, 정말 꿈만 같더라.”

- 최근 관객들은 극장 외에도 스트리밍 서비스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영화를 소비하고 있다. 당신이 생각하는 극장의 경쟁력 혹은 매력은 무엇인가. 
“사실 영화를 다양한 매체에서 즐기는 건 별로 새로운 일이 아니다. TV, 비디오테이프, DVD 등 영화관 이외의 매체는 늘 존재했니까. 하지만 지금까지 변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진리는, ‘영화는 영화관에서 봐야만 그 감흥을 최대로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덩케르크’는 영화가 관객에게 줄 수 있는 경험을 종합한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도 난 계속해서 ‘극장에서 즐겨야 하는 영화’를 추구할 생각이다.”

'덩케르크'로 한국 기자들과 화상으로 만난 크리스포터 놀런 감독.

'덩케르크'로 한국 기자들과 화상으로 만난 크리스포터 놀런 감독.

고석희 기자 ko.seokhee@joongang.co.kr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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