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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이 머리로 이해하는 게 아니라 몸으로 먼저 생생하게 느끼게 하고 싶어"

중앙일보

입력

9일(현지시간) 미국 LA 산타모니카에서 만난 '덩케르크'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왼쪽). 전세계 기자들을 상대로 인터뷰가 진행됐다.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9일(현지시간) 미국 LA 산타모니카에서 만난 '덩케르크'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왼쪽). 전세계 기자들을 상대로 인터뷰가 진행됐다.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아마도 올 여름 전세계가 가장 주목하는 영화의 하나일 것이다. '다크 나이트''인셉션''인터스텔라' 등 내놓는 영화마나 세계를 들썩 거리게 한 크리스토퍼 놀란의 첫 전쟁 실화영화 '덩케르크'(톰 하디, 케네스 브레너 등 주연·20일 개봉) 얘기다. 1940년 2차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 덩케르크 해안에 고립된 40만여 명의 영국군과 연합군을 구하기 위한 사상 최대의 탈출작전을 그린다. 놀란 감독은 해변에서의 일주일, 바다에서의 하루, 하늘에서의 한 시간을 교차하는 놀라운 구성과 편집으로 실화의 시간을 재구성해냈다. 대작답게 출연진만 1300여 명, 실제 덩케르크 작전에 참여한 민간 선박 13척과 영국 스핏파이어 전투기의 등장, IMAX와 65mm 필름 카메라 촬영 등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9일(현지시간) 미국 LA 산타모니카에서 놀란 감독을 만났다.

-덩케르크 철수 작전은 영국에서는 잘 알려진 이야기지만, 할리우드에선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그렇게 모를 줄은 몰랐다. 특히 젊은 층엔 늘 추가 설명을 해줘야 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간결하면서도 강렬한 이 이야기의 힘을 더욱 확신하게 됐다. 처음에는 영화를 통해 무엇을 말할 것인가를 고민했는데, 사실 그대로의 역사를 관객에게 전달하는 일은 꼭 우리가 해야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필름메이커의 역할은 서스펜스를 만들어 관객이 흥미를 갖고, 질문하게 하는 것이다. ‘덩케르크’는 이 이야기가 생소한 관객을 충족시키는 한편, 영국 관객에겐 이미 아는 역사를 넘어 새로운 대화를 끌어낼 수 있는 영화여야 했다.”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가 선뜻 투자하기 어려울 듯한 시나리오인데, 워너브러더스를 어떻게 설득했나.
“‘덩케르크’는 영국을 넘어 보편성을 지닌 이야기다. 이제까지 워너브러더스와 ‘배트맨’ 3부작,‘인셉션’,‘인터스텔라 ’ 등을 성공시키며 쌓아온 신뢰도 뒷받침이 됐다.”
-영화가 처음인 소년들을 배우로 캐스팅했다.
“실제 전쟁터에 있지 않았어야 할 18세 ‘아이들’의 이야기니까. 관객들이 이 소년들에게 몰입해 간절히 살아남기를 기도하길 바랐다.”

영화 '덩케르크'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인터뷰 #2차대전 중 프랑스 덩케르크의 영국군 구출작전 그려 #'인셉션''다크 나이트''인터스텔라' 잇는 놀란의 첫 전쟁물 #시간에 대한 새로운 해석, 리얼리즘과 스펙터클로 눈길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주인공 알렉스 역에 영국 팝스타 해리 스타일스(보아밴드 원디렉션의 멤버)는 어떻게 발탁했나.
“해리의 경우, 캐스팅 디렉터를 통해 오디션 테이프를 보내왔다. 예전에 ‘다크 나이트’에서 히스 레저를 조커 역에 캐스팅했을 때도 의아해하는 반응이 꽤 있었던 기억이 난다. 영화감독은 사람에게 내재된 뭔가를 알아보는 직업이다. 해리에게 그게 보였고, 만족할 만한 결과가 나왔다. 그렇게 유명한 줄은 몰랐다.”
-실제 프랑스 덩케르크 해변에서 촬영했다.
“처음엔 참고용으로 현장엘 갔는데 가보고서 철수 작전이 벌어진 계절에 맞춰, 그 해변에서 찍기로 마음을 정했다. 당시의 시공간을 재창조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줄어든 만큼, 이야기 자체에 집중할 수 있었다.”
-이번 영화에선 65mm와 아이맥스 필름카메라 사용을 전작보다 더 늘렸다. 비행기 조종석 같은 좁은 공간을 그렇게 큰 카메라로 담기란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나는 영화란 내밀한 서사시라고 생각한다. 대형 카메라로 담아낸 엄청나게 깨끗하고 분명한 이미지를 통해 주관적이고 촉각적인 경험을 만들어내고자 했다. 이를테면 이 영화는 독일군 조종사의 모습을 클로즈업하지 않는다. 주인공 영국군 조종사가 볼 수 있는 시야를 반영하고, 최대한 이 주관적인 세계에 머물고자 했다. 같이 작업한 스태프들에게도 화면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에 대해 관객이 머리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먼저 생생하게 느끼도록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감을 받은 영화라면.
“서스펜스를 자아내는 것이 가장 중요했기에, 알프레드 히치콕의 영화를 가장 많이 참조했다. 데이비드 린의 ‘라이언의 딸’은 70mm 프린트로 보기도 했다. ‘공포의 보수’도 빠트릴 수 없다.”
-당신의 다른 영화들처럼 ‘덩케르크’에서도 시간이 비선형적으로 활용된다. 당신에게 시간의 의미는.
“영화 언어에 있어 시간은 아주 중요한 도구다. 드라마를 극대화하기 위해 관객이 인지하는 시간의 개념을 조작하는 과정은 영화를 만드는 입장에서 아주 매력적이다.”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영화를 감상하는 트렌드를 어떻게 생각하나.
“내게 영화란 극장에서 몰입해서 보는 경험이자, 그것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단지 스펙터클을 보기 위해 극장을 찾지 않는다. 극장은 지극히 주관적인 경험을 다른 이들과 공유하는 공간이다. 그래서 일부러 코미디를 극장에서 다른 관객과 웃으며 보지 않나.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보는 것과 영화적인 경험은 전혀 다르다.”
LA=매거진M 황수진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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