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개정 요구에 업계 "지금도 어려운데 뭘 더 내놓나" 분통

중앙일보

입력 2017.07.13 17:19

업데이트 2017.07.13 17:31

미국 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을 공식화하면서 업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새 정부의 산업부 장관, 통상교섭본부장이 공석이 상태에서 미국이 치고 들어왔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동차와 철강의 무역 문제가 굉장히 심각하다”며 ‘콕 찍은’ 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을 마친 뒤 합의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을 마친 뒤 합의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한국 자동차의 미국 수출액은 154억9000만 달러(약 17조6000억원)로 한국이 미국 자동차를 수입한 금액의 9배에 달한다. 미국에 월등히 많이 판 만큼 ‘제1타깃’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자동차업계는 올 들어 판매 감소로 고전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현대기아차의 미국 수출량(추정치 30만5000대)는 지난해 같은 기간(약 32만5000대)보다 6% 감소했다. 이런 가운데 FTA가 개정된다면 그 충격은 상상 이상일 것이란 게 업계의 전망이다.

자동차-철강업계 당혹감
업계 "장관없는 사이 치고 들어와"

 자동차 업계가 가장 예민하게 생각하는 건 협상 항목에 자동차 관세가 포함되는지 여부다.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는 지난해 1월부터 완전히 폐지됐다. 한국무역협회는 미국이 이 관세를 2015년까지 적용했던 수준인 2.5%로 부활시키자고 요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동부증권 등에 따르면 이 경우 현대기아차 북미법인의 평균 판매가격은 대당 25만~31만원 정도 상승할 수 있다.

 미국의 화살을 피하기 위해 현대차그룹은 미국에 31억 달러(약 3조5000억원) 투자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정진행 현대차 사장은 지난달 미국 방문 도중 외신기자들에게 “친환경차·자율주행차 등 미래 신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미국에서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하고, 미국 현지 공장 생산시설을 개선하고 효율화하기 위해 31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정 사장은 또 “미국 수요를 고려해 향후 신공장 건설 여부도 검토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철강업계도 미국 측 개정 요구를 납득하기 힘들다는 분위기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3월 포스코 후반에 11.7%의 반덤핑 관세 및 상계관세(수입국이 국내 산업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부과하는 관세)를, 4월엔 현대제철과 넥스틸의 유정용강관에 각각 13.8%, 24.9%의 반덤핑 관세를 매겼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이미 제품별로 10~60%의 관세를 때려맞고 있는데 어떤 조치를 더 하려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문제삼은 ‘한국을 경유해 미국으로 가는 중국 철강’은 한국 전체 철강 수출물량의 2%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국내 철강업체 가운데 수출 비중이 가장 큰 포스코는 최근 미국 정부의 관세가 부당하다며 국제무역법원에 제소한 상태다. 철강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업계는 물론 산업부와 논의하고 있지만 (주요 수장이)공석이라 진척이 없다”며 답답해했다.

이소아·문희철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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