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리 5,6호기 공사 중단 결정하려던 한수원 이사회 결국 무산

중앙일보

입력 2017.07.13 16:15

업데이트 2017.07.13 17:43

13일 오후 경북 경주시 양북면 한국수력원자력 본사에서 김병기 한수원 노조위원장과 조성희 한수원 이사회의장이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사중단을 결정하는 이사회가 열릴 예정이었던 본관(광명이세관) 출입문을 사이에 두고 서로의 입장을 전달하고 있다. 경주=프리랜서 공정식

13일 오후 경북 경주시 양북면 한국수력원자력 본사에서 김병기 한수원 노조위원장과 조성희 한수원 이사회의장이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사중단을 결정하는 이사회가 열릴 예정이었던 본관(광명이세관) 출입문을 사이에 두고 서로의 입장을 전달하고 있다. 경주=프리랜서 공정식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6호기(울산광역시 울주군 서생면) 공사 일시 중단 여부를 걸정하려던 한국수력원자력 이사회가 한수원 노조원과 울산 주민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13일 오후 3시 한수원 이사회가 예정됐던 경북 경주시 한수원 본사 건물 안팎에는 노조원과 시민 600여명이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뤘다.

경주 한수원 본사 안팎서 주민 400여명, 노조 집회
경찰, 현장에 10개 중대 800여명 배치
"집주변 폐허됐는데 갑자기 공사 중단하면 죽으란 소리냐"
한수원, 오후 5시쯤 이사회 개최 무산 결정

회의 시작 2시간을 앞둔 이날 오후 1시쯤부터 본사 건물 바깥에선 공사 주변 지역 주민 400여 명이, 건물 안에선 한수원 노조원 200여 명이 시위를 시작했다. 조성희 한수원 이사회 의장을 비롯한 사외이사들은 이날 오후 3시와 오후 4시40분쯤 두 차례에 걸쳐 건물로 들어오려고 시도했지만 본관 로비에 있던 노조원들에게 막혀 돌아서야 했다.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사 중단을 반대하는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 주민들은 이날 오후 1시쯤부터 한수원 정문 앞에 모여들었다. 이들은 정문 인근에 무대를 세우고 주변에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즉각 폐기하라' '자율 유치한 신고리 5,6호기 예정대로 건설하라' 등의 현수막을 내걸었다.

주민들은 아스팔트 바닥에 앉아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경주의 최고 기온은 39.7도까지 치솟아 올 들어 전국 최고 기온을 기록했는데 이런 폭염 상황에서도 시위를 강행했다.

손복락(54) 서생면주민협의회 원전특위원장은 "지역 주민들이 신고리 원전 1호기 건설 때부터 40년간 재산권을 침해 당했지만 참고 살았다"며"국책사업 추진에 도움이 되고자 희생을 감수하면서 협조했는데 지금 와서 갑자기 공사 중단으로 되갚는다고 하니 배신감마저 든다"고 말했다.

13일 오후 경북 경주시 한국수력원자력 본사 정문 앞 도로에서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사 지역인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 주민들이 집회를 하고 있다. 경주=김정석기자

13일 오후 경북 경주시 한국수력원자력 본사 정문 앞 도로에서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사 지역인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 주민들이 집회를 하고 있다. 경주=김정석기자

서생면 신리에 사는 김경완(52)씨는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사가 진행되면서 이주 대상으로 결정돼 감정평가까지 받은 상태였는데 갑자기 공사가 중단된다고 하니 날벼락을 맞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 김모(52)씨는 "집 주변이 모두 파헤쳐져 완전히 폐허가 됐는데 원상복구도 할 수 없고 그냥 죽으라는 소리로 들린다"며 답답해 했다.

신고리 5,6호기 공사 현장에서 일하는 인부들도 하루 아침에 일자리를 잃게 될까봐 불안해 하고 있다. 서생면 명산리에 사는 이상훈(62)씨는 "공사현장에서 일하는 인부만 수천 명이나 되는 대형 공사가 갑자기 중단되면 인부들은 물론 공사장비업체와 주변 식당 등이 모두 타격을 입게 된다"고 주장했다.

한수원 본사 본관 건물 로비에선 본사와 한울·한빛·월성·고리원전본부 노조 소속 노조원 200여 명이 시위를 벌였다. 노조원들은 본관 건물과 바깥을 연결하는 정문과 지하 입구, 2층 입구를 모두 봉쇄했다.

경찰은 만일의 충돌에 대비해 본사 안팎에 경찰 10여 개 중대 800여 명을 배치했다. 한때 서생면 주민들이 정문을 뚫고 본사로 들어가려고 시도하다 부딪치기도 했다.
김병기 한수원 노조위원장은 "국가의 천년지대계인 에너지 정책이 졸속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판단에서 한수원 이사회를 원천 봉쇄했다"며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미래 에너지 정책이 수시로 바뀐다는 사실이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독일의 '탈핵' 정책을 많이 이야기하는데 독일은 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다양한 방법을 통해 국민적 합의를 이뤄 정책을 결정했다"며 "하지만 우리 정부는 미래 먹거리를 결정하는 에너지 정책을 고작 3개월의 공론화 과정을 통해 결정하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앞으로도 이러한 형태로 원전 정책이나 에너지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하면 계속 지금과 같은 방법, 또 다른 방법까지 동원해 제대로된 정책이 수립될 때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수원 측은 오후 5시5분쯤 기자들에게 "한수원 이사회가 무산됐다"고 전했다. 사외이사들이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한수원 측은 다음 이사회가 개최될 일시와 장소를 추후 협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13일 오후 경북 경주시 한국수력원자력 본사 정문 앞 도로에서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사 지역인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 주민들이 집회를 하고 있다. 경주=김정석기자

13일 오후 경북 경주시 한국수력원자력 본사 정문 앞 도로에서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사 지역인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 주민들이 집회를 하고 있다. 경주=김정석기자

경주=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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