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 이정택의 당신도 CEO(2) 재활센터 동료들과 차린 뚝배기 집 파리만

중앙일보

입력 2017.07.13 12:00

업데이트 2017.07.13 13:22

퇴직자에게 재취업은 로망이다. 그러나 재취업에 성공한 경우는 흔치 않다. 있다 하더라도 대개 일용직이나 임시직에 그친다. 마지 못해 창업 시장에 뛰어들어 보지만 현실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아이템 선정, 마케팅 등 막히는 대목이 한둘이 아니다. 이럴 때 창업 마스터가 있으면 천군만마의 힘이 된다. 위기에 빠질 때 탈출 방법을 모색해 준다. 마스터가 바꾼 창업 성공 스토리를 실제 사례로 들여다본다. <편집자>

베트남 국수집으로 새단장
맛 서비스 혁신했더니 매출 '쑥'
쏟아부은 시간과 돈 아까워
매달리다간 죽도 밥도 안 돼

광화문에 있는 유명 K 삼계탕집. 평소 점심시간에 이 집 삼계탕을 먹으려면 30분은 기다려야 한다. 그럼 경기가 어려워지면 대기 시간이 줄어들까? 그렇지 않다. 오히려 한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불황일수록 주머니가 얇아져 돈을 더 가치 있게 사용하려고 값싼 맛집을 찾는 사람이 늘기 때문이다. 주머니가 불룩할 때는 돈 가치에 둔감하지만, 얇아지면 돈을 한 번 써도 제대로 쓰려는 심리가 강하게 작용한다.

요즘은 경기가 풀려 사정이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얼마 전 까지만 해도 불황 속에 가정에서는 외식비를 줄였다. ‘집 밥’을 주제로 한 방송이 연일 히트하면서 롱런한 것도 이런 세태를 반영한다. 외식비는 줄이면서 한 번 외식하면 가치 소비를 하려는 불황기 심리는 외식 자영자들을 치열한 경쟁으로 내몰았다.

한 해에 거의 20만 개의 음식점이 생겨난다. 그 많은 식당 중에 내 식당으로 손님들을 끌어들이려면 자신만의 콘셉트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거의 5000개에 이른다. 이들의 한결같은 지상과제는 남과 차별화한 자신만의 고유함을 간직한 콘셉트를 보여주는 것. 가게의 특색과 스토리를 담은 콘셉트 개발이 장사의 시작이다. 아무 특색 없는 가게는 죽음뿐이다.

  재활센터서 만난 아주머니 삼총사 

'나도사장님’에서 JTBC와 손잡고 진행하고 있는 자영업자 부활 프로젝트 프로그램인 <나도CEO>의 2호 주인공 오성임(60)씨의 사례는 콘셉트 개발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보여주고 있다.

오씨는 기초수급자에서 벗어나 자립하기 위해 찾아간 자활센터에서 인연이 시작된 아주머니 삼총사와 순두부 뚝배기 식당을 열었다. 오씨는 그중 맏언니였다. 아픈 상처를 지닌 사람들끼리 친동기간처럼 기대 살면서 운영하던 뚝배기 집은 장사를 하면 할수록 적자만 늘어나는 위기 상황이었다.

오씨의 남편은 10년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다. 그는 공장과 식당에서 일하면서 남편 병 수발을 해야 했다. 남편이 떠나고 남은 건 정부에서 기초생활비를 지원하는 기초수급대상자가 된 것. 오씨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앞이 캄캄했다. 자활센터에서 정부 지원을 받아 세탁과 청소 일을 했고, 부식 만드는 업체에도 다니며 자녀들을 키웠다.

자활센터 4년 근무 끝에 창업 기회를 얻었다. 자활센터에서 함께 일했던 동료들과 경기도 부천에서 무월세·무보증금의 분식집을 열었다. 크지 않은 수익이었지만 9년을 열심히 일했더니 목돈이 모였다. 그 돈으로 부천 지방법원 앞 번화가에 가게를 얻어 지난해 10월 순두부 뚝배기 집을 오픈했을 때 오씨는 오피스 상권이라 은근히 기대를 했다. 하지만 매출은 갈수록 줄고 종업원들은 월급도 못 받을까봐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보니 자신감이 사라졌다. 어렵고 불편한 사람들끼리 보듬어 안고 가게를 일으켜보려고 했지만 세상은 그녀에게 그렇게 냉혹했다.

이런 사연을 접한 ‘나도사장님’은 오성임씨와 동업하는 분들의 성향과 상권분석에 들어갔다. 솔직히 오씨의 뚝배기 식당은 돈 내고 사먹을 마음이 선뜻 나지 않을 정도로 문제가 많았다. 손님의 발길을 끌지 못하는 요소를 걷어내고, 이 집만의 콘셉트를 만들어야 했다.

부천 지방법원 주변 상권은 오피스 밀집지역으로 술집이 많은 반면 직장인이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는 밥집은 적은 편이었다. 오씨 동업자들의 여러 요소를 고려할 때 술집으로 승부를 내기는 어렵고, 점심시간에 손님을 최대한 끌어들일 수 있는 메뉴를 정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직장인들이 몰리는 점심 장사가 잘되면 저녁 매출은 자연스럽게 결정된다. 가게가 자리 잡은 상권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는 것부터 시작했다. 우선 메뉴를 단순화해야 했다. 메뉴 선택에 손님이 오래 고민하지 않도록 대표 주자가 있어야 했다. 조리 시간도 줄여서 테이블 회전율을 높이고, 손색없는 맛과  저렴한 가격으로 이 집만의 무기를 만들기로 했다. 동업자들끼리 똘똘 뭉쳐 추가 인건비를 발생시키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맛이 보장되고 가격이 저렴하면 손님은 주문 정도는 별 저항없이 무인 결제 시스템을 이용할 것이다.

실내는 뼈대만 남기고 바닥까지 다 뜯어내는 대공사가 진행됐다. 도로 쪽에 출입문을 추가 설치해 가게가 잘 보이지 않는 단점을 해결했다. 어둡고 칙칙했던 실내는 감각적인 인테리어로 화사하게 바꿨다. 지저분하고 불투명했던 창문은 깔끔한 통유리로 교체해 실내가 넓어 보이는 효과가 나도록 했다. 손님과 주인 모두가 불편해 했던 좌식 테이블의 테이블과 의자를 전면 교체하고 혼밥족을 위한 테이블를 따로 설치했다. 입구가 잘 눈에 띄지 않은 단점은 도로변으로 새 출입구를 내는 방법으로 해결했다. 종업원들이 허리를 구부리고 앉았다 일어났다 하면서 서비스해야 했던 좌식테이블은 입식 테이블로 바꿨다. 통 유리면을 단열제로 가려 놨던 침침한 실내는 밝고 경쾌한 분위기로 전면 교체했다.

이런 요소를 모두 만족시키는 것으로서 베트남국수 전문점인 ‘월남국수’를 선택했다. 인테리어비용은 전액 본사 부담이었다. 매장 인테리어 개조 작업이 진행되는 동안 오씨와 두 동생은 ‘월남국수’에서 점주체험을 통해 주방과 홀, 무인결제시스템 사용 등 영업 전반을 학습했다.

맛도 있고 서비스도 만점인 식당을 만드는 게 관건이었다. 떨어진 자신감을 북돋우고 표정에서부터 손님을 기분 좋게 만드는 훈련을 했다. 신명이 나 큰소리로 인사하고 웃으며 응대하도록 했다.  '난 잘 할 수 있어' 라고 스스로를 다독이게 하자 점차 손끝도 표정도 자신감을 찾아갔다. 마침내 개업 테이프를 끊었다. 개업 첫날 점심 2시간 매출이 64만6500원. 개업 한 달이 된 현재 하루 평균 100만원 안팎의 매출을 내고 있다.

매몰비용의 함정에서 벗어나야

매몰비용이란 투자하고 지출해서 회수할 수 없는 비용이다. 가끔 이 매몰비용의 함정에 빠져 큰 손해를 재촉하는 경우가 많다. 기회비용과 매몰비용을 잘 따져서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것이 필요한데, 대개 실패한다. 쏟아 부은 시간과 돈이 아까워 퇴로를 찾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럴 때 창업 마스터의 역할이 빛을 발하게 된다. 매몰비용의 함정에서 벗어나려면 과거와 결별하고 자신을 던지는 결단이 필요하다.

해삼이 공격을 받았을 때 도망가는 모습을 보면 육참골단((肉斬骨斷)의 초강수를 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실 해삼은 바닥을 기어다니기만 할 뿐 별 신통한 재주가 없다. 먹잇감 되기 딱이다. 그러나 포식자의 공격을 받으면  자신의 내장을 전부 내놓고 도망간다. 이거 먹고 살려달라는 뜻이다. 익숙함에 젖어 있다 보면 퇴로가 보이지 않는 것이다. 익숙한 것에서 눈길을 거둘 때 새 길이 보인다.

이정택 ‘나도사장님’ 대표 jason.lee@imceo.kr

[제작 현예슬]

[제작 현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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